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6. 4. 선고 2020나242 판결

주문

1.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제1심판결 중 일부를 아래 '2. 고치는 부분'과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가.

제1심판결 '제2의 나. 1)항 부분'을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1)

퇴직 후 사망한 경우에도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참조). 다만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452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는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전인지 후인지를 묻지 않고, 유족에게 자체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그 유족에 대하여 평균임금의 2,720일분(산재보상 1,300일분, 자체보상 1,300일분, 산재 장례비 120일분)을 유족보상금으로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피고 회사 주장과 같이 '조합원이 업무상으로 인하여 재직 중 사망하였을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형 해석에 해당 할 여지가 크다. 피고 회사는 '위 규정은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진폐증과 같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하나, 이 또한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더욱이 피고 회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자체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2)

위 규정은 그 문언상 '피고 회사가 근로기준법상의 유족보상, 장례비를 지급 할 의무가 생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보험급여(유족급여, 장의비)가 지급될 수 있을 때, 위 보험급여에 더하여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이다. 즉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보험급여가 지급되는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피고 회사가 유족에게 자체보상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체보상금 역시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는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근로자의 사망 시점이 퇴직 이전인지 이후인지와는 무관하다.

(3)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형태는 일률적이지 않다.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발병 이후 단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고, 오랜 기간 투병 끝에 사망(이 사건과 같은 진폐증 등)할 수도 있으며, 질병의 발병과 동시에 사망(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등)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사고 직후 사망할 것이나, 장기간 입원 끝에 사망할 수도 있다. 피고 회사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위와 같은 다양한 사망의 형태를 도외시한 채, 사망 시점 및 해당 시점에서의 근로자 지위 유지 여부라는 우연하고도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4)

특히 업무상 생긴 질병이 매우 중하여 사망이 예상되는 등 퇴직이 불가피한 경우, 그러한 퇴직으로 인하여 사망보상금을 받게 되지 못하는 결과는 부당하다. 또한 이러한 경우 피고 회사 주장에 따르면 자체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퇴직을 하지 않은 채 휴직을 하여야 하는데, 이때 피고 회사는 휴직기간에 대하여도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게 된다(단체협약 제15조, 제39조). 이러한 결과가 당사자들의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진정한 의사였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5)

피고 회사는 지금까지 재직 중 사망한 경우에만 자체보상금을 지급해 왔고 퇴직 이후에 사망한 경우에 자체보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1980년도 이후 자체보상금 지급 현황(사망근로자 72명)을 밝히고 있다(2020. 9. 18.자 준비서면 제17면). 그러나 위 72명 중 69명은 업무상 사고(매몰, 추락, 감전, 폭발, 압사, 낙석 등)로 사망한 사례로서 원칙적으로 '퇴직 이후의 사망'이라는 개념을 상정할 수 없다. 나머지 3명은 업무상 질병(뇌출혈,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는데, 질병이 발생한 시점과 사망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알 수 없으나, 병명에 비추어 보아 단기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위 자체보상금 지급 현황이 근로자가 퇴직 이후 사망한 경우에는 자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나.

제1심판결 '제3의 나. 2)항, 3)항 부분'을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2)

관련 법령

3)

판단

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의 해석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는 본문에서 근로자 또는 유족에게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에 갈음하여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하고, 그 단서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별급여를 받은 경우와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는 장해위로금 및 유족위로금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의 내용 및 구조상 위 규정 본문은 위로금 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손해배상 청구권임을 밝히는 것이고, 단서에서 위로금 청구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 단서 제2호에 의하면, 근로자 또는 유족이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라 진폐에 따른 장해, 퇴직 또는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받은 경우에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을 청구할 수 없다. 반대해석상 근로자 또는 유족이 장해위로금 또는 유족위로금을 먼저 지급받은 경우에도 그 금액의 한도 내에서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은 약정에 따른 보상금으로서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갖는 진폐예방법상의 위로금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나, 이중보상금지의 원칙상 보상금과 위로금의 중복 수령을 금지함으로써 형평을 기하려는 것이 위 규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나)

이 사건의 검토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하였을 때 유족에게 자체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그에 따른 이 사건 자체보상금은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 제2호 단서에서 정한 '사업주와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에 해당한다(원고 주장과 같이 단체협약이 아닌 근로자 등과의 개별적 합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원고는 망인의 사망 이후인 2016. 8. 17.경 부칙 제5조 및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4조에 따라 유족위로금 129,681,870원을 지급받았는바(갑 제3호증, 2019. 7. 22.자 근로복지 공단 태백지사 사실조회회신서), 개정 전 진폐예방법 제26조 단서 제2호에 의하여 그 금액만큼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가 제한된다.

한편 망인은 2004. 6. 3., 2014. 6. 19., 2014. 10. 29. 합계 50,556,930원의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았는데, 피고 회사는 이에 대하여도 원고의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가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해위로금과 유족위로금은 그 성격과 귀속 주체가 달라 보상금 청구의 제한 여부도 별개로 파악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자체보상금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의 문언상 유족과 피고 회사 사이의 합의에 따른 보상금이지, 진폐근로자에 대한 보상금이 아님이 명백하고, 달리 장해위로금에 대응하는 보상금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자체보상금 청구를 함에 있어 장해위로금의 공제 여부를 논할 것은 아니다.

결국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자체보상금 216,149,460원에서 유족위로금 129,681,870원을 공제한 나머지 86,467,5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의 이 부분 항변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은상 김시원

각주1) 진폐에 따른 보험급여의 경우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2010. 11. 21. 이후에는 유족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진폐유족연금이 지급된다.

각주2) 진폐에 걸린 근로자가 생전에 진폐위로금을 자신의 건강관리 및 생활안정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종전에 진폐근로자에게 지급하던 장해위로금과 진폐근로자의 사후에 유족에게 지급하던 유족위로금을 통합하여 진폐근로자에게 진폐재해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개정 후 진폐예방법 규정은 진폐위로 금의 종류가 변경된 것 외에는 개정 전과 거의 동일하다.

각주3) 2004. 6. 3.자 금원은 개정 전 진폐예방법상의 장해위로금이고, 2014. 6. 19.자 및 2014. 10. 29.자 금원은 장해등급 변경 및 평균임금 정정으로 인한 추가 지급 금원이다.

각주4) 원고가 이 사건 자체보상금을 먼저 수령하고, (상속인의 지위에서) 장해위로금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를 상정하면 더욱 명확하다. 이 사건 자체보상금은 유족위로금에 관한 합의에 따른 보상금이므로, 이 사건 자체보상금 수령 여부가 장해위로금 지급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