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20고정1022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구로구 B 2층 C호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로서 상시 7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도소매업을 경영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5. 1.부터 2019. 11. 8.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E의 2019. 5. 임금 600만 원, 2019. 6. 임금 600만 원, 2019. 9. 임금 600만 원, 2019. 10. 임금 600만 원 합계 2,400만 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3722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E에 관하여는 이 사건 회사 및 주식회사 F(이하 ‘이 사건 관계회사’라 한다)을 사용인으로 하여 2019. 4. 1.부터 2019. 12. 31.까지의 연봉을 7,20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가 존재하는 사실, 피고인은 E의 급여 등 합계가 600만 원(기본급 570만 원, 식대 10만 원, 자가운전보조 20만 원)으로 기재된 이 사건 회사의 2019. 5.분부터 2019. 9.분까지 급상여대장이 첨부된 지출결의서에 서명하여 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법리에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E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는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이 사건 회사 및 이 사건 관계회사의 대표이사(각 피고인과 G) 이름 옆에 서명이 되어 있고, 각 회사의 법인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기억이 없고, 위 근로계약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날인된 각 회사의 법인 인감은 E이 보관하고 있던 인감으로 E이 직접 날인한 것이다. 피고인은 E과 근로계약서의 진위, 연봉액 등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한 후 개인적으로 필적감정을 의뢰하였는데, 위 피고인 이름 옆 서명은 피고인의 자필 지출결의서 결재란 서명과 상이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G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같이 이 사건 회사가 사용자로 되어 있거나, 1년 이상 기간에 관한 근로계약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피고인과 G의 서명과 지출결의서상 서명 등의 동일성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는 감정/대조자료 부적합으로 필적 동일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것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피고인과 G의 서명이 피고인과 G이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자료는 없다.

2)

E은 피고인과 G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흔쾌히 서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사용인이 이 사건 회사 및 관계회사 모두로, 계약기간도 1년 이상의 장기간으로 되어 있으며, 임금도 매출 증진에 따라 2023년 최대 연봉 3억 원까지, 이후에도 전년도 매출 성장률에 따라 매년 인상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는 다른 직원들의 근로계약서 등에 비추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E이 입사할 당시 이 사건 회사나 관계회사는 세금과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무를 담당하던 H은 피고인이 E의 자리를 알아봐 달라며 연봉 4,000만 원 정도를 이야기하여 용인하였고,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담당직원에게 E의 2019. 3.분 급여를 연봉 4,000만 원에 맞게 책정하라고 지시하였는데, 연봉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같았다면 반대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G 역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금액이 너무 커서 서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E은 연봉이 7,200만 원이었던 G의 후임이었으나, G은 이 사건 관계회사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었고, 업무 범위도 피고인보다 넓었던 것으로 보이며, E의 경력이나, 입사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이 입사 당시 E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같은 이례적인 조건을 제시해야만 했던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E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피고인은 급여에 관한 지출결의서 결재는 일상적인 업무로, E의 2019. 3.분 최초 급여에 관하여는 지출결의서에 첨부된 급상여대장을 확인하였으나, 이후에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2019. 7.분 급여 결재시 비로소 E의 급여가 잘못 기재된 것을 발견하여 정정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인은 2019. 9.초경 E에게 먼저 연봉액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9. 3.분 급여 지출결의서에 첨부된 급상여대장에는 E의 급여가 ‘기본급 3,233,333원 및 식대 100,000원 합계 3,333,333원’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E은 2019. 7. 4. 위 금액을 기준으로 2019. 3.분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이에 관하여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E이 2019. 3.분 급여로 위 금액을 받기로 한 후 2019. 4.분부터 급여를 월 600만 원으로 변경, 인상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4)

G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연봉이 7,200만 원이라고 알려주었고, E이 실제 결정권한이 있는 피고인과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아닌 관계회사 명의로 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해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G이 서명해주었다는 이 사건 관계회사 명의 근로계약서(연봉액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고, 한편, G은 위와 같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후에도 피고인에게 보고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우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