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7. 13. 선고 2017가단20156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93년경부터 서울 시내버스 운영회사인 피고 회사에서 버스기사로 근무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16. 11. 10. 요로결석 등의 증상으로 입원을 하였는데, 치료 중 급성 폐렴증상이 나타나 2015. 11. 12. '급성 호흡 부전증, 만성 호흡부전'으로 중환자실에입원하였고, 인공호흡기로 호흡하여야 하는 등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다.

원고의 처 C는 2015. 12. 30. '본인은 질병 사정으로 인하여 2015. 12. 30. 사직을 원한다'는 내용의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원고 대신 작성하여 피고에 교부하였다.

라.

이후 원고는 증세가 호전되어 2016. 1. 13. 인공호흡기 제거를 시도하였고, 2016. 1. 18. 중환자실에서 일반입원실로 옮겼다가 2016. 2. 13. 퇴원하였으며, 2016. 7. 21.경폐기능 호전상태가 양호하여 일상생활 및 직장생활이 가능할 정도라는 소견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5, 9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원고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자 원고의 처 C에게 이 사건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건강이 회복될 경우 복직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여 C가 이를 작성한 것인데, 원고는 C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위임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사직서는 무권대리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 구하고, 2016. 8.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0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피고는 이 사건 사직서 작성당시 C에게 원고의 복직을 약속한 바 없으며, C가 2015. 12. 28. 피고의 직원에게 전화하여 원고의 건강상태로는 시내버스 운전을 할 수 없고, 병원비용도 감당할 수 없으니 사직하여 퇴직금을 받고자 한다고 하여, 피고의 직원이 C로부터 이 사건 사직서를 교부받았을 뿐이다. 이후 C가 2016. 1. 6. 원고의 주민등록증과 인장을 지참하고 피고 회사를 방문하여 퇴직금 수령을 위한 양식을 작성하였고, 이에 피고가 2016. 1. 7. 원고의 우리은행 계좌에 퇴직금을 입금하였다. 원고가 2016. 8.경 피고에게 복직을 요구하였으나, 이미 원고는 사직처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에 따르면 질병으로 인한 휴직기간은 90일을 초과 할 수 없고, 휴직기간 만료일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 복직을 하지 않는 경우 해고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의 복직신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C가 원고를 대리하여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사회통념상 부부 일상 가사대리권의 범위 내의 행위에 해당하여 유효하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는 표현대리에 해당하고, 또한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하고, 실업급여도 수령하였으므로,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

3.

판단

가.

사직 의사표시의 무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C가 원고를 대리하여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당시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나.

사직 의사표시가 일상가사대리로서 유효한지 여부

민법 제832조에서 말하는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 함은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통상 필요한 법률행위를 말하므로 그 내용과 범위는 그 부부공동체의 생활 구조, 정도와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사회의 사회통념에 의하여 결정되며, 문제가 된 구체적인 법률행위가 당해 부부의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행위의 종류·성질 등 객관적 사정과 함께 가사처리자의 주관적 의사와 목적,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122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사직의 의사표시는 근로계약의 해지 통고라고 할 것인데, 근로계약의 유지 및 종결이 부부의 일상의 가사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계약 해지의 효과로서 퇴직금을 지급받아 위 퇴직금으로 치료비, 입원비 조달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지 의사표시를 일상가사에 관한 법률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부분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표현대리 성립여부

C에게 표현대리의 기본 대리권인 원고를 대리하는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다고 할 것이나,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되려면 원고가 C에게 그 행위에 관한 대리의 권한을 주었다고 피고가 믿었다는 점에 대하여 이를 정당화할 많나 객관적이 사정이 있어야 하는바(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8988 판결 참조), 당시 원고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였고, 피고도 당시 C로부터 원고의 상태가 의식 없이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고 하는 등으로 이를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 원고가 C에게 이 사건 사직서 작성의 권한을 주었다고 믿은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추인 여부

무효행위 또는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은 무효행위 등이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키도록 하는 단독행위로서 그 의사표시의 방법에 관하여 일정한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므로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지만,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112299, 11230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9 내지 21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무권대리 행위로서 무효인 C의 이 사건 사직 의사표시를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는 2016. 1. 18.경 일반병실로 이동하였고, 2016. 2.경 퇴원을 하였으므로 의식이 회복된 이후 원고의 처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여 퇴직처리 되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C도 퇴원 2, 3일 후 원고에게 사직처리된 사실을 이야기하였다고 증언하였다.

2)

2016. 1. 7. 원고의 계좌로 퇴직금 14,117,659원이 입금되었고, 원고가 퇴원한 이후 2016. 2. 23. C의 계좌로 위 퇴직금을 이체하여 모두 소비하였다.

3)

원고는 퇴직금 수령 사실을 알고서도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4)

원고는 피고의 직원이 C에게 원고의 복직을 약속하여서 이를 믿었다고 하였으나 증인 C의 증언 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5)

원고는 피고에게 사직처리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2016. 7. 29. 중부지방고용노동청안양지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하였다(C는 원고가 2016. 7. 22. 피고를방문하여 복직을 요구하였다고 증언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2016. 8.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복직을 요구하였다고 하고 있는바, 위 증언만으로는 2016. 7.에 복직을 요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6)

원고는 이후 2016. 8. 24.부터 2017. 3. 8.까지 9회에 걸쳐 구직급여 명목으로 총 9,030,000원을 수령하였다.

7)

원고는 실업급여 신청 당시 C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법률적으로 무효인지 몰랐으므로 이를 두고 추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법리에서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다는 의미가 법률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에 기하여 법적효력을 정확히 알았을 것을 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는 또한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부당해고를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근로관계의 종결에 관련된 법률행위는 대리에 의할 수 없고, 따라서 무권대리의 추인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따로 규율하는 것은 없으므로, 이는 민법 제660조에 따른 고용계약의 해지 통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고용계약의 해지 통고를 대리행위에 의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고, 더 나아가 추인의 효력이 무효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