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2023. 2. 16.경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두었으나 근로자 B이 갑작스럽게 퇴사하여 이를 교부하지 못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의 교부시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알지 못하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인 B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 기타 서면을 교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제17조가 근로계약 체결시에 사용자로 하여금 구체적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작성하여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한 취지는, 근로자의 별도 요구가 없더라도<1> 사용자의 서면교부 의무를 강제함으로써 근로자가 근로조건이 불확정한 상태에서 취업을 강제당할 위험을 예방함과 아울러 향후 임금 관련 분쟁의 증빙자료를 확보하여 신속한 권리구제를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취지 및 내용을 고려할 때,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은 근로자가 서면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로조건이 확정된 후 지체 없이 교부되어야 한다.
피고인은 B과의 근로계약 체결 시점인 2023. 2. 16.경 구체적 근로조건이 담긴 근로계약서의 초안을 작성하였으나 이를 완성하여 B에게 교부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B도 최초 근로계약 체결 후 퇴사할 때까지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B이 실제 피고인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이 5일이고 B이 면접을 거쳐 피고인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B이 근로를 개시하기 전 또는 그 즉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상 근로 개시 이후로도 근로조건 중 일부가 불확정한 상태에 있었다거나, 근로자인 B이 서면의 수령을 거부하는 등 서면교부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그 밖에 달리 피고인의 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사정이 발견되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이 주장하는 나머지 사유는 단순히 법률의 부지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여 공소사실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유환우 임재훈
각주1) 구 근로기준법(2010. 5. 25. 법률 제10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는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하였으나, 위 개정을 통하여 근로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서면을 교부하도록 규정내용을 강화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