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6. 26. 선고 2014나5970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고양시 일대에서 택시운송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는 근로자들이다.

나.

노사합의와 임금협정 체결

1)

피고는 2003. 1. 29.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문화택시 노동조합(이하 '문화택시 노조'라 한다)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협정(이하 '기존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위 임금협정 제1조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의 운전기사들로부터 수입금 전액을 지급받고 그 수납액에 비례하여 월 급여를 지급하는 월급제를 시행하였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원고들을 포함한 운전기사들이 월 226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월 13일 근무를 만근으로 하여 격일 근무를 한 뒤 1일 운송수입금 중 130,000원을 피고에게 납입하면 피고가 받은 사납금에서 운전기사들에 대한 기본급을 지급하고, 운전기사들은 사납금을 초과하는 운송수입금은 전액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형태로 급여의 지급이 이루어져 왔다.

3)

그러던 중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일반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와 같은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은 원고들과 같은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하여야 하게 되었다. 위 법률 부칙 규정에 따라 피고의 주소지인 고양시에서는 2010. 7. 1.부터 개정된 최저임금법(이하 '개정 최저임금법'이라 한다)이 시행되었다.

4)

피고와 문화택시 노조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2009. 9.경부터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결국 그 시행일 이후인 2011. 4. 30.에야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협정(이하 '새로운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법정 최저임금액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 2011년 4,320원이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2010. 7. 1.부터 개정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에 기존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 소정 근로시간을 곱하여 산정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피고는 2010. 7. 1.부터 새로운 임금협정의 효력이 발생한 2011. 5. 3.까지 원고들에게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시간당 임금 1,865원을 기준으로 산정된 임금)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적법한 임금과 피고가 실제로 지급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살피건대, 기존 임금협정의 월 소정 근로시간은 226시간이고, 기본급은 시간당 임금에 월 소정 근로시간을 곱하여 산정되었으며, 피고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인 2010. 7. 1.부터 2011. 5. 3.까지 원고들에게 기존에 지급하여 온 것과 같이 시간당 임금 1,865원에 월 소정 근로시간 226시간을 곱하여 산정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임금을 지급하여 왔는데, 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0년 4,110원, 2011년 4,320원이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2010. 7. 1.부터 2011. 5. 3.까지 법정 최저임금 2010년도 4,110원, 2011년도 4,320원에 기존 임금협정상 월 소정 근로시간 226시간을 곱하여 산정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임금과 위 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실제로 지급한 임금의 차액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신의칙 항변과 판단

가.

피고의 항변

문화택시 노조는 개정 최저임금법이 시행되어 최저임금액을 초과하는 고정급을 지급하려면 사납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사납금 인상을 막기 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협상을 지연시켰고, 그로 인하여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인 2010. 7. 1.부터 새로운 임금협정 시행일인 2011. 5. 3.까지 종전 사납금만을 납입하며 법정 최저임금을 넘는 초과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임금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소액인 사납금만을 지급받으면서 회사를 운영하여 왔는데, 원고들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사업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제 와서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법정 최저임금과 종전 임금협정에 따라 이미 지급된 고정급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

나.

관련 법리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다.

사납금 제도와 이 사건 법률조항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체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정한 금액의 사납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근로자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사납금 제도이다. 이와 같은 사납금 제도는 운송수입금이 많을수록 근로자들의 수입이 늘어나게 되므로 근로자들의 성실한 근로를 유도할 수 있으나,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액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아 운송수입금이 적을 경우 근로자가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개정 최저임금법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여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개정되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접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효과보다는 고정급의 비율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본래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지급하여 온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을 합한 금액은 최저임금액 이상이지만, 고정급은 최저임금액 미만이었던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의 경우 임금 총액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그 금액이 최저임금액 이상이 되게끔 조절함으로써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도록 한 것이었다(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결정 참조).

라.

인정사실

을 제2, 3, 5호증의 각 기재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개정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어, 피고를 비롯한 고양시 일원의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은 위 시행일에 앞서 노동조합과 사이에 개정 최저임금법이 반영된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사실, 고양시의 다른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인 우신교통은 사납금을 195,000원으로 증액하고 월 근로시간을 136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오복운수는 사납금을 179,000원으로 증액하고 월 근로시간을 12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코엑스운수는 사납금을 192,000원으로 증액하고 월 근로시간을 138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태현기업은 사납금을 195,000원으로 증액하고 월 근로시간 139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각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 전인 2010. 6. 30.에 임금협정을 각 그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사실, 피고는 문화택시 노조와 2009. 9. 21.부터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 전까지 임금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다가 결국 39차례에 걸친 임금협정 교섭 끝에 2011. 4. 30.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한 사실, 새로운 임금협정은 기존의 임금협정에서 정하였던 사납금 130,000원을 169,000원으로 인상하고 월 근로시간 226시간을 165시간으로 감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사실이 인정된다.

