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1. 29. 선고 2024노2088 판결

주문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집시법<1>위반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피고인들이 I시청 J(이하 '이 사건 청사'라고 한다) 앞에서 이 사건 면담을 요구한 행위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고, 집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집회 장소를 이 사건 청사 앞으로 이동하여 이 사건 면담을 요구하면서 청사에 진입하려는 행위가 이 사건 집회의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집회에 대한 종결 선언 요청, 자진 해산 요청, 각 해산명령에 대한 경찰서장의 위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종결 선언 요청을 집회 주최자에게 하지 않았으므로 종결 선언 요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1차 해산명령과 2, 3차 해산명령이 상당한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해산명령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2)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피고인들은 I시 L과장과의 면담 요청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운이 사건 청사 안으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려 하였을 뿐이므로, 이를 제지한 경찰공무원들의 행위는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나)

피해자 N이 입은 상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성립하기 위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해자 N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는 피고인 A의 독자적인 행위에 의한 것일 뿐 다중의 위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 B는 공동정범으로 책임

을 지지 않는다.

3)

정당행위로 인한 위법성조각

이 사건 다음날 이 사건 청사에서 I시측과 면담이 이루어졌고, 피고인들이 집회에서 주장하던 사항에 관하여 당심 계속 중인 2024. 9. 26. D노조 E지부 AB분회와 AC 및 AD 사이에 합의가 체결되었다. 피고인들의 요구사항이 정당하였음이 증명되었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은 주체, 목적, 시기, 수단, 방법 등에 있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하고 I시는 이 사건 노동조합 활동을 수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4)

양형부당

원심의 형(각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2>

1)

피해자 O, P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는 피해자들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가 성립하기 위한 상해에 해당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경찰공무원들이 이 사건 청사의 진입을 막은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인지 여부

1)

쟁점

피고인들과 집회참가자들이 당초 신고한 대로 집회를 진행하다가 이 사건 청사에 진입하려고 시도하자 경찰공무원들이 진입을 막으면서 이 사건 집회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고, 그 결과로 이 사건 집시법위반행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행위가 발생하였다. 경찰공무원들이 집회참가자들의 이 사건 청사 진입을 막은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가 이 사건 집시법위반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성립의 전제가 되므로, 우선 이 부분에 관하여 본다.

2)

관련법리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무집행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직무 권한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며, 직무행위로서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 ·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즉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8도2993 판결 등 참조).

3)

인정사실

가)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 약 100~150명이 담당 과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 청사 앞으로 이동하여 청사로 진입을 시도하자 이 사건 집회의 질서유지 업무를 담당했던 G경찰서 정보관 R은 노조집행부인 T에게 "이것은 신고 범위 이탈이고 집시법위반으로 해산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였고, 시청 소속 청원경찰들은 이 사건 청사 부근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였다. 그럼에도 집회참가자들의 청사진입 시도가 계속되자 정보관 R은 집회 종결 선언 요청을, 경비과장 Q은 해산명령을 하였다(다만 경찰공무원들이 그 집회를 해산시키기 위한 적극적이고 강제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나)

집회참가자들과 시청 담당 과장 사이에서 면담 절차에 관한 조율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집회참가자들은 검침원 등을 고용한 가스회사에 대한 관리 · 감독권이 있는 시청 소속 담당 과장이 연좌 장소로 나와서 면담할 것을 요구하였고, 시청 측에서는 검침원 등과 가스회사 사이의 인건비 문제에 시청이 관여하기 어려운 입장이어서 면담에 응하기 어렵고, 면담을 하더라도 대표자를 선정하여 진 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91면).

