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9. 7. 20. 원고들에게 한 별지 목록 기재 각 징계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화물운송종사자들이 구성한 노동조합으로서 의사결정기구로 총회,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 조직으로 시․도 소재 조합원 400명 내지 3,000명 정도의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지부, 시․군․구 소재 100명 내지 500명 정도 또는 특정 사업장에 근무하는 100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지회, 읍․면․동․리 소재 조합원 50명 내지 200명 정도의 조합원 또는 특정 사업장에 근무하는 30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분회 등을 두고 있다.
원고 A는 피고 H지부 I지회 지회장, 원고 B는 위 지회 총무 및 피고 대의원, 원고 C은 H지부 I지회 J분회 분회장, 원고 D은 위 지회 조직차장으로서 J분회 간부, 원고 E는 K지부 L지회 M분회 분회장이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다음과 같은 징계처분을 하였다.
2018. 7. 6. 피고 원고 A, 원고 B에게 한 징계처분
소속 H지부 I지회
징계처분 내용
원고 A 정권 2년, 원고 B 제명
징계대상사실
⑴ 원고 A는 지회장, 원고 B는 지회총무로서 다음과 같이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였다.
원고 B는 2016. 8. 17. ‘N집회’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O 사업주 P으로부터 1,000,000원을 송금받았다.
원고 B는 2016. 8. 17. O 사업주 P으로부터 회전의자 150개를 제공받았다.
원고 B는 2017. 5. 8. 체육대회 개최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사업주인 ‘Q’ 측, ‘R’ 측으로부터 각 2,000,000원, ‘S’, ‘T’ 측으로부터 각 3,000,000원 합계 10,000,000원을 교부받았다.
원고 B는 2017. 10. 31. O 사업주 P으로부터 지회장 사무실에 비치할 냉장고 1대 270,000원 상당을 제공받았다.
원고 B는 2018. 3. 5. ‘Q’ 측으로부터 조합활동에 필요한 버스 구입비 명목으로 4,500,000원을 교부받았다.
⑵ 위 ⑴과 같이 사업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을 유용하였다.
⑶ 피고 본부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원고 A에 한정).
⑷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였다(원고 A에 한정).
2018. 6. 8. 원고 C, 원고 D에게 한 징계처분
소속 H지부 I지회 J분회
징계처분 내용
원고 C 제명, 원고 D 정권 2년
징계대상사실
원고 C은 분회장, 원고 D은 간부로서 피고의 규약에 위반한 채 ‘U총파업 결의대회’에 불참한 조합원들에 대하여 ‘배차정지’ 징계처분을 하였다.
2018. 7. 6. 원고 E에게 한 징계처분
소속 K지부 L지회 M분회
징계처분 내용: 제명
징계대상사실
⑴ 원고 E는 2015년 파업 투쟁 후 V 전 분회장으로부터 투쟁기금 명목으로 1,000,000원을 수령하였으나 이를 조합에 반환하지 아니하였고, 그 사용내역을 소명하지도 못하였다.
⑵ 원고 E는 조합 회계상 아무런 근거 없이 전 분회장 V로부터 1,000,000원을 수령하였다.
