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기재 각 범죄사실 중 원심판결문에 첨 부된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고 한다) 순번 3번 기재 근로자(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기각 판결을,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는 벌금 10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으므로, 항소심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F, G의 2020년 8월 임금에 대하여
위 임금지급기일 당시에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가 아니었던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전 대표이사가 위 근로자들의 용인을 받아 의도적, 계획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2020. 9. 1.부터 2020. 9. 9.까지의 임금에 대하여
피고인이 근로자들로부터 아무런 근로제공을 받지 못하였고, 근로제공의 결과물을 확인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위 기간동안의 근로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2020. 9. 21.부터 2020. 10. 8.까지의 임금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수원으로 출근하라는 명령을 무시한 채 전 대표이사인 I, H의 지시에 따라 구로 사무실로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피고인은 위 기간동안의 근로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F, G, J는 2020. 9. 1.부터 2020. 9. 6.까지 이 사건 회사의 I 전 대표이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사실, 2020. 9. 7.부터 2020. 9. 9.까지는 I 전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재택근무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기간 동안의 근무는 인정된다』,『① 이 사건 회사의 사업장은 구로 사무실이고, 수원 사무실은 주식회사 M의 사무실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회사의 구로 사무실은 임차 명의만 주식회사 N의 명의로 변경한 것으로 보이고, 사업장의 집기 및 사무용품은 이 사건 회사의 것으로 보이며, 특히 N는 이 사건 회사에 구로 사무실을 전대하였고, 이에 대한 전대동의서가 제출되어 있어 이 사건 회사에서 구로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403, 404쪽 참조), ③ 검사가 제출한 교통카드 이용내역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로 사무실에 F, G, J는 2020. 9. 21.부터 2020. 10. 8.까지 정상 출근하여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410 내지 418쪽 참조), ④ 피고인과 K은 2020. 9. 10. 이 사건 회사의 위 구로 사무실에 출입하려고 하였는데 출입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과 K이 구로 사무실 출입을 위하여 I이나 H에게 연락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이나 K 등은 2020. 9. 21.부터 2020. 10. 8.까지의 기간 동안 구로 사무실에 방문하여 F, G, J의 근태관리 확인을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L은 2020. 9. 23. F, G, J에 대하여 수원 사무실로 출근을 명한 것으로 보이나, 이와 관련한 위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F, G, J의 2020. 9. 21.
부터 2020. 10. 8.까지의 근무는 인정된다』,『당시 이 사건 회사의 전 대표이사인 I이 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충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F, G에 대한 2020. 8. 미지급 임금 부분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미지급 임금은 F, G에 대한 2020년 8월분 임금, F, G, J에 대한 2020. 9. 1.부터 2020. 9. 9.까지 및 2020. 9. 21.부터 2020. 10. 8.까지의 임금이다(증거기록 507 내지 520면).
F, G, J는 2020. 9. 7. ‘2020. 10. 8.부로 이 사건 회사를 사직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각 사직서를 이 사건 회사에 제출하였다(증거기록 67, 68, 70면).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증거기록 289면)은 사원 본인이 퇴직을 원하는 경우 사원을 퇴직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위 취업규칙 제41조 제1호), 위 제1호에 의한 퇴직의 경우 퇴직일을 ‘사원이 퇴직일자를 명시한 사직원을 제출하여 수리되었을 경우 그 날’로 정하고 있다(위 취업규칙 제41조 제2항 제1호). 이를 종합하여 보면, F, G, J의 퇴직일자는 2020. 10. 8.로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회사는 2020. 10. 6. 위 근로자들에게 ‘귀하의 사직 희망일인 2020. 10. 8.부로 퇴사처리 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내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01, 203, 207면).
한편, 피고인은 2020. 10. 5.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위 퇴직일자로부터 14일이 지난 시점의 대표자는 피고인이었다(법인등기부, 공판기록 333, 335면, 사내공고, 증거기록 392면).
