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토목, 건축 공사업 및 부동산 분양업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2. 12. 10. 피고에 입사하여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본사와 공사현장 사이의 각종 서류 검토, 공사입찰업무, 전문건설협회 관련 업무, 기업 신용평가신청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2013. 9. 9. 오전에 피고의 감사 C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파 휴가를 사용한다고 말한 뒤 출근하지 않았고, 2013. 9. 10.부터 2013. 9. 16.까지 급성간염으로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3. 3.경 포스코건설로부터 하도급 받은 D제철설비확장 3단계 2차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E, J가 위 공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하 위 공사가 이루어지던 현장을 'D현장'이라고 한다), 포스코건설은 2013. 9. 9. D현장의 E에게 신규적치부지 준설암 운반작업을 위한 준비를 지시하였고, 이에 E은 2013. 9. 12. 본사에 토사운반작업을 위한 현장 직원의 충원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13. 9. 23. 원고를 같은 일자로 D현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전보발령(이하 '이 사건 전보발령'이라 한다)을 하였고, 피고의 이사 F는 같은 날 원고에게 위 전보발령 사실을 알렸다. 피고의 대표이사인 G은 2013. 9. 24. 원고에게 D현장으로 내려갈 것을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불응하고 이후 출근하지 않았다. F 이사는 2013. 9. 27. 원고에게 세종시 현장으로의 전보발령은 어떤지 물어보았으나 원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피고는 2013. 10. 14.에 원고에 대한 2013. 9. 23.까지의 급여를 정산하여 원고에게 지급하였고, 2013. 12. 3. 원고에게 D현장에 2013. 12. 4.부터 근무가 가능하도록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하였다.
피고는 2013. 12. 11. 원고에게 전보발령 및 업무복귀명령을 위반하고 무단결근하였음을 사유로 하여 2013. 9. 24.자로 해고한다는 통보서를 발송하였고, 위 통보서는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5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F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를 D현장으로 발령한 이 사건 전보발령은 부당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2013. 9. 24.자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이다. 또한 피고는 원고가 입원하였다가 퇴원한 2013. 9. 16.로부터 30일이 지나지 않은 2013. 9. 24.에 원고를 해고하였는바, 이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3. 9. 24.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2,464,097원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전보발령은 인사권자인 피고의 재량의 범위 내에서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 및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무단 결근하였음을 이유로 2013. 12. 11.자로 원고를 해고한 것이므로 그 해고는 정당하다. 또한 원고는 2013. 9. 24.부터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이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
판단
해고시기에 관한 판단
원고에 대한 급여가 2013. 9. 23.자로 정산되어 2013. 10. 14. 원고에게 지급된 사실, 피고가 2013. 12. 11.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통보에 해고일자가 2013. 9. 24.로 기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대표이사 G이 2013. 9. 24. 원고에게 전화로 '사표를 내라', '그만 두라'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2013. 10. 31. 고용노동부에 무단 결근 등을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려고 하는데, 위 사유가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문의한 바 있는 점, ② 원고에 대한 미지급 임금의 정산이 2013. 9. 24. 이 아닌 2013. 10. 14.에야 이루어진 점, ③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에 따르지 않고 무단결근하였음을 해고사유로 삼고 있는 점, ④ 피고의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전보발령을 통보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만두라는 취지로 말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같은 날 원고가 전보발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피고는 원고에게 2013. 9. 27. 세종시 현장으로의 전보발령을 권유하고, 2013. 12. 3.에는 업무복귀명령을 내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2013. 9. 24. 원고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의미의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나아가 원고는, F 이사가 그 무렵 해고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F에게 원고를 해고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오히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의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하여 그 통보가 원고에게 도달한 2013. 12. 11. 원고가 해고 (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2014. 3. 20.자 답변서에서, 원고가 2013. 9. 24.자로 해고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자백하였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자백은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2014. 6. 5.자 준비서면 부본의 송달로써 한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해고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전보발령이 부당한지 여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효한바,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3530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에 입사한 이래 본사에서만 근무하면서 각종 서류 검토, 공사입찰업무, 전문건설협회 관련 업무, 기업 신용평가신청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 사실, 이 사건 전보발령은 원고와의 협의 없이 이루어진 사실,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에 불응하고 출근하지 않자, 피고는 2013. 9.경 동탄현장에서 흙받기 작업을 하고 있던 I(피고 대표이사의 조카)으로 하여금 본사에서 원고가 종전에 하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14호증의 기재, 항소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D현장에서는 E과 J 2명만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포스코건설은 2013. 9. 9. D현장의 신규적치부지 준설암(20만m²) 운반에 따른 운반토사에 대한 사전 측량 및 작업준비 등을 지시한 사실, 위 준설암 운반공사는 신규적치부지에 있는 준설암을 필렛부지로 운반하여 바다를 매립하고 공장부지를 조성하는 공사인 사실, 피고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 중 토목기술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은 원고와 F 이사 두 명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인정사실 및 갑 제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을 제13호증의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반드시 본사에서만 근무할 것을 전제로 채용된 것은 아닌 점, ② D현장은 제철소 안에 위치하고 있어 사전에 공사현장출입을 위한 장비, 인원 등을 사전에 등록해야 하고, 포스코건설의 2013. 9. 9.자 작업지시에 따른 준설암 운반공사는 신규적치부지에 있는 준설암 20만m²를 필렛부지로 운반하여 공장부지를 조성하는 것으로서, 사전에 위 각 부지에 대한 측량, 시공계획서 및 공정표 등을 작성하여 포스코건설과 협의를 하여야 하는 등 세부적인 작업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공사이므로, 토목기술자가 필요한 공사로 보이는 점, ③ 당시 D현장에는 E과 J 2명만이 근무하고 있어 위 작업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토목기술자가 추가로 필요했던 점, ④ 당시 피고는 D현장 뿐만 아니라 구리 인창동 현장, 당인리현장, 동탄현장, 강일오산 현장, 선장·염치현장, 세종시현장 등 5개의 현장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위 각 현장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은 직원을 D현장에 전보하여 위 업무를 담당시킬 필요성이 있었던 점, ⑤ 피고 본사에 근무하던 직원 중 토목기술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은 원고와 F 이사 두 명뿐이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의 대상자로 원고를 선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⑥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에 불응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세종시 현장으로의 발령을 제의하기도 한 점, ⑦ 피고가 I을 원고의 자리에 채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전보발령을 하였다고 볼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보발령은 피고의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정당하다 할 것이다.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전보명령이 무효가 아니라면 근로자로서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고, 전보발령의 정당성에 다소 의문을 품는다 하더라도 이에 항의하는 수단 역시 적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4767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보발령은 정당하므로 원고로서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을지라도 그 이후 계속하여 출근하지 않은 것은 항의의 수단으로 적정하다고 볼 수 없고, 여기에 원고의 무단결근 기간, 그 이후 태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에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원고가 급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급성간염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이 규정한 해고금지 기간(즉,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이 지난 후에 이 사건 해고가 이루어진 이상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위반 주장도 이유 없다.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고, 원고는 2013. 9. 24. 이후 피고에 출근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3. 9. 24. 이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각주1)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각주2)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산후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각주3)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3. 9. 24.자 해고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나, 원고의 의사가 2013. 12. 11. 이루어진 이 사건 해고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이 사건 해고에 대한 무효 확인청구로 선해하여 판단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