마.

판단

위 인정사실과 갑 제4호증, 을 제5, 6호증, 제11 내지 14호증, 제16 내지 2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그리고 앞서 본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체계, 개정 최저임금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내지 ⑥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보아 피고로서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 이후에도 원고들이 종전 임금협정에 따른 사납금 초과 수익금을 취득하면서도 개정 최저임금법이 정한 고정급을 구하지 않고 있는 이상 사납금과 월 근로시간을 재조정한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 전까지 개정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시간당 임금 차액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의를 가지게 되었고, 이와 같은 신의에 반하여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고 판단된다.

①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수입은 실제 운행을 통하여 얻은 수입에서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과 시간당 임금에 월 근로시간을 곱하여 산정한 고정급을 합한 금액이다.<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금총액을 인상시키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수입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데,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은 종전 사업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들로부터 납입 받은 사납금을 재원으로 고정급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고정급 비율을 높이기 위한 사납금 인상은 객관적으로 불가피하였다. 그러나 대다수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사납금 인상에 관하여 상당한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고 있었다.<2>

②

피고 역시 임금총액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정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금액 이상의 고정급을 지급하기 위해서 사납금을 높이고 월 근로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고양시의 다른 대부분의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 또한 같은 사정으로 각 그 노동조합과 기존 임금협정과 비교하여 사납금을 높이고 월 근로시간을 줄이는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③

피고와 문화택시 노조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 전 임금협정 체결을 위하여 2009. 9. 21.부터 협상을 시작하였으나,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 전에 각 그 임금협정을 체결한 고양시의 다른 택시운송업체들과 달리 그 시행일인 2010. 7. 1.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한 2011. 4. 30.에야 개정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고정급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④

문화택시 노조는 위와 같은 장기간의 협상기간 동안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고정급 수준에 관하여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 전에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고정급을 지급하라고 피고에게 요구하는 경우 바로 사납금이 인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종전 임금협정에 따른 사납금만을 피고에게 지급하면서도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고정급 차액을 청구하지 않았다.

⑤

일반택시운송사업자가 지급하여야 할 임금과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수입은 사납금, 월 근로시간, 시간당 임금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되므로 개정 최저임금법이 정한 시간당 임금액보다 적은 금액의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고정급이 산정되어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종전 사납금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전체적으로 원고들이 부당하게 낮은 임금총액을 지급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들은 만일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일 전 새로운 임금협정이 체결되었다면 2010년을 기준으로 피고로부터 매월 678,150원(= 4,110원×165시간)의 고정급을 지급받고 2,028,000원(= 사납금 169,000원×12일 만근)의 사납금을 피고에게 지급하였어야 하는데, 새로운 임금협정 체결이 늦어진 결과 기존 임금협정에 따라 매월 1,690,000원(= 사납금 130,000원×13일 만근)만을 지급하면서도 매월 928,860원(= 4,110원×226시간)의 고정급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⑥

당초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 소속 153명의 근로자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고들 7명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모두 이 사건 소를 취하하였다. 취하한 근로자들 중 대다수는 피고와 사이에 '새로운 임금 협정 체결 지연에 노사 양측에 책임이 있으므로, 피고는 근로자에게 1일 사납금 차액 39,000원(169,000원 – 130,000원)에 해당하는 금원을 청구하지 않고, 근로자는 개정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임금 차액 지급에 갈음하여 1인당 500,000원을 지급받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피고에게 청구하지 않음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이에 따라 그 소를 취하하였다. 이러한 대다수 근로자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원고들에게만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른 별도의 차액 지급을 인정한다면, 장기간의 협상 끝에 어렵게 사납금과 근로시간을 재조정하여 체결한 새로운 임금협정, 문화택시 노조의 입장 및 피고 소속 근로자들 대부분의 입장과 배치되고, 근로자들 사이의 형평에도 반할 수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광렬(재판장) 이정환 이영창

각주1) 고정급에는 시간당 임금에 월 근로시간을 곱하여 산정한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 등도 포함되나, 이하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고정급을 기본급으로 단순화하여 설명한다.

각주2) 갑 제4호증(기록 322쪽)에 의하면, 택시운전자의 스트레스 요인 중 회사입금액에 대한 압박이 44%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피고가 제출한 참고자료(2009. 9. 21.부터 2010. 11. 22.까지 교섭 회의록, 기록 380쪽부터 437쪽)에도 문화택시 노조와 피고 사이에 사납금 인상폭에 관하여 이견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