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 2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법리오해(제1원심판결)
제1원심판결의 피고사건들 중 수원지방법원 2016고합702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사업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바람에 피해자들에게 미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피고인이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애초부터 사기의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제1, 2원심판결)
제1, 2원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5년 및 징역 2월)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제1원심판결)
제1원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5년)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 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피고인에 대하여 제1원심판결과 제2원심판결이 별도로 선고되었고, 제1원심판결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검사가, 제2원심판결에 대해서는 피고인만이 각 항소하였다. 이 법원은 2018. 3. 15. 두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제1, 2원심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제1, 2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검사는 이 법원에 이르러 2018. 4. 19.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소사실을 수정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 허가를 신청하였다.
수원지방법원 2016고합702 피고사건(제1원심판결)의 공소장 제5면 제12행 중 '기존 미수금 2억 원을 포함하여' 부분을 삭제한다.
수원지방법원 2017고합112 피고사건(제1원심판결)의 공소장 제2면 제19행 중 '피해자 AK'을 '피해자 AH'으로 변경한다.
수원지방법원 2017고합237 피고사건(제1원심판결)의 공소장 제2면 제14행 중 '2,016,000원'을 '2,106,000원'으로 변경한다.
이 법원은 2018. 5. 17. 제2회 공판기일에서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이에 따라 그 심판대상이 변경된 이상, 제1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 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1의 가. 1)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이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수원지방법원 2016고합702 피고사건)
피고인은 2011. 말경부터 화성시 일대에서 미곡처리장을 운영하면서 쌀이나 잡곡 등의 도·소매업에 종사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3. 8. 28. 곡물 판매 및 유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을, 2014. 3. 26. 화성시 C에 곡물도정 및 농산물 도소매업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을 각 설립하여 2016. 4.경까지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위 법인 설립 당시부터 피고인 명의로 된 재산이 없었고, 2014. 8.경 E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8억 5,000 만원 상당의 대출금 채무, 개인 채무 3억 원 등 11억 5,000 만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다. 그 밖에 기존에 피고인이 운영하였던 미곡처리장의 거래처인 F미곡처리장에 미지급한 2억 원 상당의 물품 채무, G에 미지급한 2억원 상당의 물품 채무 등 4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었다. 위와 같이 채무가 과다한 상태에서 피고인은 위 두 회사의 매출액을 늘려 마치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들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생각으로 2014. 3.경부터 D을 통해 곡물 중간도매업체로부터 대량으로 쌀 등 곡물을 매입한 후 이를 B을 통해 고가의 광고비를 들여 인터넷 오픈마켓으로 저가로 대량 판매하는 방법으로 영업하면서 적자가 급증하여 2016. 1.경까지 이로 인한 영업적자가 20억원 상당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곡물 중간도매업체로부터 쌀 등 곡물을 대량으로 공급받아 이를 위와 같이 저가로 대량 처분하여 현금을 마련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위 곡물 중간도매업체에 기존 미수금과 대금 일부를 결제하는 방법으로 돌려막기 하면서 계속 곡물을 공급받고, 2015. 5.경부터는 D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곡물 판매대금을 위 곡물 중간도매업체에 대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농수산물소매업체인 H식자재마트의 영업자금으로 이체하여 사용하거나 H식자재마트의 대출금을 변제하는 데 3억 8,000만 원을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피해자 I에 대한 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5. 4. 2.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I이 운영하는 곡물중간도매업체인 J합명회사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 미수금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5. 11. 30.경까지 12회에 걸쳐 합계 464,396,725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해자 K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4. 9. 30.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K이 운영하는 곡물중간도매업체인 F미곡처리장으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의 미수금 2억 원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6. 3. 9.경까지 46회에 걸쳐 합계 793,964,344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해자 L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5. 2. 25.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L이 운영하는 곡물중간도매업체인 M정미소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 미수금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6. 3. 21.경까지 130회에 걸쳐 합계 3,161,012,000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해자 N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5. 11. 16.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N가 운영하는 곡물 중간도매업체인 O미곡처리장으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 미수금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6. 2. 4.경까지 17회에 걸쳐 합계 684,720,000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해자 P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5. 2. 25.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P가 운영하는 곡물중간도매업체인 Q으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 미수금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6. 3. 7.경까지 59회에 걸쳐 합계 1,413,472,000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피해자 R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피고인은 이에 따라 2015. 1. 6.경 화성 불상지에서, 피해자 R이 운영하는 곡물중간도매업체인 G로부터 쌀 등 곡물을 공급받더라도 위와 같이 그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곡물을 공급하여 주면 기존 미수금 2억 원을 포함하여 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6. 3. 22.경까지 252회에 걸쳐 합계 6,849,439,430원 상당의 곡물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제1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제1원심의 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D과 B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오픈마켓의 할인판매 강요와 사업초기 광고비 지출 등으로 사업 적자가 누적되어 피해자들에게 위 곡물대금을 모두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피고인이 당초부터 피해자들에게 곡물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1원심에서의 위와 같은 피고인 주장은, 위 제1의 가. 1)항의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이다. 이에 대하여 제1원심은 아래 ①~⑦ 기재와 같은 이유 등을 들어, 피해자들로부터 곡물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모두 변제할 수 있는 충분한 자력이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경제상황과 사업능력 등에 관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곡물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제1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함과 아울러,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피고인은 2003.경부터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타인의 명의를 빌려 D, B을 운영하였다.
