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는 2018. 8. 20.경부터 2021. 9. 27.경까지 피고 주식회사 C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 B은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의 대표자이고, 피고 D는 피고 회사의 재무인사부 차장으로, 피고 E는 피고 회사의 부장으로 각 근무하였다.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영업부 대리로 근무하는 피해자인 원고를 업무상 관리·감독하는 사람으로, 2021. 5. 4. 04:00경부터 술에 취한 채 원고에게 전화하여 "사무실로 나오라"라고 하고, 같은 날 10:33경 피고 회사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출근하여 업무중인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주차된 벤츠 승용차로 술을 사 오게 지시한 후, 위 차량 조수석에 태워 원고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고, "좋아 한다, 뽀뽀 해달라, 나는 갈 곳이 없다, 니네 집으로 가자, 호텔로 가자"라고 하면서 원고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하거나 손을 잡으려고 하고, 원고가 거부하고 피고 회사 사무실로 돌아가자, 협력사 직원을 보내어 원고를 수차례 다시 불러내어 차에서 위와 같은 성적 괴롭힘을 계속하고, 원고가 거부하자 같은 날 12:29경 위 차량을 타고 지하 1층 주차장에 내린후 그 곳 복도에서 사무실로 가는 원고를 따라가 사과한다는 명목으로 양팔을 벌려 원고를 2회 껴안았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
원고는 2021. 5. 14.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관악지청(이하 '관악지청'이라 한다)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피고 B의 위 나.항의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하였다. 관악지청은 피고 B의 위 행위는 언어적 및 육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2021. 6. 11.경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3조 제1항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같은 법 제14조 제4항에 따른 성희롱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로 피해자에 대한 3개월 유급휴가 부여, 같은 법 제14조 제5항에 따른 성희롱 행위자 제제 조치로 피고 B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를 통한 감봉(임금 1/2) 6개월 처분이 실시되었다고 원고에게 신고사건 처리결과를 통지하였다.
원고는 2021. 5. 21. 수사기관에 피고 B을 고소하였다. 피고 B은 위 나.항과 같이 업무·고용 관계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원고에 대하여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로 기소되었고(수원지방법원 2021고단6056 사건), 위 법원은 2022. 11. 7. 피고 B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하였다.
원고와 검사는 위 라.항의 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피고 B은 제1심에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형사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인지 여부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항소심에서는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인 원고의 피해회복을 위한 피해보상금으로 5,000만 원을 형사공탁하였으며, 위 형사공탁서에 회수제한신고<1>를 하였다. 항소심도 2023. 10. 27. 피고 B에 대하여 같은 형을 선고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2노6600 사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2021. 5. 11.부터 같은 해 8. 31.까지 유급휴가를 받았고, 2021. 9. 1. 업무에 복귀하였다가 오전 근무 후 조퇴하고 이후 연차휴가를 사용하였으며 2021. 9. 23.및 같은 달 24. 2일 동안 근무하다가 2021. 9. 27. 퇴사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피고 B의 이 사건 범행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2021. 6. 17.부터 2023. 4. 30.까지 요양급여결정<2>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43,873,990원, 요양급여 3,138,840원, 장해급여 5,994,770원 합계 53,007,600원을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3, 8호증, 을 제1, 2, 4, 6, 7, 11, 23, 30, 3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 B과 피고 회사를 상대로, 피고 B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치료비 상당의 손해<3> 및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5,000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B 및 피고 회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는 형사상의 소추와는 무관하게 설정한 민사관계에 고유한 제도이므로 그 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이 2021. 5. 4. 업무·고용 관계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원고를 위력으로 추행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은 다툼이 없으나, 피고 B과 피고 회사는 원고가 구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다투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위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에서 인정되는 사정, 즉 ① 원고는 2021. 5. 4. 이 사건 범행이 있은 이후 약 10일 정도 지난 2021. 5. 14. 관악지청에 피고 회사를 상대로 피고 B의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한 점, ② 원고는 2021. 5. 21. 수사기관에 피고 B을 고소한 점, ③ 관악지청은 피고 B의 행위는 언어적및 육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그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 2021. 6. 11.경 원고에게 신고사건 처리결과를 통지한 점, ④ 피고 B은 수사기관 및 제1심에서 형사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기는 하였으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대체로 인정한 점 등을 앞에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B의 이 사건 범행 당시, 적어도 관악지청의 2021. 6. 11.자신고사건 처리결과를 통지받은 무렵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인 피고 B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나아가 원고에게 불법행위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 또는 확대된 손해가 있었다거나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유죄판결 선고 전까지 민사청구가 불가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4. 9. 26.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다.