다)

청사 공무원들이 퇴근할 무렵 약 20여 명의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의 좁은 입구 부분으로 몰려와 '면담을 하게 들여보내달라'는 취지로 소리치면서 경찰공무원들을 밀치는 행위를 10여 분간 지속하였고, 같은 날 18:10경 경찰공무원들의 3차 해산명령이 있은 뒤 18:20경 피고인들이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어 연행된 후에도 해산하지 않다가 같은 날 19:00경 이 사건 청사로 진입하여 8명은 로비에서 대기하고 17명은 로비와 출입문 사이에서 대기하였다. 시청 관계자가 같은 날 19:20경 청사에 진입한 집회참가자들에게 퇴거요청서를 전달하였으나 집회참가자들은 퇴거요청서 수령을 거부하였다. 시청 담당 과장과 집회참가자들 사이의 면담 진행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집회참가자 측에서는 10명이 사무실에 입실하여 면담할 것을 요청했으나 시청 측에서 거부하여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고, 청사에 있던 집회참가자들은 청사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청사 내에서 취침하였다.

4)

판단

가)

I시청은 I시의 행정을 총괄하여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 실내에서 불특정 다수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회를 하는 경우 공무원과 민원인의 업무처리를 방해하고 시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충돌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관공서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임의로 집회를 할 것까지 허용되어 있는 개방된 장소로 보기는 어렵다.

나)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 진입을 시도한다는 연락을 받고 시청 소속 청원경찰들이 청사 정문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한 점이나 시청 측에서 집회참가자들의 면담 요구에 대하여 대표자를 선정하여 면담을 진행하도록 요구한 점으로 보아, 이 사건 청사 관리자는 집회참가자들 다수가 이 사건 청사에 진입하는 것이 청사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청사에 들어가서 담당 과장과의 면담만을 진행할 목적이었을 뿐 관공서 내에서 집회를 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집회참가자들이 요구하는 면담 방법(담당 과장이 연좌 장소로 나와서 면담하거나 집회참가자 10명이 면담하는 방법)과 시청 측에서 수용할 수 있는 면담 방법에 차이가 있어 면담 절차가 원활하게 주선되지 않고 있었고, 집회참가자들은 규모를 이루어 면담 절차 이행 등 동일한 요구사항을 집단적으로 표출하면서 청사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사건 청사로 진입할 경우 청사 내에 있는 공무원과 민원인 및 청사시설에 영향을 끼치거나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킬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도 집회참가자들은 3회에 걸친 해산명령이 발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명이 이 사건 청사에 진입한 뒤 시청 관계자의 퇴거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일몰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장시간 청사 내 일부를 점거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옥내집회를 강행하였다.

라)

경찰공무원들은 이 사건 청사 정문에서 집회참가자들이 청사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소극적으로 막았을 뿐 집회참가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집회를 해산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마)

이 사건 청사 관리자의 의사, 집회참가자들의 규모와 집회의 진행상황및 시간, 실제 청사에 진입한 이후 옥내집회가 진행된 양상 등에 비추어 보면, 경찰공무원이 청사 관리자와의 의사연락 하에 현장에서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에 진입할 경우 청사의 평온과 시설관리권을 침해하고 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 청사로의 진입을 막기로 결정하고 청사의 진입을 소극적으로 제지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의 범죄행위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소결론

경찰공무원들이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의 이 사건 청사 진입을 막은 공무집행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

