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1. 6. 선고 2023고정108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실경영자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7. 17.경부터 2022. 8. 18.경까지 위 회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에게 퇴직금 8,208,546원을 당사자 간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그 지급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77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퇴직금에 대해서도 같다 할 것이다.

나.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직원 D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시점에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 권한 등을 가지고 있다고 볼만한 권한을 가진 실제 운영자 또는 사업경영담당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회사는 최초에 주식회사 E(이하 'E회사'라 한다)의 회장이자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부친 F의 주도하에 설립된 것으로 보이고 F이 주식 중 35%, 피고인의 모친G이 주식 중 50% 등의 주주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 회사는 실질적으로 F이 운영을 하였지만, F이 사실상의 모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는 E회사의 대표이사 겸 회장이었기 때문에 지분 50%를 피고인의 모친 G의 보유로 하고, G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는 사무실조차 E회사와 같이하는 등 E회사와 사실상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운영되었다. 초기 운영자금도 E회사의 대여금 등을 재원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E회사와 측으로부터의 차입이나 E회사와 관련성이 있는 거래등을 중심으로 이 사건 회사가 유지 및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1> 그 후 이 사건 회사에 피고인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F의 15% 상당의 지분이 피고인에게 이전되었고, 2016년경 나머지 20% 상당의 지분도 이전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에서 진행한 각종 사업 등의 진행을 총괄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 수행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고, 사업 수행을 위한 직원 채용 등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각종 운영자금은 대체로 E회사 측에 의존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고, 자금집행이나 대외적인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법인통장과 법인인감 관리는 E회사의 경영지원실 실장으로 근무하였던 H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H은 그 외에도 이 사건 회사의 행정, 급여지급, 경비처리, 세금계산서 발행, F에 대한 이 사건 회사 상황의 보고 및 각종 의사결정에 관한 승인을 받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F, G은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이 전적으로 운영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황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른다는 취지로 진

술하였고, 특히 F은 관련 사건에서 H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증언하였다. 그러나 H이 이 사건 회사 및 E회사의 운영상황에 대하여 위증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반면에 F, G은 2020년경부터 E회사 내에서 E회사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발생한 거래 관계 등과 관련한 문제로 이사해임 관련 소송을 포함한 여러 법률적 어려움을 겪은것으로 보이는 등 이 사건 회사의 운영상황이나 채권, 채무 관계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었을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 사건 회사와의 관계를 은폐, 축소할 동기 또는 유인이 있어,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H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3)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가 G인 이상 G은 단독으로도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언제든지 완전하게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고, F은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G과 피고인보다 훨씬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배우자이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재무 등을 담당하는 E회사 직원 H을 통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즉, 이 사건 회사의 사업 수행 등을 총괄한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은 언제든지 F 및 G의 의사에 의해 박탈될 수 있고, 통상의 업무 과정에서도 F 측에서 E회사 직원인 H이 이 사건 회사의 재무 관리를 하도록 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내이사이자 소수주주에 불과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실제 운영자로서 이 사건 회사를 지배하면서 자금집행을 총괄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4)

이 사건 회사 관련 계좌에서 F에게 거액의 금원이 이전된 것으로 보이는 듯한 계좌내역이 존재하고,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면서 실제 수행한 업무 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G의 지인 및 F, G의 다른 자녀가 이 사건 회사의 직원으로 있었으며, G이 이 사건 회사의 채권을 회수하여 임금 및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개인 변호사비용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의 인사 및 재무 등이 F 또는 G의 의사에 의해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운영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5)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회사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F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E회사에 의존적인 이 사건 회사의 상황까지 보면 법률적·사실적 모든 부분에 있어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F 및 G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하며, 자금집행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도 F, G 측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권한이 있는 실제 경영자 내지는 사업경영담당자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6)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F 및 G과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회사를 F 및 G과 공동으로 경영하였다고 보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그러한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와 E회사 사이의 각종 거래 관계 문제 등이 발생하는 등으로 F이 이사해임 소송 등에서 패소하고, 이 사건 회사의 직원들을 퇴직시키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무렵부터는 그러한 사실상의 위임 또는 공동관계는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정우용

각주1) E회사 내에서의 F, G, 피고인에 대한 이사해임 관련 소송에서도 이 사건 회사와 E회사 사이의 각종 거래관계 등이 문제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가사실상 폐업에 이른 것도 위와 같이 E회사 내에서 이 사건 회사와의 거래 관계 등이 문제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