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2. 14. 선고 2024누48079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2018. 3. 12.경 영천시 소재 금형제조업을 영위하는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품질관리 및 납품관련 내근업무 등(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을 수행하던 자이다.

나.

원고는 2021. 5. 25. 15:50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중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곧바로 D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위 병원에서 뇌실질 내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다.

원고는 2021. 5. 26. 이 사건 업무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신청을 하였고, 이에 피고는 2021. 11. 23.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원고에게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나 단기/만성 과로 기준을 초과하는 업무시간이 확인되지 않는 점,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고혈압과 비만, 흡연 및 음주 등 개인적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요양급여신청을 불승인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2. 2. 21.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2. 10. 13.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있었고, 원고가 평소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시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등 만성적인 과로에 노출되어 있었던 점에 더하여 제1심법원 및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회신결과의 일부 기재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과 이 사건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원고의 업무내용 원고는 2018. 3. 12.경부터 이 사건 상병 발생일인 2021. 5. 25.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개발팀 소속으로 다음 기재와 같이 제작 중인 금형의 품질 관련 협의, 샘플 납품 일정 협의 및 납품, 거래처의 요청사항 현장 전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원고의 근로형태 원고는 고정 주간근무로 1주 기준 5 ~ 6일(격주 토요일 휴무) 근무하였다. 근무시간은 ‘평일 08:00 ~ 20:00(수요일 08:00 ~ 17:00), 토요일 08:00 ~ 15:00’이고, 휴게시간은 ‘점심시간 12:30 ~ 13:30, 저녁시간 17:00 ~ 17:30’이 원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업장은 출퇴근 기록기를 통해 근태를 관리하고 있었는바, 피고는 근태카드 및 위와 같은 원칙적인 근무시간, 휴게시간 등을 기준으로 아래와 같이 원고의 업무시간을 산정하였다.

3)

원고의 건강상태

가)

신체조건 및 생활습관

나)

건강보험 건강검진 주요 결과

4)

의학적 소견

가)

제1심법원 및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보완)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회신결과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제1심법원 및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 회신결과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 4, 5호증, 을 제2 내지 4, 8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E병원장 및 H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보완)촉탁결과, 이 법원의 E병원장 및 H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종사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는, 제1항 제2호에서 근로자가 일정한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규정하면서, 제5항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하 ‘인정 기준’이라 한다)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를 들면서[제1호 가.목 3)], 그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제1호 다.목], ‘구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55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그 위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형식·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3]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인정 기준’의 위임에 따른 이 사건 고시는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에 대한 내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고시에 따라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며[I. 1. 다.목 후단],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과 작업 조건에 따른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고려사항으로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인지 여부, 또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인지 여부는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2)

한편,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으로서 이 사건 고시 I. 1. 다.목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고,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근태카드 및 원칙적인 근무시간, 휴게시간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 업무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51시간 45분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 피고가 작성한 재해조사서에는 업무부담 가중요인 요소(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5시간 이상 시차변화 노출)에 각 ‘비해당’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1. 11. 18.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등 만성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바, 업무적 부담에 의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힌 사실, 3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한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는 2022. 10. 13.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1시간 45분으로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1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상회하였다 하더라도 특기할 만한 가중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정신적 긴장이 높으며 휴일이 부족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여러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장기간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으로 인정되는바, 원고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인정 기준 제1호 가.목 3)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2018. 3. 12.경 입사하여 이 사건 상병 발생일 당시인 2021. 5. 25.에 이르기까지 약 3년 2개월 동안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전체 기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의 취지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한 이후 수행한 이 사건 업무는 주로 거래처로부터 제작 요청사항을 받아 이를 납품하고, 납품 후에도 수시로 거래처가 요청할 때마다 거래처를 방문하여 납품한 제품의 불량 및 이의제기, 추가 요청사항 등을 취합하여 이에 대해 답변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등 거래처를 상대로 하는 업무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간 원고의 평균 업무시간을 ‘51시간 45분’으로 산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와 같은 업무시간은 기계적으로 원고의 1일 휴게시간을 1시간 또는 1시간 30분으로 산정하여 공제한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작성한 재해조사서에는 ‘근무시간 이전이나 근무시간 이후 업무 관련 메일이나 카카오톡을 주고받는 등 업무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거래처로부터 13시까지 방문요청을 받은 날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정해진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날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나, 해당일 휴게시간 중 실질적인 근무시간을 산정하기는 어렵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 F도 사업장 확인서 및 원고의 산재업무를 대리한 노무사의 요청으로 작성한 사업주 문답서에 ‘휴게시간에 거래처 방문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 원고의 정확한 출장내역이나 일정 파악은 어렵다. 거래처로 출장하는 경우 원고 본인이 판단하여 가는 도중 식사 및 휴식을 실시할 수 있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 복귀한 후에는 별도 휴게시간은 없다. 원고가 재량껏 잠깐 휴식할 수는 있다. 오전 및 오후 각 10분의 휴게시간 중 거래처로부터 연락이 오면 받을 수 있어 위 휴게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기재하였다. 실제 원고가 제출한 거래처와의 메시지에 의하면 피고가 작성한 업무시간 조사표(을 제2호증의 1)상 20:00경 퇴근한 것으로 확인되는 2021. 4. 2. 22:45경 거래처로부터 민원 연락 혹은 지속적인 업무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다)