집시법위반의 점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에 따라 해산명령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고, 절차상으로도 해산명령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청사에서 약 100m 가량 떨어진 집회에 참여하다가 곧바로 이 사건 청사 출입구 방향으로 이동한 뒤 반복하여 청사에 출입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의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행위를 한 점,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시청 담당 과장과의 면담이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집회의 성격도 더불어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 출입구 앞으로 이동하여 이 사건 면담을 요구한 행위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던 중에 대부분 이 사건 청사 출입구로 이동하여 청사에 진입하려고 한 점, 경비과장 Q이 이 사건 집회참가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2022. 5. 24. 15:44경 1차 해산명령을 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인 같은 날 18:05경 2차 해산명령, 같은 날 18:10경 3차 해산명령을 하기는 하였으나, 1차 해산명령 이후 경찰공무원들을 밀고 당기는 행위가 소강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에 해산명령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 뿐이고, 퇴근시간이 임박하여 집회참가자들이 다시 동일한 요구사항을 대외적으로 외치면서 청사에 진입하려고 시도하여 다시 2차 및 3차 해산명령으로 나아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해산명령은 동일한 집회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1차 해산명령과 2, 3차 해산명령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집회 신고서에 기재된 개최장소, 시위방법, 시위진로방법에 이 사건 청사로 진입하는 상황에 대한 기재가 없고, 연락책임자 T로부터 이 사건 청사로 진입하는 상황에 대하여 전달받은 사실도 없으며, 15:30경 무렵 집회참가자들 중 누군가가 시청 책임자를 만나러 가자고 발언하면서 갑작스럽게 이 사건 청사에 진입하는 방법으로 면담을 요구하게 된 것이어서, 이 사건 면담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청사 내 진입을 시도한 것이 당초 신고한 집회에서 예정한 것이라거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청사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공무원들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 N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 앞에서 한 집회는 당초 신고한 집회의 개최목적, 장소, 방법에 뚜렷이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집시법 제20조 제1항은 "관할경찰관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제2항은 "집회 또는 시위가 제1항에 따른 해산 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 없이 해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집시법 시행령 제17조는 구체적인 해산명령 절차로 (i) 종결 선언 요청, (ii) 자진 해산 요청, (iii) 해산명령 및 직접 해산을 정하고 있다. 위 집시법 제20조 및 집시법 시행령 제17조의 문언을 종합하여 보면, 관할경찰관서장은 집시법 제20조 제1항 각 호에 위반하는 집회 및 시위가 있을 경우 '상당한 시간' 내에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청하고, 집회 및 시위 참가자들이 '지체 없이' 해산하는 움직임이 없을 경우 자진 해산할 것을 명할 수 있다는 절차적 요건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위 규정들을 근거로 집시법 시행령 제17조 각 호의 종결 선언 요청, 자진 해산 요청, 3회에 걸친각 해산명령이 각각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집시법 각 해당법령을 위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집회 참가자들의 규모 등을 고려해 자진 해산 요청 및 각 해산명령은 집회참가자들이 해산명령을 듣고 해산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적 간격을 필요하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집회참가자들은 자진 해산 요청 직후 지체 없이 해산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찰공무원들에게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나간 점, 종결 선언 요청 및 자진 해산 요청 사이에 2분, 자진 해산 요청과 1차 해산명령 사이에 4분, 1차 해산명령과 2차 해산명령 사이에 2시간 21분, 2차 해산명령과 3차 해산명령 사이에 5분의 각 시간적 간격이 있고, 종결 선언 요청부터 3차 해산명령 시점까지의 시간적 간격은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이 해산을 하고자 하였다면 충분히 해산에 이를 수 있는 시간인 점, 특히 2차 및 3차 해산명령이 이루어진 것은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 출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공무원들과 충돌하였기 때문인데, 이 사건 청사 진입을 시도하던 인원은 약 20여 명으로 2차 해산명령과 3차 해산명령 사이 5분의 시간 동안에도 충분히 해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경찰공무원들의 종결 선언 요청, 자진 해산 요청 및 각 해산명령이 충분한 시간적 간격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2)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이 정한 해산명령의 요건을 갖추었고 경찰공무원들이 절차에 따라 해산명령을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이하에서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주장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부가적으로 판단한다.

가)

해산명령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집시법이 신고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현실로 개최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제16조 제4항 제3호에서 정한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서 신고 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야 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신고 내용과 실제 상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본 다음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도12609 판결 참조).