⑶ 원고 E는 피고의 규약에 위반한 채 조합원 V에 대하여 ‘퇴출’ 징계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위 각 징계에 관한 원고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이 사건 소 계속 중인 2019. 7. 20. 원고들에 대한 기존 징계처분을 철회하고 기존 징계처분 보다 감경된 내용으로 별지 목록 기재 각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적법한 징계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거나 그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판단
징계사유의 적법 여부
원고 A, 원고 B
⑴ 각 사업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점
위 원고들은 H지부 I지회 총무이던 원고 B가 이 부분 징계대상사실과 같이 사업주로부터 집회 필요경비, 회전의자, 체육대회 개최비용, 냉장고 1대, 버스구입비 명목의 돈을 각 제공받은 사실을 자인하면서 다만,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의 내부 규율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원고 A는 위와 같은 행위를 직접 실행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단지 지회장 직책에 있었다는 점만으로 원고 A를 징계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고 B가 제공받았다는 금품은 모두 노동조합의 운영 및 활동에 필요한 금품(다만, 버스구입비 명목 4,500,000원은 그 금원 자체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관련하여 지원을 받은 부분은 그 차용 이익에 한정된다)으로서 원고 B가 위와 같이 사용자로부터 조합 운영에 필요한 경비나 물품을 제공받은 것 자체가 언제나 위법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본질상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을 수 없는바(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나. 목 참조)<1>, 원고 B가 위와 같이 사용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으면서 어떠한 기준에 따라 제공받은 것이 아니고 그와 관련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사용자에 대한 금품 요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 B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운영 재원이 사용자에게 일정 부분 의존하게 된 결과에 이르는 등으로 노동조합인 피고의 자주성이 손상될 우려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피고의 규약 ‘G 규정’ 제58조 제1.의 2)가 징계사유로 정한 ‘조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직접 행위자가 아닌 원고 A에 대하여는 적법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A는 당시 H지부 I지회 지회장으로서 총무인 원고 B의 행위에 대하여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바, 원고 B가 금품을 받은 경위, 기간, 가액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지휘․감독하지 아니한 원고 A의 행위 또한 앞서 본 징계사유 ‘조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⑵ 각 사업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금품을 ‘유용’하였다는 점
위 ⑴과 같이 사업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을 유용하였다는 이 부분 징계대상사실은 위와 같이 수령한 금품의 지출에 관하여 지출 증빙을 갖추는 등 적정한 회계 처리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인바, 원고 B가 위에서 인정한 것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 아래에서 사용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것이 아니므로 원고 B가 그와 관련하여 지출 증빙을 갖추지 않았음을 추인할 수 있다. 따라서 회계담당자로서 총무인 원고 B와 그를 지휘․감독할 지회장인 A의 위와 같은 행위는 역시 징계사유인 ‘조고 2012헌바90 결정에서 위와 같은 형식설에 따른 해석을 전제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가 이닌 경우에도 운영비 원조를 금지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금지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위 법상 운영비 원조 금지의 범위를 어떻게 보든지 간에 위 금지의 수범자는 사용자이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 A, B가 법상 금지되는 운영비를 원조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피고의 이익을 해하는 등으로 피고의 내부 규율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고의 내부 규율을 위반한 것으로 피고가 징계권을 발동하려면, 위 원고들의 행위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우려가 발생하였어야 한다.
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⑶ 피고 본부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는 점,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였다는 점(원고 A에 한정)
원고 A는 이 부분 징계사실에 관하여 정확한 징계사유를 알 수 없다고 진술하는바, 이 부분 징계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한 절차 하자를 지적하는 취지로 볼 것이다.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규약으로서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 상벌규정상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위해서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하고(제9조), 징계의 개시는 지부집행위원회의 징계 요청 의결 등으로 이루어지며 이때 징계요청서는 징계 사유의 기재를 포함한 일정 서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제10조). 징계요청을 받은 피고의 중앙집행위원회는 징계위원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며, 상정이 결정된 경우 징계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여야 하고, 진상조사위원회는 징계대상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다(제11조 제1호). 조합원 등에 대한 징계는 징계위원회 의결로 정하고, 지부장의 경우는 대의원대회의 의결로 최종 결정한다(제13조). 징계 처분에 이의가 있는 징계대상자는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재심의 처리는 중앙위원회에서 한다(제17조).