피고인은 D을 설립할 당시 피고인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었다. 피고인은 2014. 8.경 E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8억 5,000만 원 상당의 대출금 채무, 개인 채무 3억 원 등 11억 5,000만 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다. 그 밖에 피고인이 기존에 운영하였던 미곡처리장의 거래처에 대해서도 약 4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는 등,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D과 B을 운영하면서 B의 1년 광고비 지출액은 약 213,500,000원(= 1일 70만 원 × 305일), 저가판매 손실액은 약 516,862,000원(= 포당 손실금 2,000원 × 258,431포)에 이르렀다. 2014. 4.경부터 2016. 3.경까지의 인건비도 약 548,100,000원에 이르는 등, 특단의 경영구조 개선 없이는 D과 B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경영 상황에 처해 있었다.
피고인은 D과 B의 적자 운영이 계속되자, 피해자들을 비롯한 거래처에 대하여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근근이 미수금 일부를 변제해 가는 데 그쳤다. 2014. 1.경부터 2016. 9.경까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H식자재마트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피고인은 D 명의의 계좌에서 위 마트 명의의 계좌로 약 17억 원을 송금하기도 하였다.
2016. 3.경 D의 미수금 채무가 약 40억 원에 이르고, 법인 명의로 빌린 대출금의 이자가 너무 많게 되자, 피고인은 결국 법인 명의로 빌린 은행 대출금 등을 변제하지 않을 목적으로 파산신청을 하고 개인사업자로 영업을 이어가거나 BG에게 D과 B의 사업권을 양도하고자 하였다.
피고인은 별다른 재산이 없는 상황에서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며, 돌려막기 방식으로 거래처에 대한 미수금을 변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D과 B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미수금을 모두 변제할 수 없었고, 피고인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D의 명의상 대표인 BD과 BG으로부터 'B과 D의 사업권을 넘겨주면, 피고인의 거래처에 대한 미지급금 채무를 모두 인수하고 위 거래처에 40억 원 상당의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하여 BD과 BG에게 B과 D의 사업권을 넘겨주었는데, BD과 BG이 거래업체에 미지급금을 변제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아 거래처에 미지급금을 변제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곡물대금을 충분히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변제자력 등에 관하여 기망하고 곡물을 납품받음으로써 사기죄는 이미 성립한다. 피고인이 BG 등에게 D과 B의 사업권을 넘겨 피해자들에 대한 미수금을 변제하고자 하였더라도, 이는 범죄 성립 후의 사정으로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피고인의 구체적 항소이유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대금은 합계 1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피고인이 운영하던 B과 D의 재무제표 상 당기순이익은 2014년과 2015년 합계 12억 원에 달하였다. 특히 B의 온라인 판매대금으로 매일 5,000만 ~ 1억 원의 현금이 회사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쌀을 공급받을 당시 곡물대금 채무를 충분히 변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피고인이 저가로 소비자들에게 쌀을 판매하면서 미지급 대금이 누적되기는 하였지만, 제1원심의 판단처럼 거액의 적자가 발생하여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회사 운영이 어려운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R, I, L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거래행위와 별개로 변제하지 못한 채무가 있었다. 따라서 위 피해자들의 경우 피고인의 변제자력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각 거래에 임한 것이므로, 위 피해자들에 관련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될 상황에 이르게 되자, B과 D의 사업권을 BD, BG 등에게 넘기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도 함께 인수하도록 하여, 채무 변제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계속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B을 통해 2년간 꾸준히 온라인으로 곡물을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였고, 이를 통해 곡물 공급대금 등을 일부 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지급하지 못한 곡물 공급대금은 편취액의 12.75%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그 대금의 지급을 미루었음에도 곡물을 계속적으로 공급하였다. 피고인이 BG 등에게 사업권을 양도한 2016년경에는 실제 대출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B과 D의 재무제표에 적힌 당기순이익은 2014년과 2015년 합계 12억 원에 이른다. 이상은 일응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1원심이 나.항 기재와 같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과 함께, 제1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추론할 수 있는 아래 1) ~ 5)항 기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가장 앞선 범행일자인 2014. 9. 30.경(피해자 K으로부터 쌀을 공급받기 시작한 시기이다)부터는 이미 피고인이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희박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기망함으로써 곡물 등의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제1원심의 판단은 옳다.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처럼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014. 9. 30.경 피고인의 재무 상황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에게는 D의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약 8억 5,000만 원, 그리고 개인 차용금 3억 원 합계 11억 5,000만 원의 부채가 있었다. 