이 사건 집회는 당초 I시청 내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의 면담을 예정하고 있지 않았고, 집회 중 경찰공무원의 주선으로 면담 절차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면담 방법에 관한 입장의 차이로 실제 면담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피고인들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이 면담 절차의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이 사건 청사로 진입을 시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집회참가자들과 청사 진입을 막는 경찰공무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청사 진입을 막는 경찰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이 정당함에도 이 사건 청사로 진입하기 위해 경찰공무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감행하는 집회방법은 집시법이 금지하는 집회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집회의 주최자가 예상치 못하여 신고를 누락하였거나 집회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와 같이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당초 신고한 집회의 목적,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하게 벗어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해산명령의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

(1)

해산명령 관련 권한이 적법하게 위임되었는지 여부

I시경찰청 및 경찰서 위임전결 규칙, 경찰청 2024 경비경찰 길라잡이(검사가 당심에서 제출한 증거순번 46, 48)에 의하면, 관할경찰서장은 위임전결 규칙 등을 통해 집회시위 및 상황관리권한을 경찰서 정보과장, 경비과장, 기동단 경비계 경찰관등에게 위임하고 있고, 그에 따라 집회에 대한 종결 선언 요청권한은 정보과장에게, 종결 선언 요청 이후 자진 해산 요청 및 해산명령권한은 경비과장에게 위임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과 집회참가자들이 집회신고서에 기재한 집회장소를 벗어나 이 사건 청사로 이동하여 진입을 시도하려 하자 현장에 있던 정보관 R이 정보과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종결 선언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3> 현장에 있던 경비과장 Q은 정보관으로부터 무전으로 종결 선언 요청을 했다고 보고받은 후 자진 해산 요청부터 3차에 걸친

각 해산명령을 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집회에 대하여 이루어진 종결 선언 요청, 자진 해산 요청 및 각 해산명령은 G경찰서장으로부터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공무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집회에 대한 종결 선언 요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집시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에 의하면, 종결 선언의 요청 주최자에게 집회 또는 시위의 종결 선언을 요청하되, 주최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주관자· 연락책임자 또는 질서유지인을 통하여 종결 선언을 요청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R이 이 사건 집회의 연락책임자인 T와 이 사건 집회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고 종결 선언도 T에게 한 것으로 보인다. R이 이 사건 집회 주최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T에 대하여 한 종결 선언 요청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