원고가 수행한 이 사건 업무는 주로 거래처를 상대하는 업무로 수시로 거래처가 요청할 때마다 거래처를 방문하거나 요청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하는 내용이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와 거래처 직원 사이에 오간 메시지에 의하면, 거래처가 원고에게 일방적이고 돌발적으로 시간을 통보하고 그 시간 내 거래처 방문 또는 특정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업무 내용 및 형태에 의하면, 이 사건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쉽지 않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나아가 1 이 사건 사업장은 원고가 만 30세의 나이에 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한 첫 사업장이었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에는 카드POS기 A/S기사로 단기간 근무하는 등 이 사건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2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이전부터 상당 기간 동안 경력 10년 이상의 G 부장을 포함하여 2명의 직원이 이 사건 업무를 함께 수행하였고, 4년 가량 근무한 직원이 퇴사함에 따라 원고를 새로 채용하여 계속 2명의 직원이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원고 입사 후 약 10개월 뒤인 2019. 1.경 G 부장이 퇴사하였고, 이후로는 이 사건 사업장의 경영 악화 등의 사유로 직원 보충 없이 원고가 혼자 이 사건 업무를 맡게 된 점, 3 특히 G 부장은 10년 이상의 관련 경력을 가진 자로서, G 부장 재직 당시에는 거래처와의 품질·일정 협의 등 거래처 대응 업무는 주로 G 부장이 맡아왔으나, G 부장의 퇴사 이후에는 관련 경력이 전무한 원고가 위 업무까지 오롯이 도맡아 하게 된 점, 4 원고는 관련 경력이 거의 전무하여 당시 거래처 대응 업무에 상당히 미숙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원고가 피고에 제출한 확인서에 의하면 원고는 ‘거래처에서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하였으며, 원고가 G 부장 퇴사 이후 이 사건 사업장에 수차례 충원을 요청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업주는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고, 공장장 등 다른 직원이 원고와 이 사건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점[오히려 원고의 위 확인서 기재에 의하면, 공장장이 “왜 나한테까지 연락이 오게 하느냐”면서 원고를 질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G 부장의 퇴사 이후 원고의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마)

또한, 이 사건 업무는 주로 거래처 직원을 상대하면서 그들로부터 요구사항 또는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고객응대업무 내지 민원처리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고객응대업무 내지 민원처리업무의 경우, 업무시간 및 휴게시간 등으로 평가되는 절대적인 업무량을 떠나 정신적·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위험성이 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원고가 담당한 거래처 대응 업무 등의 이 사건 업무는 업무량을 떠나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는데, 원고는 다수의 거래처로부터 근무시간 전후, 평일·휴일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품질, 납품 일정 등 관련 요청사항을 받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래처에서는 ‘A대리님(원고), 제발 좀 기차 떠나고 나서 뭐 해달라고 좀 하지 마세요’, ‘수정 안 되면 다음에 사장님 들어오라고 해요’, ‘앞으로 이 사건 사업장 것은 직접 와서 재고 파악하고 맞춰서 부품 공급하십시오’, ‘한번 더 누락되면 누락되는 회사는 대표이사님 직접 방문해서 소명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등 원고에게 수차례 항의를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이와 같은 대면업무의 특성상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을 대신하여 다수의 거래처와의 갈등 상황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거래처의 요청사항을 끊임없이 처리하여야 했고, 위와 같이 업무처리 결과에 따라 자신은 물론 이 사건 사업장 및 그 사업주에도 불이익 등이 초래될 가능성까지 있었으므로, 근로시간 내에 계속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상태에서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신체적 건강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업무환경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비록 원고의 근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원고는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장기간 담당함으로써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바)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점심·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8시간(수) 또는 10시간 30분(월·화·목·금), 격주 토요일에는 6시간을 근무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라 근로시간 도중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30분 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확보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휴게시간이 온전히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79조 제1항에서 정한 바와 달리 원고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지도 않았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담당한 업무는 위 규칙 제669조 제5호 및 제6호에서 정한 바와 같이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작업(장시간 근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음에도,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원고를 채용할 당시부터 건강진단결과 등을 참고하여 ‘고혈압’ 등 여부를 확인·고려하여 적절한 업무에 배치하면서 직무스트레스 요인이나 건강문제 발생가능성 및 그 대비책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도 아니한바, 이러한 이 사건 사업장의 근무환경은 단순히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근무 강도를 가중시켜 이로 인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적법한 근무환경에 비하여 과도한 수준에 이르게 하였음을 의미한다.