F, G, J는 공소사실의 미지급 임금 산정 기간 동안 이 사건 회사의 구로 본사 사무실[서울 구로구 C건물, D호, 이하 ’구로 사무실‘이라 한다]에 출근하여 근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8 내지 9면, 증거기록 28 내지 29면, 증거기록 76 내지 88면, 증거기록 406 내지 418면). 각 근로계약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비추어 볼 때 설사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근로자들이 당시 업무수행한 자료를 인수인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이 사건 회사에게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F, G, J는 2020. 9. 10.부터 2020. 9. 18.까지는 당시 대표이사이던 L의 출근명령<1>을 무시하고 재택근무를 하였고, 이를 고려하여 위 기간 동안의 임금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미지급 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20. 9. 21.부터 2020. 10. 8.까지의 근무기간과 관련하여 근로자들이 L이 지시한 수원 소재 사무실이 아니라 구로 사무실로 출근을 하였기 때문에 위 기간 동안의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핀다.
당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L이 2020. 9. 23. F, G에게 ’당사의 사무실이 2020. 9. 1.부로 ㈜N<2>로 명의변경 되었음을 확인하여 아래의 장소[수원시 권선구 V, 4층, 이하 ‘수원 사무실’이라 한다]로 업무복귀를 명하오니 2020. 9. 25.(금) 오전 9시까지 출근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출근(업무복귀)명령서’를 발송하고, J에게 2020. 9. 24. 같은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증거기록 181면 내지 199면), 그 이후에도 근로자 F, G, J가 계속해서 구로 사무실로 출근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F의 주소지에 위 명령서가 2020. 9. 24. 송달되었고, J가 그 무렵 위 문자메시지를 수신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G은 위 명령서를 송달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G은 원심법정에서 ‘내용증명을 받지 못하였고, 사내 그룹웨어에 다른 직원이 올린 내용을 보았다’고 진술하였다, 공판기록 90면).
또한 F, G, J와 이 사건 회사 사이의 각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장소가 이 사건 회사 본사인 구로 사무실로 지정되어 있어 위 근로자들이 구로 사무실에서 계속 근무해 온 것인데(각 근로계약서, 증거기록 50 내지 57면), L은 위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는 명령을 발송하면서, 발송일 다음날 혹은 다다음날부터 수원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지시하였을 뿐 아니라, 위 수원 사무실은 이 사건 회사의 사무실도 아니었다(위 사무실은 L이 대표자인 주식회사 M의 사무실인 것으로 보인다, 증거기록 47면).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F, G, J가 L의 지시와 달리 위 근로자들이 계속해서 근무해온 장소인 구로 사무실로 출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회사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 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그 지급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7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2020. 10. 5.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근로자 F, G, J가 퇴직한 2020. 10. 8.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에도 대표이사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법인등기부, 공판기록 333 내지 335면, 사내공고, 증거기록 392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임금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이 사건 회사는 위 근로자들이 퇴직한 시점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까지는 미지급 임금 등을 청산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 시점까지 이 사건 회사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 14일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의 대표자인 피고인이 임금체불에 대한 죄책을 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 위법,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 회사가 자금 여력이 있음에도 전 대표이사 재직 중에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볼 사정도 없다(F는 ‘2020. 6. 3.자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M 대표 L이 이 사건 회사의 전 I 대표이사를 상대로 가압류를 하였고, 2020. 9. 4. 기준 가압류금액을 제외한 잔고가 281,360원 밖에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증거기록 33면, 채권가압류 결정문, 증거기록 47면).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 받아들이지 않음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 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새롭게 양형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고,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맹현무(재판장) 송현직 박현진
각주1) L은 2020. 9. 9.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2020. 9. 10. 오전 9시 30분까지 구로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출근(업무복귀)명령서‘를 발송하였다(증거기록 42면).
각주2) 구로 사무실에 대하여 T와 ㈜N 사이에 2020. 9. 10.경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었고, 같은날 ㈜N가 위 사무실을 이 사건 회사에 전대하는 내용의 전대차계약서 또한 작성되었으며, 소유자 T가 위 전대차계약에 동의하였다(증거기록 403 내지 405면, 481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