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적 사실관계
피고는 지상파 방송사인 주식회사 C(이하 ‘본사’라 한다) 계열의 지역방송사로서 춘천시를 포함한 영서북부지역을 대상으로 방송 및 뉴미디어 관련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는 2016. 3. 3.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7. 12. 26. 피고의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다.
피고가 원고를 해임한 사유는 ‘조직통할능력의 부족, 장기간 방송파행의 책임, 경영능력 부재, 사원에 대한 저급한 조롱행위 등으로 인한 회사의 명예와 신뢰 실추, 부당노동행위 등의 실정법 위반’이다.
피고의 정관은 ‘이사의 임기는 취임 후 3년 내의 최종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 종결시까지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이사로서 필요한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였고, 피고로부터 해임되기까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음에도, 피고는 피고의 대주주인 본사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형식적인 해임사유를 들어 이사의 임기만료 전 원고를 해임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385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하여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임기가 정하여진 이사가 그 임기 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당한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권 확보와 경영자 지위의 안정이라는 주주와 이사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규정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법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임기 전에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등 참조). 이때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해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그 부존재를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2006. 11. 23. 선고 2004다49570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원고의 대표이사 취임 및 노사갈등의 발생
⑴ D노동조합 E(이하 ‘본부노조’라 한다)는 언론인들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인 D노동조합 산하의 노동조합으로서 본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피고를 포함한 본사 계열 지역방송사들의 각 소속 근로자들로 각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지부노조’라 하고 그중 피고 노동조합을 ‘피고 지부노조’라 한다)을 지부로 두어 단일 노동조합을 이루고 있다.
⑵ 본사와 그 계열 지역방송사들은 F, G 정권 아래 언론으로서의 비판기능을 상실하고 편파보도를 하는 등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소속 구성원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⑶ 원고는 2016. 3. 3.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는데, 원고 취임 이전부터 피고 지부노조가 전임 대표이사인 H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등 피고 지부노조와 피고 경영진 사이에도 갈등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원고는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발령을 실시하였는데, 피고 지부노조가 2016. 4. 8.경 위 인사발령을 들어 원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할 무렵부터 원고와 피고 지부노조 사이에도 갈등이 본격화하였다.
⑷ 피고 지부노조는 위 대자보 이외에도 2016. 8. 31. 원고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으나 조직개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원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2016. 12. 12. 원고를 위한 고가의 의전차량을 구입하였고 원고가 피고 노조지부장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며 소통을 하지 않고 유치원생보다 못한 치졸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원고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각 게시하는 등 원고와 피고 지부노조 사이의 갈등은 지속되었다.
⑸ 원고는 피고 지부노조의 비난에 대항하여, 피고 지부노조의 지부장 선거를 앞둔 2017. 1. 26. 피고의 사내 게시판에 ‘I’라는 제목으로, ‘피고 지부노조 지부장 J이 본인에게 경영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듯하다. 청개구리처럼 반대만을 위한 반대로 일관한 채 온갖 꼼수를 쓰며 법의 허점을 파고든다. 노조원들을 홍위병인양 몰아가고 있다. 피고는 청개구리 같은 존재 한명에게 휘둘리는 방송사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게시물을 게시하였다.
피고 지부노조 지부장 J에 대한 징계와 노사갈등의 심화
⑴ 피고 지부노조는 2017. 2.경 피고와 임금협약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던 중,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다.
⑵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7. 4. 10. 피고 지부노조에 ‘노조가 부당노동행위 진정, 임금협약 조정신청 등 내부 문제를 외부기관에 알려 법적 문제로 확대시키고 회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여러 차례 게시하였으므로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철회하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라는 취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 등에 관한 회사측 답변’을 발송하였다.
⑶ 또한 피고는 2017. 4. 10. 간부회의에서 원고의 지시에 따라 직무상 의무위반 및 태만 등을 이유로 지부장 J에 대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 결정을 하고, 2017. 4. 11. 지부장 J으로부터 경위서만을 제출받은 외에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2017. 4. 13.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지부장 J에 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 제66조에 따른 업무태만 및 업무실적 저조, 회사업무 차질 및 근무규율 위반’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를 의결하였다.
⑷ 피고 지부노조가 이 사건 징계에 대하여 반발하자, 원고는 2017. 4. 24. 피고의 사내 게시판에 ‘노조지부장 징계에 대한 피고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피고의 경영책임자인 사장 위에 지부장 J이라는 또 하나의 존재가 있는 듯하다. 노조지부장에게 사규를 지킬 것을 촉구하자 지부장은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을 남발하였으며, 지부장이 담당업무인 필러제작 업무를 태만히 하여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게시하였다.
