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3. 22. 선고 2021나1679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인천 부평구에서 ’C‘이라는 상호의 학원(이하 ‘이 사건 학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2011. 4. 5.경 피고에게 이 사건 학원의 피아노 강사로 고용된 이래 2020. 1. 10.경까지 근무해온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9. 12. 16. 피고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이 사건 학원으로 돌아와 남편을 기다리던 중, 원장실 책상 위에 있던 교재비 보관함에서 1천 원권 10장(10,000원)을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절취사실’이라 한다).

다.

피고는 CCTV를 통해 위 나.항의 사실을 확인하고, 2020. 1. 10. 원장실로 원고를 불러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위 대화 후 원고는 이 사건 학원에서 짐을 정리하여 나갔고, 이후로는 출근하지 않았다.

라.

피고는 2020. 8. 28. 이 사건 절취사실에 대하여 인천지방법원 2020고약2739호로 벌금 3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3, 4,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절취사실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켰는바, 이는 해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았고, 같은 법 제23조에 정한 정당한 사유도 없었으므로, 위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위 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고,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서 2014. 6. 18.자 업무제휴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되, 그 기간을 합의 하에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약정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에 따른 최종 연장합의일인 2019. 6. 18.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20. 6. 17.경 위 근로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본안전항변을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분쟁은 2020. 1. 10.경 피고가 일방적으로 원고를 해고하였는지, 아니면 원‧피고 쌍방의 합의에 의하여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는지를 주된 쟁점으로 하고, 뒤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2020. 1. 10.경 합의해지로 이미 종료되었다고 판단되므로, 이와 달리 그 후 2020. 6. 17.경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가정적 사정에 기초한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한편,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고는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피고의 부당해고로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 지급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된 것이라고 다투므로 위 근로계약의 종료사유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2, 5, 6, 8, 9, 10호증<1>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를 일방적으로 해고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2020. 1. 10.경 묵시적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절취사실 전에도 원장실에서 돈을 종종 분실하는 바람에 CCTV를 설치하였다. 원고의 동료강사였던 D은 ‘원고가 원장실의 교재비 보관함에서 현금을 태연히 꺼내 저녁식사 비용으로 지불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2020. 1. 10. 피고와의 대화에서 원장실의 돈을 몇 번 가져간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교재비 보관함의 돈을 저녁식사 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고가 허락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위 1의 다항 기재와 같이 피고가 2020. 1. 10. 원고에게 이 사건 절취사실을 지적하며 “이제 우리 같이 일 못 하겠죠?”라고 말한 것은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뜻을 일방적으로 통지한 것보다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한 의사를 타진하여 보는 것에 가깝다고 해석된다.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20. 1. 1. 인터넷 채용사이트에 피아노전임강사를 구하는 구인공고를 올린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위 강사의 구인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학원에서 원고를 계속 근무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단지 위와 같은 구인공고를 올렸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를 해고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원고는 피고가 1,0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함에 대하여 단지 2020. 1. 14. 피고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반성하며 살게요’, ‘합의금을 마련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마련하긴 했는데…‘, ’제가 최대한으로 끌어모아서 준비했는데 200 준비됐어요…‘, ’선처 좀 부탁드려요‘라고 선처를 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뿐, 그 무렵 피고에게 이 사건 학원에서 계속 근무하겠다고 요구하거나, 피고가 원고를 고소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근무를 그만두겠다는 등의 의사표시는 한 사실이 없다.

④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원고는 약 9년간 피고 운영의 이 사건 학원에서 근무해왔던 점, 원고는 2019. 12. 16. 당일 저녁식사 비용을 지불한 답례로 피고로부터 한우구이 세트를 선물 받았는데, 이에 대해 고맙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와중에 이 사건 절취사실과 같이 피고의 돈을 절취하였음이 추후 밝혀지기도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와의 신뢰 파괴, 미안한 감정 등으로 인해 이 사건 학원에서 계속하여 근무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2020. 1. 10. 피고의 의사 타진에 따라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에 따라 원‧피고 사이에서 근로계약을 더 이상 존속시키지 아니할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 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나,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이 부분 제1심 판결을 취소하여 원고 청구기각의 판결을 할 수는 없고, 제1심 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형원 심웅비

각주1) 원고는 을 제5, 8호증의 문서(각 사실확인서)에 대해 부인한다고 답변하였으나, 그 형식적 증거력 유무, 즉 그 문서가 증거신청당사자에 의하여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기하여 작성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다투는 취지로 주장하지는 않았으므로(원고의 항소이유서 기재에 의하더라도 ‘위 각 사실확인서의 작성자들이 피고의 근로자 및 가족들로서 피고가 요구하는 대로 작성된 것이기에 그 성립을 부인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입증취지 내지 증명력을 부인하는 취지로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