(사)

또한, 1 원고는 거래처들로부터 정해진 근무시간 전후는 물론 휴일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았는데, 비록 원고가 실제로 위와 같은 거래처의 연락에 즉답을 하거나 그 요청사항에 관한 업무를 곧바로 수행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거래처들이 원고에게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도 연락하는 등의 사정은 원고가 퇴근 이후 및 휴일에도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할 것인 점(심지어 원고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거래처에서 공장장 등 다른 직원에게 연락하였고,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공장장 등은 원고를 질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원고의 정해진 근무시간만 보더라도 원고는 평일은 물론 격주 토요일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업무를 수행한 점, 3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2021. 5.에는 휴일인 어린이날, 석가탄신일에도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는 ‘휴일이 부족한 업무’에도 해당한다.

2)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한편, ‘현행 고용노동부고시’는 기존의 고시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가 삭제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은 개정 경위와 목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생 전인 2018년경부터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아왔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 2, 3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E병원장 및 H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보완)촉탁결과에 의하면, 1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일 원고가 후송된 D병원의 의무기록지에는 ‘평소 혈압 높다는 이야기 들었으나 medication은 하지 않는다고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다수 의견과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영상검사결과, 우측 기저핵 부위의 뇌실질 내 출혈이 확인되는데, 이는 고혈압성 자발 뇌출혈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은 고혈압과 비만, 음주, 흡연 등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하였다’라고 판단한 사실, 3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역시 ‘이 사건 상병은 고혈압, 비만, 음주, 흡연 등 개인적 위험요소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회신하였고,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신경외과)는 ‘원고의 건강상태 등으로 보아 다른 요인 없이도 이 사건 상병 발생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유력한 요인은 이 사건 업무보다는 원고의 고혈압, 흡연, 음주, 비만 등 개인적 요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회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원고가 다양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장기간 복합적으로 노출된 환경에서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더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 10,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수행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와 그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하여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서의 기초질환인 고혈압이 발병하였거나 적어도 그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고, 이로 인하여 결국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가)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원고가 3년 이상의 근무 경험으로 돌발적 상황에 어느 정도 숙달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실제 매출량이나 업무량이 줄어들었고 업무의 일부는 현장 직원과 함께 수행한 점, 원고에게는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었고, 원고는 장기간 흡연, 음주를 하였으며, 비만 상태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미친 기여도가 낮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업무로 인하여 과로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여부는 법원이 증거조사에 기한 사실인정 및 법적·규범적 평가를 거쳐 판단하여야 할 사안에 해당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정신적 긴장이 크며 휴일이 부족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1 이 사건 업무는 고객응대업무 내지 민원처리업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위험성이 있는바, 업무량 또는 숙련도에 따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가 감소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2 이 사건 업무는 이 사건 사업장이 거래처의 요청에 따라 제작한 새로운 샘플에 관한 품질 관리를 거쳐 완제품을 납품하고 납품한 제품의 불량 개선 방안을 협의하는 등의 업무로서 과거에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여 그와 다른 제품과 관련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업무라고 보이지 않는 점, 3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전체 기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하는데, 이 사건 사업장의 2019년도 매출액은 2018년도 대비 약 40% 증가하였고, 2020년도 매출액은 2019년도 대비 20%밖에 감소하지 않았으며, 원고는 물품 제조 업무가 아닌 거래처 대응 업무를 주로 수행한바, 이 사건 사업장의 매출액 감소가 곧바로 원고의 업무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사업장의 매출액 감소로 인하여 거래처들을 관리하는 원고에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 4 원고는 G 부장퇴사 이후 혼자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 사건 업무의 일부를 다른 직원과 함께 수행하였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는 점, 5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이전부터 고혈압 증상이 나타났다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고, 원고의 건강검진 결과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2018년부터 고혈압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는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이전부터 고혈압 등 기초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의 소견은 원고의 업무 및 진료기록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고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위 소견은 원고의 청구원인을 배척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나아가 위 소견은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인과관계의 존부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 소견은 원고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나)

