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9. 5. 선고 2024누67933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아래 표 고인들은 분진 작업장에서 종사하다가 진폐 판정을 받고 요양하던 중 사망한 사람들이고, 원고들은 고인들의 유족이다.

나.

피고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고인들의 장해일시금을 산정하여 수급권자인 원고들<3>에게 지급하였다.

<1><2>

다.

이에 원고들은 장해일시금 지급결정 시까지 증감한 평균임금에 따라 장해일시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산정한 장해일시금과 이미 지급된 장해일시금 사이의 차액을 지급해 줄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관계 법령에 따라 직업병이 확인된 날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하는데, 직업병이 확인된 날이라 함은 그에 관한 진단서나 소견서의 발급일이다."는 이유로, ① 2020. 2. 24. 원고 A, 고 B, 고 C, 원고 D, 원고 E, 원고 F, 원고 G, 원고 H, 원고 I, 원고 J에게, ② 2020. 3. 12. 원고 K에게, ③ 2020. 3. 20. 원고 L에게, ④ 2020. 4. 13. 원고 M, 원고 N, 원고 O, 원고 P, 원고 Q, 원고 R에게, ⑤ 2020. 4. 20. 원고 S, 원고T에게 각 장해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

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6조 제3항 본문은 보험급여를 산정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난 이후에는 매년 전체 근로자의 임금 평균액의 증감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하되, 그 근로자의 연령이 60세에 도달한 이후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평균임금을 증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균임금의 증감 제도는 오랜 기간 보험급여를 받거나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보험급여를 받을 때, 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일 또는 진단 확정일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 보험급여액을 정할 경우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2103 판결 참조).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평균임금 증감 제도를 둔 취지에 아래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2010. 5. 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된 산재보험법 시행 전에 지급 사유가 발생한 진폐에 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산정하는 경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지급을 거부하거나 늦춤으로 인하여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급여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19두45616 판결 참조).

1)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 본문은 평균임금을 증감하여야 하는 경우를 특별히 한정하고 있지 않고, 평균임금 증감의 종기에 관해서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2)

피고는 ① 유족보상연금이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의 평균임금을 연금 지급 시까지 증감을 하고, ② 유족보상일시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사망 시까지 증감을 하며, ③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 자체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특정일로 앞당긴 후 증감을 하는(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2810 판결에 따른 실무 처리) 등 보험급여의 실질적인 가치가 유지되도록 평균임금 증감의 시기나 종기를 다양하게 적용하여 평균임금을 증감하고 있다.

3)

통상적인 경우에는 재해근로자가 장해를 진단 받아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지급 신청을 하여 곧바로 피고로부터 지급 결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장해진단일부터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을 늦춘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은 지연보상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의 지급 거부나 지체가 불법행위에 이르지 않는 한 재해근로자가 손해를 보전 받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 미비의 상황에서 부당한 지급 거부 또는 지체 시 보험급여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하는 것은 재해근로자의 보호와 행정의 적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평균임금 증감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들의 최종 진폐 진단일 혹은 관련 장해등급 신설일의 평균임금 또는 그때까지만 증감한 평균임금을 토대로그들의 장해일시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1)

진폐근로자의 경우에는 '요양' 중이라도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1999년부터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상당 기간 동안 계속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해왔다. 또한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따라 요양 중인 진폐근로자에 대하여 장해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한 2017. 5. 8. 이후에도, 피고는 진폐근로자의 장해급여 지급 신청에 대해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또다시 지급을 거부하였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선고되자, 결국 피고는 2018. 2.경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기로 하는 내부 기준을 마련하여 진폐근로자에게 장해급여 등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2)

고인들에 관한 장해일시금의 지급결정은 그 최종 진폐 진단일 등으로부터 적게는 12년, 길게는 23년가량이 경과한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그런데 고인들에 관한 장해 일시금 지급결정이 위와 같이 늦어지게 된 것은 1)항에서 언급한 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들이나 고인들의 잘못으로 지급결정이 지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찾아볼 수 없다.

3)

그리고 고인들의 최종 진폐 진단일 등과 장해일시금 지급결정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감안하면, 전자의 평균임금을 기초로 혹은 그때까지만 증감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장해일시금을 산정할 경우 그 실질적 가치는 필연적으로 현저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다.