⑸ 피고 지부노조가 이 사건 징계의 부당성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원고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하는 등 노사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던 중, 2017. 4. 26. 외출을 위하여 회사를 나서던 원고가 시위 중인 지부노조원들에게 수차례 혀를 내밀고 고개를 흔들며 조롱하는 행동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와 같은 원고의 행동은 사진으로 촬영되어 여러 언론사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부당노동행위의 판정 및 형사사건의 확정
⑴ 지부장 J은 2017. 5. 26. 이 사건 징계가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위 구제신청 이후로서 징계기간 종료를 열흘 남짓 앞둔 2017. 7. 4. 지부장 J에 대한 재심 징계위원회 미개최를 이유로 이 사건 징계를 철회하였다.
⑵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지부장 J의 위 구제신청에 대하여 2017. 7. 19. ‘이 사건 징계는 징계사유가 일부 인정되기는 하나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고 징계양정도 과다하여 부당하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징계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제4호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는 지부장 J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피고 지부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는 판정을 하였다.
⑶ 피고는 위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10. 26.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
⑷ 원고는 2018. 3. 20. 춘천지방법원 2018고약287호로 위와 같은 내용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범죄사실로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2018. 4. 5. 확정되었다.
본부노조 및 지부노조의 총파업과 원고의 해임
⑴ 한편, 본사 경영진과 갈등을 일으키며 대립하던 본부노조는 2017. 8. 24. ‘블랙리스트 노조파괴 저지, 공정방송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였고, 서울 포함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 1,758명 중 1,568명이 파업에 찬성하였다.
⑵ 본부노조 및 피고 지부노조를 비롯한 각 지부노조는 2017. 8. 31. ‘지역사사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2017. 9. 1. ‘9월 4일 0시부 총파업에 돌입하고, 이번 파업은 송출 등 방송필수 인력을 전혀 남기지 않기로 한 만큼 방송의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총파업 특보를 발행한 후 2017. 9. 4. 총파업을 실시하였다.
⑶ 위 총파업으로 인한 방송파행 사태가 지속되던 중 K단체가 2017. 11. 13. 본사 사장을 해임하기로 결의하였고, 이에 본부노조는 2017. 11. 14. 파업을 잠정중단하기로 하였다.
⑷ 그러나 피고 지부노조는 원고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함으로써 방송파행 사태가 지속되었고, 원고와의 분쟁도 격화되어 원고는 해임되기 전까지 수일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였다.
⑸ K단체 이사회는 2017. 12. 21. 및 2017. 12. 28. 원고를 포함한 전체 19명의 지역 방송사의 사장을 전원 해임할 것을 논의‧확정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17. 12. 26. 피고의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피고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지위에서 해임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8, 10, 11, 12호증, 갑 제22호증의 1, 2, 3, 갑 제26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8호증, 을 제10호증의 1, 2, 을 제11 내지 7호증, 을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 갑 제24호증의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판단
원고가 2016. 3. 3. 피고의 사내이사로 취임하였다가, 2017. 12. 26. 해임된 사실, 피고의 정관상 이사의 임기는 취임 후 3년 내의 최종결산기에 정한 정기주주총회 종결시까지인 사실은 앞서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를 임기만료 전에 이사에서 해임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임한 데 정당한 이유가 없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대표이사 취임 이전부터 이미 피고 노조지부와 피고 경영진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였던 사실, 원고의 인사발령에 대한 피고 노조지부의 반발과 비난이 노사갈등의 시발점이 된 사실, 2017년 총파업은 피고 노조지부만이 아닌 본사노조를 포함한 전체 노조의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사실, 위 총파업과 관련하여 본사 경영진의 사퇴요구가 있었고, K단체 이사회의 지역방송사 사장 전원 해임협의에 따라 원고를 포함한 지역방송사의 사장이 대거 해임되었던 사실은 앞서본 바와 같으나,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본 인정사실 및 앞서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피고 지부노조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의 사내 게시판에 지부장 J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수차례 게시하는 등으로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점, 원고는 피고 노조지부와 갈등과정에서 지부장 J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였는데, 그 징계 과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제4호에 위반하여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등 법령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 원고는 이 사건 징계에 대하여 항의하는 피고 지부노조 노조원들을 향하여 혀를 내밀고 고개를 흔들며 조롱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노사갈등을 격화시켜 노사간의 기본적인 신뢰관계 회복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점, 나아가 위와 같은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됨으로 인하여 공영방송사인 피고에 대한 신뢰와 피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한 데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그 손해액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규(재판장) 이효신 김세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