위와 같은 피고의 규약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조합원 등에 대한 징계의 결정에 있어서 징계대상자에게 방어의 기회를 부여하고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권을 보장하는 등 절차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징계의 결정 권한을 한 사람이나 하나의 기구에 두지 않고 단계적 의사결정을 통하여 징계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징계 결정이 신중이 이루어지도록 함은 물론 그 민주적 정당성 또한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 규약의 취지와 법의 일반원칙이라 할 수 있는 적정절차의 원리까지 더하여 본다면, 징계요청 단계에서부터 재심절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징계의 대상이 되는 징계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갑 제1호증의 2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18. 7. 6. 원고 A에게 징계위원회 결과 통보서를 송부하면서 그 결과 통보서에 이 부분 징계사유로 ‘본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조합원 탈퇴 종용’이라고만 기재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징계위원회 결과 통보서는 징계통지서에 갈음하여 송부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받은 원고 A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징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어떠한 징계사유로 징계를 결정하였는지를 전혀 알 수 없어서 피고의 규약이 정한 불복권의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아울러, 위와 같은 기재가 단순히 실무자의 무성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면, 징계절차의 전 과정에서 이 부분 징계사유의 구체적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 A가 진상조사가 개시된 이후 피고 집행부를 비난하며 조합 탈퇴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였고 이는 노동조합을 내부에서 분열시키는 행위로 피고 조직의 결속력과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반 조직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 A의 이 부분 행위는 피고 규약이 정한 일련의 의사결정과정에 비추어 볼 때 중앙집행위원회의 징계위원회 상정 결정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로서 기존의 징계개시결정에 포함된 것이 아닌바, 피고가 이 부분 행위에 관하여 다시 적법한 징계개시절차를 밟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원고 A가 의견표명을 넘어 피고 본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거나, 다른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하였다는 점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그 절차가 피고의 규약에 위반된 것으로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되지 못한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진상조사 단계에서 원고 A가 이 부분 징계사유에 관하여 충분히 고지받고 그에 관한 방어의 기회를 모두 누렸으므로 그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7호증의 기재 또한 조사대상인 원고 A의 위반사실에 대하여 ‘반 조직적인 행위, 조합원 탈퇴서 제출 강요’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그 기재만으로 원고 A가 진상조사과정에서 이 부분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이 하자 있는 징계위원회 결과 통보서를 받은 원고 A로서는 여전히 징계위원회의 최종적인 의사결정 내용을 알 수 없어 불복권 행사를 제약받게 된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원고 C, D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J분회는 소속 조합원 7명이 총파업결의대회 등에 참석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집행부회의, 임시총회의 의결 등을 거쳐 위 7인에게 ‘배차정지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원고 C은 분회장으로서, 원고 D은 분회 간부로서 위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J분회의 위와 같은 징계처분은 앞서 본 피고의 규약이 정한 징계절차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원고들이 위와 같이 피고의 규약에 위반한 징계처분의 의사결정에 관여한 행위는 앞서 본 징계사유인 ‘조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위 원고들은, 위 징계가 J분회 회칙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J분회 회칙보다 상위 규범인 피고의 상벌규정 제8조는 “모든 징계는 본부 규정 제58조 및 본 규칙에 따라 행하여야 하며, 이를 무시한 징계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징계의 절차 등을 폐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의 상벌규정과 상충된 J분회 회칙은 무효이므로 J분회 회칙을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이와 같은 사정은 징계양정에 참작하기로 한다.
원고 E
전 분회장 V로부터 투쟁기금 1,000,000원을 수령하였다는 점
을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부분회장이었던 원고 E는 2015년 파업투쟁 당시 분회장 V로부터 긴급한 상황에서 투쟁 자금으로 쓰라는 명목으로 1,000,000원을 지급받았으나, 원고 E는 그 사용처에 관하여 별다른 증빙을 제시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원고 E가 노동조합의 자금인 1,000,000원의 보관사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앞서 본 징계사유 ‘조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원고 E는 이에 대하여 이 부분 징계사유는 징계시효가 도과되었다고 주장한다. 피고의 상벌규정 제19조 1.은 일반적인 징계시효를 1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1.의 단서 2)는 ‘조합비 등 재정을 유용 또는 횡령한 경우’ 등 조합의 자금 또는 그 회계와 관련한 비위에 관하여는 징계시효의 적용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갑 제3호증 참조), 이 부분 징계사유는 그 예외에 해당한다. 원고 E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전 분회장 V로부터 회계상 근거 없이 1,000,000원을 수령하였다는 점
을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전 분회장 V은 2015년 파업투쟁 후 합의 과정에서 사업주 측으로부터 병원비 명목으로 5,000,000원을 수령하였으나 그 사용처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의심이 제기되 이에 관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고, V은 낚시터에서 원고 E를 만나 파업투쟁 당시 수고한 데에 따른 격려금 명목으로 원고 E에게 1,000,000을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그 사용처를 소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할 때, 원고 E가 V로부터 1,000,000원을 교부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 V의 진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V이 자신의 비위를 감추기 위하여 원고 E에게 위와 같이 돈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고, 을 제5호증의 기재 중 같은 취지로 진술한 W 진술 부분은 V로부터 들은 내용에 불과하므로 V의 위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자료는 되지 않는다. 결국 V의 위 진술을 선뜻 믿을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징계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부분 징계사유는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
