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0가단20393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 여객 운송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에 고용되어 2017. 6. 1.부터 2019. 12. 31.까지 근무한 택시운전근로자이다.

나.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09.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서울특별시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라.

원고와 피고는 2017. 5. 31. 계약기간을 12개월로 정하고,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 1주 34시간으로 하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연장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피고는 2016. 6. 17. 피고의 노동조합과 사이에 노사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에서 1일 5시간 40분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하여 2016. 6. 1.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바.

피고는 2018. 1. 31. 피고의 노동조합과 사이에 노사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하여 2018. 2. 1.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사.

피고는 2018. 12월경 피고의 노동조합과 사이에 노사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소정 근로시간을 1일 4시간 30분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하여 2019. 1. 1.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호증의3, 4, 갑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2020. 1. 14.경 피고와 사이에 퇴직금 수령시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 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으로써 부제소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받으면서 ‘상기 계산이 정확하며 이의없음을 확인함’,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 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퇴직금 산정계산서 및 퇴직금 지급신청서에 각 서명한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위 문서는 피고가 미리 부동문서로 작성한 양식에 원고가 서명만을 한 것으로서 퇴직금을 지급받고자 하는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징구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청구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는 내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이므로, 피고에게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퇴직금과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의 지급을 구한다’는 것으로서 당사자들의 합의가 최저임금법상의 강행규정 적용에 따른 이 부분 청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위 퇴직금 산정계산서 및 퇴직금 지급신청서상의 기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퇴직금의 지급에 대해서까지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의 임금협정 등은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원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목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이전인 2014년경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노사합의서상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에 의하여 계산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최저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2,642,72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먼저 원고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2016년경에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단축합의가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취업규칙의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득이익의 침해라는 효력배제사유가 없는 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변경의 효력을 부인하여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으므로(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0473 판결), 취업규칙 내지 단체협약이 이미 변경된 이후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원고로서는 피고와 피고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2016년경 노사합의서 이전의 소정근로시간 변경 합의가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임을 이유로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단축합의(이하 ‘이 사건 임금협정 등’이라 한다)가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16년 노사합의서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후 2018. 2. 1.부터 적용하기로 한 노사합의서에서는 1일 5시간, 2019. 1. 1.부터 적용하기로 한 노사합의서에서는 1일 4시간 30분으로 각 변경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갑 제3 내지 8호증, 을 제2, 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노사합의서 등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원고가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원고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②

2018. 2. 1.부터 적용하기로 한 노사합의서에서는 기존 소정근로시간보다 40분 단축하였는데,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위 노사합의서 체결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변경 사이에는 약 9년의 상당한 시기적 간격이 있고, 원고가 입사하기 전 피고가 2012. 11. 7. 설립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으로 변경한 2014년 임금협정 기준으로도 약 5년의 상당한 시기적 간격이 있는데, 그 동안 서울 지역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인상되고, 이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서울특별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2017. 4. 13.자 보도자료(을 제3호증의3)에 의하면, 2016년 서울법인택시의 1일 대당 영업거리가 2013년 대비 14.2km 줄어든 반면, 1일 대당 운송수입은 22,055원 증가하였고, 서울특별시는 2013년 단거리 승차거부 완화를 위해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인상하고, 시계외 할증을 전면 확대하였는데, 전체결제건수는 15만 9000건 감소하였으나(= 75만 6000건 – 59만 7000건), 시계 외 할증 전면 확대 및 앱택시 활성화의 영향으로 건당 영업거리가 2013년 5.79km에서 2016년 6.3km로 8.8% 증가하였고, 요금인상 효과까지 합해져 1건당 영업수입은 2013년 6,327원에서 2016년 7,659원으로 21.1% 증가하였으며, 1대당 일평균 운송수입도 2013년 304,845원에서 2016년 326,900원으로 7.2% 늘었고, km당 수입도 2013년 1,084원에서 2016년 1,228원으로 13.3% 증가하는 등 2016년도 택시운행수입이 승객감소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보다 향상되었으며, 택시에 손님이 실제 탑승하고 이동한 비율인 실차율도 2013년 64%에서 2016년 67%로 소폭 향상되는 등 영업환경이 개선되었다.

③

그런데 원고는 피고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할 뿐, 위와 같은 택시요금의 인상 등의 사정변경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