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5. 14. 선고 2024가단23975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AI를 이용한 영어교육프로그램 개발, 교육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주식회사 C라는 상호로 영업을 해오다 2024. 3. 29. 현재의 명칭으로 상호를 변경하였다.

나.

원고는 2022. 6. 2.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22. 6. 2.부터 2023. 6. 1.까지로 정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원위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피고 회사에서 이사 직함으로 근무를 시작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23. 6. 2.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기간을 2023. 6. 2.부터 2024. 6.1.까지 연장하고, 계약기간 동안의 원고의 보수를 1억 5,6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갱신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2024. 1. 8. 원고에게 '이 사건 위촉계약서 제6조 제1항에 따라 2024. 2. 7.자로 위촉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계약해지통지(이하 '이 사건 해지통지'라 한다)를 한 후 원고에게 2024. 2. 7.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회사에서 이사의 직함을 가지고 근무하기는 하였으나, 독자적인 업무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의 지휘,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이 사건 해지통지는 해고사유의 명시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일인 2023. 2. 8.부터 약정 계약기간 종기인 2024. 6. 1.까지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53,302,24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비등기 임원으로서 피고로부터 신규사업을 위한 기술개발 총괄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수임인이지 근로자가 아니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게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해지시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지급할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 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참조).

나.

판단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각 증거, 갑제9 내지 25호증, 을제1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 보다는 특정 전문 분야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를 근로자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채용의 경위와 보수 및 처우

①

피고는 주식회사 D(대표이사 E, 이하 '모회사'라 한다)의 자회사로, 2008. 7.2. 설립된 후 AI를 활용한 영어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인데, 자본금의 규모는 원고가 근무를 시작한 2022년 기준 25억 6,430만 원, 2023년말 기준 36억 5,376만 원이고, 상시 근로자수는 30명 정도이다.

②

피고는 2022.경 AI 전문기업으로 변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AI 기술개발 업무를 총괄할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는데, 원고는 모회사 대표이자 친구인 E의 스카우트 제안에 따라 별도의 면접절차 없이 피고 회사에 기술개발연구소 총괄관리를 담당하는 이사로 입사하게 되었고, E은 피고를 대표하여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③

원고는 채용 후 최초 1년간은 연봉 1억 5,000만 원, 그 다음 1년간은 연봉 1억 5,600만 원으로 계약하였는데, 위 연봉은 피고 회사의 임직원들이 받는 연봉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는 위 연봉 외에도 피고로부터 임원용 법인차량과 월 1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와 통신비 지원 및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다. 이러한 대우는 피고의 일반 직원들에게는 지급되거나 제공되지 않는 혜택으로서 피고가 원고를 비롯한 핵심 임원에게만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2)

직원과 구별되는 임원제도의 존재 및 계약체결의 형식

①

피고는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별도로 임원의 선임, 승진, 해임, 보수와 처우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한 임원인사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 규정은 등기임원뿐만 아니라 비등기 집행위원으로서 상근임원의 직을 수행하는 자를 그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임원을 업무책임의 범위, 권한 및 직위에 따라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피고는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위 규정은 등기임원 뿐만 아니라 상근임원인 비등기임원에게도 적용되고 있고, 원고도 위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②

피고의 임원인사규정에 의할 때, 비등기임원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되, 개별 위촉계약서에 따르도록 되어 있고, 그 해임은 대표이사가 할 수 있으며, 위촉계약 기간 중이라도 1개월 이전의 사전 서면통지를 통해 중도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③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임원인사규정에서 정한 내용이 반영된 '임원위촉계약서' 라는 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였는데, 위 계약서는 피고가 일반근로자들을 채용할 때 사용하는 근로계약서와 그 내용 및 형식이 상이하다.

3)

원고에게 부여된 권한과 업무수행실태

①

원고는 기술개발연구실 이사로 위촉되어 AI 전문기업으로서의 회사발전계획 마련, 관련 기술개발 업무를 총괄하면서, 개발관련 장비 및 집기구매, 광고선전비 지출과 관련하여 최종결재권자로서 결재하였고, 기술개발연구실 직원의 휴가신청과 관련하여서도 전결권자로서 최종 결재하였다.

②

또한 원고는 신규 개발자의 면접과 채용, 인사고과 평가와 연봉인상에 대한 의사결정, 인센티브 지급대상자 선정 등에 관여하거나 모회사 대표에게 의견을 밝히는 등 해당 부문의 인사와 관련하여서도 비교적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였다.

③

원고는 기술개발업무 수행과정에서 1년차에는 주로 E에게, 2년차에는 주로F에게 매주 그 동안의 업무진행경과를 대면보고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피고로부터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AI 관련 개발업무를 총괄할 역량을 가진 전문가의 영입 필요성 때문에 별도의 면접이나 공개채용절차 없이 원고를 채용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위 개발업무와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를 지휘·감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수임인의 경우도 위임인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 점(민법 제683조)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에게 대면보고와 보고서 제출을 한 사실이 있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기타

①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시간을 관리하거나 통제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09:30에 출근하여 18:30경에 퇴근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임사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하여 원고가 스스로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회의시간 등 일정을 조절한 것으로 보일뿐, 피고가 근무시간을 통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는 휴가나 조퇴시 상위자에게 이를 보고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피고로부터 승인이나 결재를 득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위임사무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위임인과 일정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이 사건 해지의 적법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로자가 아니라 수임인에 해당하고, 이 사건 계약은 고용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해지통보는 그 해지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효하다 할 것이고, 피고가 계약해지시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5.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재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