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 사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3, 10, 3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비위행위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이자 피고에 설립된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 B지부(이하 '이 사건 지부'라 한다)의 최대계파인 D(이하 'D'라고 한다)의 간부인 자로서, 2002년도 임금·단체교섭, 2003년도 임금교섭 중 B회사 C공장 공장장인 F으로부터 D 소속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5,000만 원의 현금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1. 1. 6. 원고에 대하여 배임수재죄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2010노4425), 이 판결은 2011. 4. 29. 대법원의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되었는데(2011도978), 그 확정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지부 및 노동조합의 원고에 대한 제명
이 사건 지부에는 9개의 계파가 경쟁관계에 있었다. 그 중 일부 계파는 위 형사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2011. 5. 12.경부터 D를 비판하거나 이 사건 지부에 원고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에 반하여 D는 원고의 결백을 주장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원고의 제명을 둘러싸고 계파간 다툼이 있었다.
이 사건 지부는 2011. 6. 23.부터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원고에 대한 제명을 안건으로 상정하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가 유회되었고, 2011. 12. 20.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원고에 대한 제명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2. 6. 29. 원고를 제명하기로 의결하였고, 2012. 7. 12. 원고의 제명사실을 피고에게 통보하였다.
원고는 2013. 5. 31. 이 사건 노동조합을 상대로 그 제명의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그 소송은 원고 패소로 2014. 12. 15. 최종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62930).
이 사건 징계처분 및 이 사건 전보처분의 경위
피고는 2011. 11. 29. 징계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서 본 원고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할 것을 의결하였고, 2011. 12. 14. 원고에게 징계해고를 통보하였다.
원고가 재심을 신청하자 피고는 2012. 2. 15. 징계심의위원회를 다시 열어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2012. 2. 24. 원고에게 징계해고를 통보하였다.
원고는 마지막 구제절차인 재심을 다시 신청하였고, 피고는 2012. 3. 13. 징계심의위원회를 열었다(이하 '이 사건 3차 징계위원회'라 한다). 피고는 2013. 6. 24. 원고에 대하여 출근정지 3개월로 감경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함과 동시에 원고를 C공장에서 G사무소로 전보하는 내용의 이 사건 전보처분을 하였다.
단체협약 중 관련 내용
피고와 이 사건 지부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중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략)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전보처분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적은 반면,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므로 무효이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29조 제1항에서 정한 노동조합 또는 원고와의 사전합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보처분은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지부의 계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보처분을 하게 된 것이어서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고, 이에 비하여 원고가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경미하다.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제명으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29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고, 설령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지부가 2013. 2. 20. 지부장간담회에서 원고에 대한 전보여부를 논의하였고,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전보처분을 이 사건 지부에 통보하였음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지부는 이 사건 전보처분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전보처분에 요구되는 신의칙상 절차를 이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전보처분은 유효하다.
판단
관련 법리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 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전직처분이 무효인지 여부: 배척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8, 9, 12 내지 16, 21, 23, 24, 31호증의 각 기재, 당심증인 H, I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갑 제14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 이 사건 전보처분이 피고의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전보처분의 업무상 필요성
원고의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형사판결이 2011. 4. 29. 유죄로 확정되자 원고가속한 D와 다른 계파들 사이에 원고에 대한 징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였다. 일부 근로자들은 피고 본사 앞에서 원고를 징계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기도 하였고, 이 사건 지부와 피고 사이의 단체교섭이 진행될 무렵에는 이 사건 지부가 원고에 대한 징계감경을 요구하는 대신 근로조건을 양보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근로자들도 있었으며, 실제로 C공장에서는 원고에 대한 처분을 둘러싼 노노갈등이 심하게 발생하였다.
피고가 원고에 대한 징계를 해고에서 출근정지 3개월로 감경하기로 결정한 이상 근로자들 사이의 갈등과 의혹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피고는 그 조치의 하나로 이 사건 전보처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원고에 대한 해고를 회피하면서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원고가 2013. 9.부터 G사무소에 출퇴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원고에 대한 처분을 둘러싼 노노갈등이 줄어들었다.
