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 강서구 C에서 ‘D’라는 상호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한 사람이고, 원고는 2020. 4. 10.부터 2022. 12. 15.경까지 위 식당에서 주방 실장으로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0. 4. 10.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2022. 12. 14.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던 중 미끄러운 노면에서 넘어져 좌측 경골 하단 골절, 비골 골절, 요추부 염좌, 우측 견관절부 염좌의 부상을 입고 2023. 6. 21.까지 치료를 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치료를 받는 동안 원고는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2023. 6. 1. 피고가 운영하는 ‘D’를 사업장으로 하는 건강보험 및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변론종결일 전인 2024. 4. 9.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관한 것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주장한다.
관련법리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근로를 제공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근로계약상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다른 사유로 해당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참조). 한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 만료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5374 판결 참조).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두2247 판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은 제1조 제1항에서 계약기간을 2020. 4. 10.부터 2021. 4. 9.까지의 1년으로 특정하고, 제2항에서 근로계약 종료 1개월 전에 서면으로 재계약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22. 4.경 및 2023. 4.경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갱신 횟수가 2회, 총 근로기간이 2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제1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앞서 인정한 증거에 을 제3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계약 기간만료 후 자동 갱신된다거나,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 등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② 원고가 2022. 12.경부터 건강보험 및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한 2023. 6. 1.까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원고와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반드시 갱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23. 4.경 계약기간과 관련된 약정을 포함하여 동일한 내용으로 묵시적 갱신되었으므로, 갱신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역시 2023. 4. 10.부터 2024. 4. 9.까지 1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그 계약기간이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4. 9. 27.에 이미 만료된 사실은 역수상 분명하다. 결국 설령 해고무효확인의 판결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상 법률관계가 종료되어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주장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본안에 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는 원고를 2023. 6. 1. 해고하였다. 이는 해고제한기간인 산재요양기간 중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져 근로기준법 제23조 2항에 위반되고, 해고의 사유와 시기에 대한 서면 통지 없이 이루어져 근로기준법 제27조에도 위반된 것으로서 무효이다.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요청을 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고,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를 합의한 사실도 없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원고의 사업장에서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월 3,8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에 따라 종료된 것일 뿐, 피고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종료된 것이 아니다.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는 원·피고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을 제3호증의 기재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2022. 12. 14.경부터 2023. 6.경까지 약 6개월간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였는데, 피고 업장의 규모 및 원고 직무의 대체가능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정상적 근로가 불가능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있었던 점, ② 피고는 2023. 3.경부터 원고에게 위와 같은 어려움을 알리면서, 2023. 6. 이후 원고가 정상적 노무제공이 불가능할 경우 원고의 직무를 대체할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지한 점, ③ 이후 원고가 2023. 5. 17. 피고에게 2023. 6. 이후에도 정상적 노무제공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피고는 원고에게 “여기도 지금 4대보험이 여러 명이 돼 있어가지고 지금 그렇거든. 그래서 일단은 그러면 내가 어제 얘기한 대로 일단은 그렇게 하고 나중에 다시 오면 그때 이렇게 내가 넣어주고 그렇게 할게.”라고 말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자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이에 원고가 동의하면서 2023. 5. 25.에는 자신을 대체할 인력을 알아보겠다고까지 한 점, ④ 위와 같은 대화 이후인 2023. 6. 1. 원고가 피고의 사업장을 직장으로 한 건강보험자격을 상실하였는데, 원고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한 바 없고, 오히려 2023. 6. 8.경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관계의 종료를 확인한 뒤 2023. 6. 23.경 피고와 실업급여 신청에 관하여 논의한 점, ⑤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를 제공하려 하였다는 등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이 사건 근로관계의 존속을 주장하였다고 볼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3. 6. 1. 무렵 이 사건 근로관계를 종료하기로 하는 의사가 암묵적으로 일치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피고 쌍방 의사합치에 의해 2023. 6. 1.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달리 피고가 원고를 일방적으로 해고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임금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