한편, 다른 진료기록감정의(신경외과)는 ‘원고의 업무시간이 이 사건 상병을 발병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정도로 업무상 가중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위 진료기록감정의(신경외과)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바, 원고가 수행한 이 사건 업무의 내용, 원고의 업무시간, 업무환경 등에 관하여 별다른 고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소견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위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이 사건 업무의 강도나 원고가 받은 스트레스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업무의 강도와 부담이 이 사건 상병 발생에 미친 기여도보다 원고의 개인적인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이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힌바,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업무와 전혀 무관하다는 취지로 보이지 않고,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혈압이 이 사건 상병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위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원고의 고혈압과 이 사건 업무와의 관계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은 다른 모든 요인들보다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다른 진료기록감정의(신경외과)는 ‘원고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던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은 고혈압과 흡연 등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 상병은 고혈압이 절대적 위험요인이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1 원고의 건강검진 결과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2018년 말경부터 고혈압 증상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는데, 원고는 2018. 3.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바, 원고의 고혈압 증상은 이 사건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2018년 이전에도 원고에게 고혈압 증상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는 찾을 수 없는 점, 2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온 점, 3 특히 원고의 선임이던 G 부장의 퇴사로 원고는 2019. 1.경부터 G 부장과 함께 수행하던 업무를 혼자 처리하여야 하였고, 이 사건 사업장의 2019년도 매출액은 2018년도에 비하여 약 40% 증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2019년도의 경우 원고의 업무량과 업무강도는 2018년도 대비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혈압 수치는 2018. 11. 30.자 건강검진 당시 150/90mmHg(경도 고혈압 수준)에서 2019. 12. 28.자 건강검진 당시 178/115mmHg(중증도 이상 고혈압 수준)로 약 20% 상승한바, 이러한 원고의 혈압 수치는 당시 증가한 업무량 및 업무강도와 관련성이 높다고 보이는 점, 4 원고의 고혈압 수치는 2019년도 건강검진 당시 위와 같이 178/115mmHg로 측정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업무에 따른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2018년도 건강검진 당시 150/90mmHg로 측정되었으며, 2020년도 건강검진 당시에는 150/94mmHg로 측정되었는바, 이 사건 상병 발생 이전 원고의 일반적인 혈압 정도는 경도 고혈압 수준<1>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5 이 사건 상병 발생 직후 원고의 혈압은 190/100mmHg로 측정되어 원고의 위와 같은 평소 혈압 수치에 비하여 급격히 상승한 점, 6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 학과)는 ‘의학지식상 고혈압 환자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급격한 감정 변화는 혈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심박수와 혈관 수축을 증가시켜 혈압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회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고혈압 증상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및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고혈압의 발병 내지 악화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이른 것으로 추단함이 합리적이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 입사 이전부터

의(직업환경의 학과)는 ‘의학지식상 고혈압 환자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급격한 감정 변화는 혈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심박수와 혈관 수축을 증가시켜 혈압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회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고혈압 증상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및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고혈압의 발병 내지 악화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이른 것으로 추단함이 합리적이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 입사 이전부터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이와 같이 원고에게 이미 존재하였던 고혈압이라고 보더라도, 1 의학적으로 통상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뇌출혈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점, 2 진료기록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가 참고한 연구 결과(갑 제13호증)에 의하면,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 집단은 이 사건 상병의 발병률이 40~48시간을 근무하는 집단에 비하여 4.18배 높고, 48~52시간을 근무하는 집단은 40~48시간을 근무하는 집단에 비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률이 1.88배 높은 점, 3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 사건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인 원고가 기존부터 앓고 있던 고혈압과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거나 촉진·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라)

원고가 고혈압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적절한 치료나 관리를 다하지 않은 점, 원고는 장기간 흡연과 음주를 하였고 비만인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의 사정이 존재하나, 원고의 2020. 11. 19.자 건강검진 당시 혈압(150/94mmHg)은 경도 고혈압 수준이었고, 평소에 별다른 건강상 문제없이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상태였던바, 다른 요인의 개입 없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자연경과적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고 보이고[진료기록감정의들(직업환경의학과, 신경외과)은 ‘원고의 고혈압의 강도와 과거력, 그리고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다른 요인이 없었더라도 이 사건 상병의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2019년도 및 이 사건 상병 발생 직후의 혈압 수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위 혈압 수치는 당시 급격한 업무강도 증가 등 원고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고의 평소 혈압 수치가 그와 동일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고혈압 증상은 이 사건 업무로 인하여 발병 내지 악화되었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소견만으로 이 사건 상병의 자연적 발병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상병과 이 사건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는 원고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이 사건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원고의 흡연·음주 습관 및 비만 등 건강상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이 사건 상병과 업무 간의 관련성을 배제시킬 정도의 현저한 위험인자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면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마)

피고측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도 ‘원고의 주장과 같이 업무 관련 메일이나 메신저 등의 내용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업무시간을 인정할 수 있고, 경력 사원이 퇴사한 후 업무 부담이 가중된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신용호(재판장) 정총령 조진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