금융기관 대출은 2014. 8.경 받은 것으로, 이는 쌀 물품 대금 지급 등 운영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제1원심은 위와 같은 진술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2014. 8.경 금융기관에 부채 8억 5,000만 원을 부담하는 등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이 법원에서, 제1원심이 인정한 8억 5,000만 원 상당의 금융권 부채는 2016년까지 누적된 채무액이므로, 2014. 8.경 부채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E은행 업무지원센터장이 이 법원에 송부한 금융거래자료를 보더라도, 이 무렵 피고인이 부담하고 있던 정확한 금융권대출금액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기록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의 채무액은 적게 잡아도, ① 2014. 9. 12.자 E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 3억 원(3억 8,0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한도액일 뿐 실제로 대출이 실행된 금액은 3억 원이라는 BD의 진술이 있다) ② 2014. 5. 19.자 CX에 대한 8,400여 만 원의 채무, ③ 이 사건 공소사실과 별개로 피해자 K으로부터 2억 원 상당의 쌀을 공급받고 지급하지 못한 미지급 대금채무, ④ 피고인이 출소하여 B과 D을 운영하기 전부터 피해자 R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2억 원의 미지급 대금채무 등 합계 7억 8,400만 원 상당에 이른다. 이들 채무는 피고인이 2014. 3. 14. 출소 당시에 이미 부담하던 채무 또는 출소 이후 B을 설립할 당시부터 2014. 9.경까지 지게 된 채무이다. 이와 같은 채무액만으로도 2014. 9. 30.경에는 이미 피고인이나 그가 설립한 법인 등의 재정 상황이 상당히 열악한 상태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신이 투입한 설비들에 대한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재정상황에 대한 제1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내세우는 '공장' 재산의 대부분은 미곡처리장 운영을 위한 특수한 목적에 부합하는 기계들(현미석발기, 풍구교체기, 소포장기, 로봇기계 등)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유동성 자산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이와 같은 기계 등의 자산은, 피고인이 사업 자체를 그만두거나 도산 상태에 이르지 않고서는 현금화하여 곡물대금 채무 등의 변제에 충당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와 같은 자산의 규모는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총 268,700,0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자산을 보유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의 변제능력 내지 자력에 관한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B과 D의 사업 구조
피고인은 2014년경부터 '인터넷 오픈마켓'(CY, CZ, DA 등 인터넷 사이트)을 통하여 쌀이나 잡곡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대부분 할인 판매를 통하여 매입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이를 판매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의 인터넷 판매만으로는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구조로 영업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고비, 결제대행업체에 대한 수수료 등 인터넷 판매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은 검찰에서 "초창기에 공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인터넷 판매를 하여 약 5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입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사업 초기부터 피고인이 수행하는 방식의 온라인 쌀 판매 사업은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정상적으로 곡물대금을 변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정도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피고인이 B을 운영한 2년 동안, 이와 같은 방식의 사업 구조를 변경·개선하였다거나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이 사건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기간 내내 수익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방식의 곡물 인터넷 판매를 계속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인터넷 판매를 통해 얻은 현금 등의 (초)단기 유동성을, 당장 변제기가 도래하거나 이미 변제기를 도과한 그때그때의 곡물 공급대금 채무 등의 변제에 대부분 투입하는 방식으로서,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봄이 마땅하다. 이는 ① 곡물 공급업체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 → ② 새로운 곡물 공급으로 인한 신규 채무의 부담 → ③ 공급가격에 가까운 초저가 판매 방식의 인터넷 판매 → ④ 초단기 유동성 확보를 통한 또다른 채무의 변제와 같은 악순환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 방식은 종국적으로 사업의 도산과 수많은 협력업체(거래처)의 피해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한편 B에서 곡물의 인터넷 판매 업무를 담당하였다는 BE은 이 법원에서, 2014~2015년 당시 인터넷 판매로 하루에 수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이 B 통장에 입금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공급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인터넷 매출을 올려 원자재 공급업체 등에 대한 채무 변제에 급급하였던 사업 구조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BE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거래할 때 변제능력·의사가 없었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는 사실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이 법원에서 증언한 BD도, '(자신이 운영해 보니)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인터넷 판매는 가면 갈수록 적자가 발생했다. 피고인이 운영했을 때에도 적자는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곡물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H식자재마트' 등의 또 다른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의 기망과 피해자들의 처분행위