규약에 위반한 징계처분을 하였다는 점
갑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M분회는 전 분회장이던 V이 사업주 측 간부를 만나 M분회를 와해해 주겠다고 제안하였다는 비위가 있다고 판단하여 집행위원회의 심의와 조합원총회의 의결을 거처 V에 대한 징계로 ‘퇴출’을 결정한 사실, 원고 E는 당시 분회장으로서 그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본 것처럼, 징계의 절차를 규정한 피고 규약을 위반한 행위로서 위에서 본 징계사유 ‘조합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위에서 본 것처럼, 원고 A, B는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실행하였거나 이에 관여하였고, 원고 C, D은 피고의 규약에 위반하여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시행하였으며, 원고 E는 조합의 돈에 관한 적정한 회계처리를 하지 아니하고, 또 마찬가지로 피고의 규약에 위반한 징계에 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바, 그에 대한 엄정한 징벌을 통하여 노동조합의 운영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피고의 징계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한편,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기존 징계를 일부 철회하고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원고 A 정권 1년, 원고 B 정권 2년, 원고 D 정권 2년, 원고 C 정권 1년, 원고 E 정권 2년으로 각 감경하였다. 피고의 규약에 따를 때, 정권의 주된 효과로 정권기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다(상벌규정 제14조 제2., 갑 제3호증 참조).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결사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의 운영에 있어 ‘민주주의’의 원리가 으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징계는 민주주의 작동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특히 신중하여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모두 피고의 하부 단위 조직인 지회 또는 분회에서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 또는 그를 도운 간부들로서 일정 범위의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 사건의 각 징계사유는 조합의 공적 사무에 관하여 피고의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으로 그들의 개인적 비위가 아니므로 의결기구의 감시나 선거 등을 통한 자율적 시정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의 공적 활동을 문제삼아 피선거권을 제약하게 되면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고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이 위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다 각 원고별로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 대하여 기존 징계를 감경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의 징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 A, B
위 원고들은 노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금품을 사업주에게 부담시켜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 위험을 불러왔음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사업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이 언제나 금지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지원을 받은 사업주에 종속되는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된 결과를 불러왔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 원고들은 나름대로 노동조합의 원활한 운영과 조합원들의 복리 향상을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 원고들은 당시 관행에 따라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사업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는 절차 등에 관한 피고의 뚜렷한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앞의 각주 1)에서 본 것처럼 두 가지 예외를 금지하고는 사업주의 지원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노동조합법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선언되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등 보다 투명한 절차 아래에서 사업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의 행위를 징벌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비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그리고 원고 A와 B는 지회장, 지회총무로서 지회의 운영에 관하여 성실히 노력한 공적 또한 있다.
원고 C, 원고 D
원고들은 ‘U총파업결의대회’에 불참한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가 노동조합 운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그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은 나머지 피고의 규약을 위반한 채 징계 의사결정에 관여하였고, 여기에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원고들이 규약 위반의 징계를 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집행부회의, 임시총회의결 등의 의사결정 절차를 모두 거치기도 하였다(한편, 원고 D은 J분회의 상위 조직인 I지회 조직차장으로서 J분회에서는 집행부회의의 구성원인 간부에 불과하였다. 갑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를 종합하면, 집행부회의에 참석하여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은 13명인데, 원고 D을 징계대상자로 선정한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 피고는 원고 D이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하였다고 하지만, 피고가 그와 같이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위 원고들 또한 분회장 및 분회장을 돕는 간부로서 조직의 운영에 노력한 공적을 참작한다.
원고 E
원고 E가 2015년 당시 부분회장으로서 분회장이던 V로부터 파업투쟁에 필요한 자금 명목으로 1,000,000원을 교부받았다가 그 지출에 관한 증빙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의 명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E가 그 돈을 횡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애초에 V은 원고 E의 상급자이자 분회 자금 보관 사무의 담당자로서 위 돈을 교부하면서 지출 증빙을 요구하기 보다는 파업투쟁이라는 비상 상황에서의 긴요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라는 명목으로 위 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그에 관한 증빙을 요구한 것은 그로부터 3년 정도 경과한 뒤인 2018년경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비위가 피고 규약의 본질적인 부분을 위반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 규약을 위반한 징계의 의사결정에 관여한 점에 관하여는 원고 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쁜 의도가 있지 아니하였고 원고 E이 전적으로 징계를 결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역시 원고 E는 부분회장, 분회장으로서 노동조합의 운영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병률(재판장) 임재남 공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