피고는, 진단과 동시에 장해를 인정하는 진폐증의 경우 요양 중에도 휴업급여와 함께 장해보상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는 중복보상 방지를 위해 휴업급여 상당액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받는데, 장해보상일시금 수급권자가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증가한 평균임금으로 산정한 장해급여와 장해위로금을 지급받으면서 이미 지급한 휴업급여 상당액을 공제하지 않으면 중복보상을 초래하게 되고, 장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와의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각 처분사유는 "직업병이 확인된 날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장해보상일시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의 산정 방법에 관한 것인데, 피고가 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직업병이 확인된 날의 평균임금에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 증감을 하더라도 장해보상연금 수급권자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중복보상에 해당하는 휴업급여를 공제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이 사건 각 처분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기본적 사실관계도 동일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문제라기보다는 피고가 그동안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을 지연함으로써 초래된 문제이므로, 그 결과적 불평등의 심화를 이유로 이 사건 각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거나, 이 사건 각 처분이 위법함에도 이를 취소하여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중복보상 및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을 늦춤으로 인하여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 해당하여 원고들의 장해보상일시금의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산재보험법 제36조 제3항 본문에 따라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증감해야 한다고 보는 이상(피고가 제기하는 중복보상의 문제는 장해보상일시금의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증감하여야 하는지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기지급 휴업급여가 장해보상일시금의 지급 지체로 그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한 데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달리 장해등급 제13급이 신설된 2003. 7. 1. 당시 또는 기존 진폐증 진단일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장해보상일시금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는,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증감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장해급여 등을 산정하는 경우 약 2,20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이에 따라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므로 행정소송법 제28조에 따른 사정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위법한 때에는 이를 취소함이 원칙이고, 그 위법한 처분을 취소·변경함이 도리어 현저히 공공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극히 예외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정판결을 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요건인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한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취소·변경하여야 할 필요와 그 취소·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사태 등을 비교·교량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두83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달성되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 및 복지 증진은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로서 입법자 내지 주권자인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가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예산상의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재해근로자에게 응당 지급하여야 하는 장해급여 등을 지급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행정소송법 제28조 제2항, 제3항에서 '법원이 사정판결을 함에 있어서는 미리 원고가 그로 인하여 입게 될 손해의 정도와 배상방법 등을 조사하여야 하고, 원고는 행정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의 청구를 당해 취소소송이 계속된 법원에 병합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애초에 예산상의 문제는 사정판결의 요건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마.

피고는, 미지급 보험급여의 수급권자인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산재보험법 제81조, 제65조 제1항, 제2항, 제4항에 따른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가 후순위 유족에게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제65조 제3항을 준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보험급여 수급권자인 고 W, AD가 사망하면서 B, C가 각 그 배우자로서 소송을 진행하였지만, 유족인 B, C가 사망한 이상 보험급여 수급권은 소멸하고 후순위자에게 승계되거나 자녀들에게 상속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산재보험수급권은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이 강한 장해급여이고, 고 W, AD 및 각 그 배우자 B, C가 사망할 당시 장해급여 지급요건도 충족되어있었던 상태이므로 그 장해급여 수급권은 금전채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4538 판결의 취지 참조), ②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유족이 그 수급권 자체를 새롭게 취득하는 성격의 권리가 아니고, 유족이 그 보험급여의 수급권을 수급권자로부터 승계하는 비일신전속적 재산권에 해당하는 점, ③ 공무원연금법 제33조, 군인연금법 제12조, 사립학교 교직원연금법 제38조는 각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급여를 받을 유족이 없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한도의 금액을 유족이 아닌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이 없을 때에는 그 사망한 사람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여 상속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두고 있으나, 산재보험법령 자체에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산재보험법 시행령 제77조는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자 결정에 관한 규정으로, 위 조항이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의 상속을 제한하는 규정이라 보기는 어렵다), ④ 위와 같이 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그 상속을 제한하거나 수급권을 소멸시키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일반법인 민법에 따라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은 상속의 대상이 되어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⑤ 미지급 보험급여는 본래 원수급권자 생전에 지급되었어야 할 것으로, 원수급권자가 미지급 보험급여를 수령하지 못함으로써 사망 당시 선순위 유족이 생활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측면이 크므로 그 생활보장을 위해 그로 인한 수급권을 선순위 유족에게 승계되도록 한 것으로 보이고, 선순위 유족이 사망한 경우 기존 생활보장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여 발생한 채무는 상속인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미지급 보험급여 수급권을 선순위 유족의 상속인에게 상속되도록 하는 것이 산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영창(재판장) 정총령 조진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