피고인은 피해자 I에게 '쌀을 납품해주면 10일 이내에 그 대금을 전부 지급하겠다'라고 말하거나, 피해자 K에게 '쌀을 납품해 주면 1주일 이내에 대금을 지불해 주겠다'고 말하는 등 이 사건 피해자들 모두에게, 쌀을 공급해 주면 가까운 시일 안에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언동을 하여 쌀을 납품받았다. 그와 같이 납품받은 쌀을 판매하고도 피해자들에 대한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검찰에서, '거래처 등에 돌려막기를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다만 피고인은 (그렇다면) 피해자 K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을 인식하지 않았는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는 "그건 아닙니다. 계속 공장은 돌아갔기 때문에 언젠가는 갚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① 피고인의 사업 방식은 피해자들로부터 곡물을 매입한 뒤 이를 공급가격에 가까운 가격으로 인터넷에 판매하는 것으로서, 수익을 창출하기가 현저히 곤란한 구조였다. 이 때문에 피고인은 인터넷 판매를 통해 얻은 매출액 대부분을 곧바로 피해자들을 비롯한 곡물공급업체 등의 물품대금 채무 변제 등에 투입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② 2014. 9. 30.경에는 이미 피고인의 재무 상황이 상당히 열악한 상태에 있었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대한 곡물 대금을 어떻게 변제하려고 하였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려고 하였다거나 금융권 대출을 받아서 변제하려고 하였다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담보로 제공하려 했다는 부동산은 피고인의 소유가 아니었다. 앞서 본 2016년경의 대출(이는 피고인이 회사를 양도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을 제외하고, 피고인이 B 등을 운영하던 기간 동안에 금융권 대출이 이루어졌다고 볼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언동, 곡물을 공급받은 후 이를 판매하는 사업 구조, 피고인의 재무 상황, 담보 제공의 실현가능성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이나 그 피해자들의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R, I, L의 경우 피고인이 기존에도 이들에 대해 미수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위 피해자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곡물 거래를 한 것은 피고인의 기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피해자들이 곡물의 인도 당시 위 ①~③ 기재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은 사기죄의 성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피고인은 피해자 L의 경우 '미수금이 누적되고 있었지만 기존 미수금도 받지 못할 것 같아 계속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취지의 원심 증언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거래의 개시 무렵에 피해자 L이 위 ①~③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언동을 신뢰하여 피고인에게 곡물을 공급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고인의 기망이나 이에 따른 피해자의 처분행위는 충분히 성립될 수 있다. 계속적 거래 과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대금 지급 능력·의사를 의심하게 되었더라도, 기존의 채권 회수 등을 감안하여 피해자가 그 이후에도 부득이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착오나 처분행위의 존재를 곧바로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기망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정하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8432 판결 등)의 법리는 이 사건에 적용할 것이 되지 못한다.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
피고인이 국세청에 제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B과 D의 당기 순이익은 2014년과 2015년 합계 12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회계서류 작성의 근거가 되는 세금계산서 등의 객관적인 거래자료는 이 사건 기록에서 찾기 어렵다. 피고인의 주장처럼 B 등의 매출액 자체는 조작된 것이 아니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포함한 곡물 공급업자들에게 미지급한 대금을 비롯한 부채의 실질적 규모나 그 밖에 사업 운영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 등의 재무상황이 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피고인 스스로도 30억 원 상당의 적자가 났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하였다).
사업권 양도와 관련된 사정들
원심 증인 BG의 증언, 이 법원 증인 BD의 증언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4.경 BD, BG 등에게 D과 B의 사업권을 양도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편취 범행 이후의 사후적 정황에 불과하다. 피고인의 사업권 양도 이후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후적 변제가 이루어졌거나 그 변제를 위한 노력이 있었더라도, 이는 피고인으로부터 경영권을 양수한 BG 등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들과의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제1원심판결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제1, 2원심판결에는 제2항에서 본 대로 직권으로 파기할 사유가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제1, 2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기로 한다.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각 범죄일람표 포함)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제1, 2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