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6. 25. 선고 2023가단225911 판결

주문

1.

원고에게,

가.

피고 B, C, D은 공동하여 156,583,619원과 이에 대하여 2020. 4. 14.부터 2026. 6. 25.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위 가.항 기재 피고들과 공동하여 피고 주식회사 E은 156,583,619원과 이에 대하여 2020. 4. 14.부터 2026. 2. 26.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및 관계

피고 D은 F의 대표로서 피고 주식회사 E(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로부터 피고 회사가 도급받아 시공하는 부천시 G에 있는 H건물 신축공사 중 지하 천공 공사를 하도급받았고, 원고는 위 F 소속 근로자로서 위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한편, 피고 B는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피고 C은 I라는 상호로 건설기계대여업 등을 영위하는 자로, 피고 회사와 사이에중기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굴착기를 운전하여 작업을 수행하였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치료 경과

1)

피고 C은 2020. 4. 14. 07:0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차량번호 1 생략) 굴착기(이하 '이 사건 굴착기'라 한다)로 철근망(길이 약12m, 무게 약 1톤)을 운반하는 작업을 하였고, 이에 원고가 이 사건 굴착기의 갈고리에 철근망과 연결된 슬링벨트를 걸고 굴착기의 작업 반경 내에서 이동하던 중 위 굴착기로 인양되던 철근망이 한쪽으로 치우쳐 떨어지면서 철근망에 깔리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게 되었다.

2)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 J병원에 내원하여 제2요추체 압박골절 및 제1-2 요추간 척추전위, 척추 신경 손상 등으로 요추부 추간공 유합술을 포함한 척추 수술을 받았다. 그 후 원고는 척추 손상에 의해 하반신마비, 신경인성방광 및 신경인성장, 적응장애, 좌측 발목 염좌, 뇌진탕 등의 진단을 받았다.

다.

관련 형사판결의 확정

1)

피고 B, D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공소사실로, 피고 C은 업무상과실치상의 공소사실로, 피고 E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공소사실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각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2022. 6. 22. 피고들에 대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 B를 금고 6월, 피고 D을 벌금 500만 원, 피고 C을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 회사를 벌금 1,50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21고단1716호). 위 피고들에 대한 범죄사실은 아래와 같다.

2)

피고 D에 대하여는 위 판결이 2022. 6. 30.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 B가 항소하였고(쌍방항소), 피고 C에 대해서는 검사가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2023. 5. 11. 피고 B를 금고 4월에 처하고, 피고 C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22노2278). 피고 C에 대해서는 2023. 5. 19. 판결이 확정되었고, 한편 이에 대하여 피고 B가 상고하였으나 2023. 8. 18. 상고기각되었다.

라.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 지급

근로복지공단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장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여 그 장해등급을 7급 4호로 결정한 뒤 원고에게 요양급여 111,276,240원(요양기간 2020. 4.14.부터 2025. 9. 3.까지), 휴업급여 85,125,000원, 장해급여 70,945,100원 합계267,346,340원을 지급하였다.

마.

관련 법령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아래와 같다.

<1> 【인정근거】 피고 B, C, D: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3, 16 내지 20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주식회사 E: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자백간주)

2.

피고 B, C, D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책임의 인정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써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2. 11.26. 선고 2000다7301 판결 참조).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피해 근로자가 사업주가 고용한 자가 아니라 사업주의 수급인이 고용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일반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45156 판결 등 참조).

(2)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 · 보건조치를 정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는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 · 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428 판결).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 ·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근거한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 · 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 · 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 · 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사업장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 · 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 사건 공사현장은 피고 회사가 제공하거나 피고 D과 사이의 하도급계약에 따라 지정한 경우로서 피고 회사가 지배 · 관리하는 장소이고, 피고 회사는 H건물 신축공사 중 지하 천공 공사를 피고 D에게 하도급하였던 점, ② 이 사건 공사현장은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장소이고,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철근망이 떨어져 철근망에 깔리는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이상, 이 사건 공사현장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③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관계법령에 의하면 피고 B와 같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은 사업장 내 관리감독자로서 도급인인 피고 회사를 대신하여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업무를 총괄하고 공사현장에 내재한 사고 위험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이처럼 피고 B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피고 D은 원고의 사용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관계법령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④ 특히 안전보건규칙 제385조에 의하면 중량물을 운반하거나 취급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굴착기와 같은 차량계 건설기계가 아닌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철근망 운반 작업이 이루어졌고, 설령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철근망 운반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들은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3호, 별표 4<2>에 따라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의 운행경로, 작업방법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며, 안전보건규칙 제200조 제1항에 본문에 따라 이 사건 굴착기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 중인 해당 굴착기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 됨에도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 점, ⑤ 한편, 피고 C은 차량계 건설기계인 이 사건굴착기를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철근망을 운반하게 되는 경우 이 사건 굴착기의 운전자로서 운행 중 철근망이 움직이지 않도록 이를 고정시키고, 이 사건 굴착기의 작업 반경 내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여 안전하게 철근망을 이동시켜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또한 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철근망 운반작업을 하는 경우 주변을 확인하고 경적을 울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만일 철근망이 한 쪽으로 치우쳐 바닥에 떨어질 것이 예상되면 이 사건 굴착기의 운전을 중단하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특히나 피고 C은 이 사건 굴착기의 갈고리에 철근망을 연결한 슬링벨트가 불완전하게 걸려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3>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여 그대로 이 사건굴착기를 운전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 점, ⑥ 피고 B, D이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피고 C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각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았음은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바,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다른 민 · 형사사건 등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고, 해당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관련 민 ·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를 배척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53759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3052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위와 같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들의 위와 같은 과실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으므로, 위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따라서 이에 반하는 위 피고들의 면책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책임의 제한

가)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등 참조). 책임감경 사유 또는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현저히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사항이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705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는 사업주 등에게 하역운반기계 등을 이용한 철근망 운반을 요청하여야 하고, 만일 차량계 건설기계인 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철근망을 운반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굴착기에서 철근망이 떨어질 위험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던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위험을 잘 살피고, 이 사건 굴착기로 운반하는 철근망에 부딪히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굴착기의 작업반경 내에 접근하지 아니하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여야 하는 점, 그런데 오히려 원고는 이 사건 굴착기의 갈고리에 철근망과 연결된 슬링벨트를 불완전하게 걸었고, 그 상태에서 피고 C이 이를 운반하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한편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밀짚모자를 붙인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어 그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잘못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를 위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앞서 본 원고와 위 피고들의 과실의 내용 및 정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사고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을50%로 보고, 피고 B, C, D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그리고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