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8. 30. 선고 2018노90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년 6월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운영 및 사실상 노무제공 금지 포함)을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15년으로 정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피해자 E, F, G, H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및 H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2017고합646 중 일부)에 관하여 공소를 각 기각하고, 나머지 점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는데, 피고인만이 유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고, 검사가 위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지 아니하여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등[원심 판시 강간(2017고합390) 범행 관련]

피고인이 피해자 I(이하 해당 부분에서는 '피해자'라고만 한다)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신빙성 없는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3.

판단

가.

직권판단

1)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2018. 1. 6. 법률 제15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이하 모두 가리켜 '성범죄'라 한다)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가 그 각 호에 따른 시설·기관 또는 사업장(이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이라 한다)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일률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운영,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기간(이하 '취업제한기간'이라 한다)을 획일적으로 10년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위 법률 제15352호로 개정되어 2018. 7. 17.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제1항에서 법원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로 취업제한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이하 '취업제한명령'이라 한다)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되,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취업제한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제3조는 "제56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성범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따라 취업제한기간을 정하여 취업제한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심판할 필요가 생겼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 의한 취업제한명령에 대한 판결 부분은 성범죄 사건의 유죄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는 부수처분으로서 원심판결의 나머지 피고사건 부분에 위법이 없더라도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2)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등의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사실오인 등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고, 그 전후 경위, 강간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② 이에 반하여,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 자체가 없다고 진술하다가, 검찰 조사에서부터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외도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곧바로 화해하고 성관계를 하였다고 하기에 피고인의 구체적 경위 설명이 매우 부족한 점, ④ 이 사건 범행 직전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 시도를 하였으나 피해자가 2차례에 걸쳐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세 번째에 이르러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⑤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 후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후 30~40분 간 피고인과 대화를 하였고,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으며, 돈도 빌려주었다고 스스로 진술하고 있는데, 아울러 자신이 피고인에 대하여 많은 돈을 빌려주었고,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면 돈을 변제받지 못할 염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응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다른 성관계는 문제 삼지 않고 구체적 경위를 들어 이 사건 범행만을 범행사실로 고소하였고, 피해자가 무고죄나 위증죄의 처벌을 감수하면서 피해 사실을허위로 진술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어,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에 수긍이 가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강간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신빙성 있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의 관계나 범행 전후의 사정, 피고인과의 대화내용, 피고인이 취한 행동, 강간을 당할 때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자세, 당시 상황, 강간 범행 이후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및 행동, 특히 피해자가 두 차례에 걸쳐 반항을 하다가 세 번째에 강간이 이루어졌던 점 등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과 세부적인 묘사 등을 포함하여 대체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가벼이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앉은 상태에서 허벅지로 피해자의 손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다른 발로는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내어 강간을 하였다는 것인바, 이미 그 전의 두 번에 걸친 몸싸움에 피해자가 많이 지친 상태여서 제대로 된 반항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격 차이(피고인은 당시 164cm에 95㎏ 정도인 반면, 피해자는 비슷한 키에 47㎏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이가 7월 말경부터 급격히 나빠지게 되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일에 피해자의 딸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 합의 하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가 위 성관계 후 샤워를 하고 피고인과 30~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아니라 이후로도 두차례 성관계를 맺는 등 강간 피해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자신의 여자문제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시기에 피해자의 딸이 함께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와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점, 연인 사이로 종전에 합의된 성관계를 맺기도 했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가 샤워를 하였다거나 그 이후 피고인과 두차례 성관계를 맺었다고 하여 이를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 직후 피고인에게 "하다 하다 별 것을 다한다. 이 미친 쓰레기 같은 새끼야, 그래도 너랑 나랑은 끝이야"라며 짜증을 내고 다투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나아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방문 목적을 알고 있었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과 연인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성관계를 한 점, 피고인은 화해의 의미에서 성관계를 시도한 것이고, 피해자의 앞선 두 차례의 반항으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가 무력화 되었으므로, 피해자는 피고인의 억압으로부터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던 점,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땀을 많이 흘린 상태였고 피고인의 건강상태나 신체구조상 피고인이 피해자의 오른손을 허벅지로 눌러 제압한 후 나머지 오른발로 청바지를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점 등의 사정을 내세워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격 차이가 크고, 피해자는 이미 앞선 몸싸움으로 크게 지친 상태여서 더 이상의 저항이 어려웠을 것으로 봄이 합당한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두 번에 걸친 피고인의 몸싸움과 강간이 이루어질 당시 자세나 위치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진술한 바 있는데(첫 번째 및 두 번째에는 피해자의 다리가 침대 위에 올려져 있지 않고, 상체만 침대에 눕혀져 있어 다리가 자유로웠던 반면, 세 번째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전신을 침대 위에 다 눕혀놓았고 몸무게를 다 실어 배 위에 올라 앉았다는 취지), 그 경위나 내용 등이 비교적 자연스럽고 구체적이어서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피해자의 자세에서 피고인이 한쪽 발로 조금씩 밀어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때 연인관계였다가 헤어진 사정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가 굳이 무고죄나 위증죄의 처벌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강간범행 부분만을 특정하여 허위로 피해사실을 진술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 및 변호인이 내세우는 사정들만으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양형부당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