설령 종결 선언 요청이 위 규정에 적시된 종결 선언 요청의 대상에게 행하여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제17조 단서에 의하면, 종결 선언 요청의 대상이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없는 경우에는 종결 선언의 요청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그 이후에 이루어진 자진 해산 요청 및 해산명령이 집시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점, 종결 선언 요청에서부터 3차에 이른 해산명령에도 불구하고 집회참가자들은 해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공무원들의 방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청사로 진입하기까지 한 점, 종결 선언 요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집회의 주최자나 연락책임자가 집회의 종결을 선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종결 선언 요청 과정에서의 하자가 그 이후에 이루어진 자진 해산 요청 및 해산명령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의 점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의 행위가 다중의위력을 행사하여 경찰관들을 폭행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고, 피해자 N이 입은 상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며, 피고인 B에 대해서도 피해자 N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면담 요청은 당초 신고된 이 사건 집회의 장소에서 벗어난 이 사건 청사 출입구 부근에서 이루어졌고,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은 이 사건 청사 출입을 시도하며 약 10여 분 동안 경찰공무원들을 몸으로 밀어붙이는 등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점, 이 사건 청사 출입구 부근에 모인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의 수는 약 20여 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였으며, 비록 이 사건 청사 출입구를 막고 있던 경찰공무원들에 비하여 그 수가 월등히 많아 보이지는 않으나, 이 사건 청사출입구는 2~3명이 통과할 정도로 협소하였고, 피고인들과 집회참가자들은 합세하여 이 사건 청사 출입구 부분에 대열을 갖추고 서있던 경찰공무원들을 집중적으로 밀어낸 점,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피고인들을 포함한 남성 집회참가자들이 앞장서서 경찰공무원들을 밀어내거나 당기는 등의 적극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점,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맞추어 다른 집회참가자들 또한 경찰공무원들을 몸으로 밀어내고 잡아당기는 등의 행위를 하고, 피고인 A은 '이 사건 청사에 왜 못들어가게 막느냐', 'I시민이 I시청에 들어가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반복해서 소리지르는 등의 행위를 한 점, 피고인들과 집회참가자들의 행동으로 경찰공무원들의 대열이 흐트러지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다중의 위력을 보이면서 경찰관들을 폭행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2022. 5. 24. 18:11경 이 사건 청사 출입구 부분이 촬영된 동영상에 의하면, 피고인들을 포함한 집회참가자들이 이 사건 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반복하여 경찰공무원들을 이 사건 청사 출입구 쪽으로 밀치자 피해자 N 및 경찰공무원들은 피고인들과 집회참가자들의 이 사건 청사 진입을 지속적으로 막는 대치상황이 발생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집회참가자들의 대열에서 이탈한 피고인 A이 갑작스럽게 피해자 N에게 달려들어 피해자 N의 왼쪽 팔 부위를 잡아당겨 피해자 N이 경찰공무원들의 대열에서 이탈하게 끌어낸 다음, 팔 전체를 이용해 피해자 N의 몸을 감싸 넘어트리려고 하는 장면이 확인된다.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행동은 다수의 집회참가자들과 경찰공무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집회참가자들이 반복적으로 이 사건 청사의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공무원들의 뒤편에 위치한 이 사건 청사 출입구로는 퇴근하는 I시청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출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바, 피고인들로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대열을 유지하고 있던 피해자 N을 밀쳐내고 끌어내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동영상 내용 및 피해자 진술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 A과 피해자 N의 체격 등의 차이는 육안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나고, 피해자 N은 집회참가자들을 막기 위해 다른 경찰공무원들과 팔짱을낀 상태로 버티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 A의 손에 이끌려 그대로 대열에서 이탈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피해자 N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가해진 힘이 컸던 것으로 보이고, 끌려나가지 않게 버티는 과정에서 피해자 N의 무릎 부위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피해자 N에 대한 각 진단서의 병명 및 상해 부위는 피해자 N이 상해를 입은 과정에 관한 진술과 부합하고, 비록 각 상해의 정도가중하지 않더라도 그 누적된 효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2)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의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및 피해자 N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라.

정당행위인지 여부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집회에서 주장하던 사항에 관하여 당심 계속 중인 2024. 9. 26. D노조 E지부 AB분회와 AC 및 AD 사이에 합의가 체결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당심에서 제출된 2024. 9. 26.자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서 참조). 그러나 피고인들 및 집회참가자들의 이 사건 집회가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집회가 이루어진 경위와 경과, 양상, 그로 인한 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집회는 이 사건 청사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랐다고 볼 수 없고, 경찰공무원에 대한 폭력 등 물리력을 동반한 것으로 조합활동으로서의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행위의 목적이나 동기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3.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로 피해자 O, P이 입은 상처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서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들과 검사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양형사유는 대부분 원심에서 이미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관하여 새롭게 참작할 만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들의 나이와 성행,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양형 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재권(재판장) 송미경 김슬기

각주1) 이하 원심에서의 약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각주2) 원심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제16조 제4항 제2호 위반으로 인한 집시법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각주3) 증인 R은 원심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일단 종결 선언 요청할 때는 정보과장이 종결 선언 요청을 하라고 보통 지시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보관이 그 집행부를 만나서 종결 선언 요청을 하게 된다. 이 사건 집회에서도 그랬을 것 같다. 현장에 있는 모든 정보관은 종결 선언 요청을 할 수 있다.", "나를 비롯하여 3명의 정보관이 현장에 있었고 정보과장은 집회가 여러 군데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현장에 없었으나 나중에 왔던 것으로 기억하며, 주정보관이 자신이었기 때문에 내가 종결 선언 요청을 하였을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