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2. 23. 선고 2023나2051060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일부를 제2항에서와 같이 고쳐 쓰고, 원고들이 이 법원에서 강조하거나 추가하는 주장에 대하여 제3항에서 추가 판단을 덧붙이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쳐 쓰는 부분

○

2면 16행의 "장해를 입은 시기"를 "장해를 입은 시기와 장해등급"으로 고쳐 쓴다. ○ 2면 17면 아래의 표를 아래의 표로 교체한다.

○

3면 11행의 "을 제1, 2호증" 을 "을 제1 내지 3호증"으로 고쳐 쓴다.

3.

추가 판단

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여부

1)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2016. 1. 30. 이 사건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안(갑 제8호증)을 통하여 피고(이하 편의상 '피고'와 '피고 회사'를 함께 사용한다)에게 대체채용을 요구하였는데, 피고가 2016. 2. 17.자 공문(갑 제10호증)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채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부친들은 피고 회사에서 퇴직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의사표명은 신의성실에 반하여 원고들 부친의 퇴직이라는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의 부친들은 6급 이상의 장해로 인하여 퇴직한 것으로 의제되어야 하고,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원고들의 고용계약 체결의 청약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민법 제150조 제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원래 존재했어야 하는 상태를 일방 당사자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발현된 것으로서(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2757 판결 참조), 누구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태를 통해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23054 판결 참조). 여기에서 일방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조건부 법률행위 등을 하게 된 경위나 의사, 조건부 법률행위의 목적과 내용, 방해행위의 태양, 해당 조건의 성취가능성 및 방해행위가 조건의 성취에 미친 영향, 조건의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다266645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신의성실에 반하는 조건성취 방해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 1. 30.자 교섭 요구안(갑 제8호증)에서 "현재 6급이상의 재해를 가지고 근무하는 조합원들은 개인 의견을 반영하여 합의 시점 이후 6개월 내에 전원 채용하도록 한다"는 교섭요구안을 피고에게 제시하였다. 위 교섭요구안은 2015년 단체교섭 당시 이 사건 노동조합에 의하여 제시된 것일 뿐, 원고들이 위 교섭요구안을 통하여 원고들 자신들에 대한 대체채용을 요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가 2016. 2. 17. 이 사건 노동조합에 발송한 공문(갑 제10호증, 이하 '이 사건 공문'이라 한다)에는 "노사는 실무협의를 통해 우선채용 무효판결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였으나, 최근 고 L 기사의 유족들이 항소를 제기한바, 이에 대한 법률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단협 97조와 관련하여 언론보도 등 사회적 비난이 거센 가운데 노사간 협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므로, 고 L 기사의 재심 결과에 따라 단협 이행 여부를 판단하자는 입장을 통보 드리오니 노조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즉, 이 사건 공문은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이행방안을 당장 협의하기 보다는 상급심 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에 그 이행방안을 논의하자는 피고 회사의 입장을 이 사건 노동조합에 통보한 것에 불과하고, 이와 달리 이 사건 공문을 '조합원이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하더라도 그 직계가족 등을 특별채용하지 않겠다'는 피고 회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③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는 '피고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고 정해져 있다. 위 조항의 문언에 의하면,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거나 업무상 장해로 퇴직한 경우에 특별채용의 대상이 되고, 업무상 장해와 무관한 사유로 퇴직하거나, 퇴직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채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원고들의 부친들은 장해 발생 이후 이 사건 공문 발송일까지 이미 9년 이상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설령 이 사건 공문 발송을 특별채용을 거부하는 취지의 의사표명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업무상 장해로 인한 퇴직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나.

2021년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합의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무효인지 여부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2021. 7. 29.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2021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조항은 아래와 같이 개정되었다(을 제1호증 34면).

나)

한편 피고는 2021. 7. 20.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2021년 단체협약 체결일 이전에 장해등급 1급 내지 6급에 해당하는 산업재해 장해를 입은 재직 근로자를 특별채용의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2021년 말일 기준 만 59세 이상인 경우는 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별도 회의록을 작성하고(갑 제9호증, 이하 '2021년 별도 회의록'이라 하고, 그 중 2021년 말일 기준 만 59세 이상인 재직 근로자를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부분을 '이 사건 단서조항'이라 한다), 이를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2021년 별도 회의록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21년 별도 회의록과 같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6급 이상의 산업재해를 입은 재직 근로자를 특별채용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도, 2021년 말일 기준 만 59세 이상인 재직 근로자의 경우는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이 사건 단서조항을 추가하였는바, 이 사건 단서조항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에 위반되거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부친들에 대하여는 무효인 이 사건 단서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2021년 별도 회의록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고는 2021년 별도 회의록에 따라 원고들의 고용계약 체결의 청약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3)

관련 법리 등

가)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 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4)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과 2021년 단체협약(2021년 별도 회의록 포함)을 체결하면서 그 단체협약 체결일 이전에 산업재해를 당한 재직 근로자를 특별채용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되, 정년퇴직과 같이 산업재해와 무관한 사유로 이미 퇴직하였거나 2021년 말일 기준 만 59세에 달하여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단서조항에 따른 노사합의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금지하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기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강행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2021년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시행되고 있던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의하면, 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업무상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한 경우 특별채용 대상에 포함되나, 업무상 6급 이상의 장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정년퇴직과 같이 업무상 장해와 무관한 사유로 퇴직하거나,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2021년 단체협약과 2021년 별도 회의록에 의하면, ㉠ 2021년 단체협약 체결 이후 업무상 재해를 입게 되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4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한 경우로 특별채용의 범위를 축소하는 대신, ㉡ 2021년 단체협약 체결일 이전 업무상 6급 이상의 장해를 입은 조합원의 경우에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어서 일응 업무상 재해와 퇴직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도 특별채용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특별채용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와 같이 이미 업무상 6급 이상의 장해를 입고 재직 중인 조합원을 특별채용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그에 대한 예외로 2021년단체협약 체결일 기준 정년퇴직이 임박한 근로자를 위 혜택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하는 이 사건 단서조항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전에 시행되고 있던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특별채용의 범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

2021년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업무상 장해를 입은 근로자의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 적용되어 정년퇴직과 같이 업무상 장해와 무관한 사유로 퇴직한 조합원의 경우에는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었고, 이는 2021년 별도 회의록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므로 2021년 별도 회의록에 따라 이미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특별채용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업무상 장해와 무관한 퇴직사유인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조합원을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노사합의를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나 2021년 단체협약 제97조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업무상 장해로 퇴직한 근로자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021년 별도 회의록은 그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별도회의록 작성 당시 원고 A, B, D의 부친들은 모두 이미 정년퇴직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단서조항에 따라 특별채용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고 C의 부친은 1995년 업무상 6급의 장해를 입은 이후에도 2021년 단체협약 체결 당시까지 약 25년 이상 재직하다가 2022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업무상 장해로 인하여 가족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기에 이 사건 단서조항을 포함한 2021년 별도 회의록은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서조항을 포함한 노사합의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정현경 송영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