원고가 입는 생활상의 불이익
원고는 평택시에 거주하면서 C시에 있는 피고의 C공장으로 출퇴근하였다가, 이 사건 전보처분으로 이천시에 있는 G사무소로 출퇴근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편도 기준 이동거리는 약 39km에서 약 56km로, 이동시간은 약 54분에서 약 64분으로 변경되었는데, 원고가 평소 자동차를 운전하여 출퇴근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정도의 통근거리와 통근시간이 늘어나는 불이익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G사무소에는 C공장과 달리 재활치료실이나 심리상담소가 존재하지 않아 원고가 피고의 위 시설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피고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소정의 입원진료비와 외래진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고, 실제로 원고는 2013년에 20일의 유급 병가를 사용하기도 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러한 불이익 역시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하업무는 차량이 출고되기에 앞서 세차가 완료된 차량을 45m 정도 운전하여 이동시키거나 출하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원고가 입사 후 약 23년 동안 헤밍금형작업을 하였을 뿐 출하업무는 담당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일반적으로 피고의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출하업무가 공장업무보다 더 좋은 보직으로 여겨지고 있고, 출하사무소에 근무하는 생산직 인력의 68% 이상이 공장 출신이며, 출하업무가 원고가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것이라고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전보처분으로 인하여 월 급여가 약 370만 원에서 약 310만 원으로 줄어들고 월 45만 원 상당의 주유비를 지출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전보처분으로 원고의 급여가 과도하게 삭감되었거나 주유비 지출이 과도하게 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당심증인 H는 교대근무를 하는 생산직 작업자의 경우 주간근무만 하는 출하사무소 근무를 선호하기도 한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지부의 계파 중 하나인 '금속노동자의 힘'은 이 사건 전보처분을 영전이라고 비판한 사실도 있다.
절차적 하자의 존부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제명당한 사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2조 제1항은 조합원 외에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 35조에 따른 전 종업원에게 적용된다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노동조합법 제35조에 따라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동종의 근로자라 함은 당해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여 그 협약의 적용이 예상되는 자(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를 말하는데, 제명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원고에게도 적용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29조 제1항은 타지역공장간 전보 또는 근무지변경을 실시할 경우 변경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합 또는 당사자와 합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가 이 사건 전보처분에 앞서 이 사건 노동조합, 지부 또는 원고와 명시적으로 합의한 사실은 없다(피고는 이 사건 지부가 이 사건 전보처분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을 제2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그러나 피고의 노사협력실장인 I은 이 사건 3차 징계위원회가 개최된 직후인 2012. 3.경 원고를 만나 전보조치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하는 한편, 평택항을 새로운 근무지로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적극적으로 전보 자체에 대하여는 반대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으며, 그로부터 한 달 뒤에 I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의 진행 상황을 묻기도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원고는 해고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와 전보조치를 하는 것에 대하여는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지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두 번에 걸쳐 해고 통보를 하였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37조 제3항은 조합활동으로 인한 해고는 이 사건 지부의 동의하에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사건 지부가 원고에 대한 해고에 반대하였다면 이 조항을 들어 합의절차의 진행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지부가 그러한 주장을 한 사실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부는 원고에 대한 피고의 해고처분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전보처분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처분은 일반적인 전보처분과 달리 징계조치와 함께 징계조치의 하나로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 자체가 독자적인 처분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징계처분과 결합된 처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전보처분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불이익조치인 통상의 전보처분과 달리 원고에게 유리한 징계감경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데, 이 사건 징계처분과 전보처분이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하여 과도하지 않고, 이 사건 단체협약 제39조는 징계에 대하여 피징계자나 노동조합과 합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가 원고의 의향을 사전에 확인하는 등 일반적인 전보처분에서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전보처분에 앞서 원고 또는 이 사건 지부와 명시적인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전보처분이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는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전보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광렬(재판장) 이정환 이영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