한편 원고는 피고 B이 2023. 10. 20. 원고의 피해회복을 위한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금원을 공탁하였고, 이는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그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을 한다.
이에 관하여 보건대,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금의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은 공탁이 공탁금액을 넘는 손해배상채무에 관한 묵시적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사실의 내용을 중심으로, 공탁의 경위와 목적 및 공소사실의 다툼 여부, 인정되는 손해배상채무의 성격 및 액수와 공탁금액과의 차이, 그 밖의 공탁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6735 판결 등 참조),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 B이 2023. 10. 20. 원고의 피해회복을 위한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공탁하였으나 공탁원인사실에는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기재 내지 표시는 없었고,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까지 하였던 점, ② 피고 B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채무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피고 B이 형사재판과정에서 그 액수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는 곤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위 공탁에 의하여 당시 그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원고에게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위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B 및 피고 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의 재항변은 이유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범행 신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범행 이후 원고와 가해자인 피고 B에 대한 분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고에 대한 감시를 지시하였으며, 원고의 무급휴직 사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고 위협하였을 뿐 아니라 업무를 강요하고 사내 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등으로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하거나 주도하여 원고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으므로 그에 대한 위자료 5,000만 원 및 원고가 입은 경제적 손해로 1년치 임금 3,7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인정근거에서 들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① 이 사건 범행 이후 피고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같은 법 제14조 제4항에 따른 성희롱 피해근로자 보호조치, 같은 법 제14조 제5항에 따른 성희롱 행위자 제제 조치를 각 실시하였고, 관악지청은 2021. 6. 11.경위와 같은 조치가 실시된 것을 확인하고 신고사건 처리결과를 통지한 점, ② 피고 D가 2021. 8. 17.경 (이 사건 범행 이후 2021. 5. 11.부터 같은 해 8. 31.까지 유급휴가를 받고) 업무에 복귀하는 원고에게 미리 근무 부서와 업무, 자리 배치를 안내하고 필요한 요구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특별한 이의 나 요구를 하지 않았던 점, ③ 원고는 2021. 9. 1. 업무에 복귀하였다가 오전 근무 후 조퇴하고 이후 연차휴가를 사용하였으며 2021. 9. 23. 및 같은 달 24. 2일 동안 근무하다가 무급 휴직을 신청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상 그 승인 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회사의 재량범위 내에서 결정할 사항으로 보이고, 피고 회사는 노무사의 자문을 거쳐 원고에게 이미 약 4개월 가량 휴가를 부여하였고 휴직을 승인할 경우 다른 직원의 업무 과중이 우려된다는 내부 논의를 거쳐 불승인한 것으로 그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범행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2021. 5. 11.경부터 같은 해 9. 27.경까지 그룹웨어 및 NAS 접속 권한 박탈, 부서 이동및 과다 업무 부여를 통한 퇴사 종용, 집단 따돌림 및 정신적 괴롭힘, 무급휴직 사용거부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였다고 고소하였으나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범행 신고 이후 피고들이 원고를 상대로 조직적 괴롭힘을 가하였다는 등의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외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범행 영상을 부서장급 직원들과 무단으로 공유하고, 피고 B은 직원들 앞에서 사과 명목으로 '단순한 성희롱일 뿐. 별일 아니라'라는 취지로 발언하여 사건을 축소, 왜곡하고 유포하는 등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비밀누설금지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2차 가해행위를 저질렀고, 피고들은 피고 B에 대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직원들에게 피고 B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 등을 작성·제출하도록 하여 피해사실을 유포하고 피해자를 고립시켜 조직 내에서 부당한 여론을 형성하는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 내지 집단 괴롭힘을 가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에 대하여 2차 가해행위 내지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3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남자친구인 F이 2021. 5. 24.경 회사 메일을 통하여 회사 직원들 등에게 원고의 피해사실을 설명하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상태이며 고소도 진행하였다고 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희근
각주1) 구체적으로 '공탁자는 피공탁자의 동의가 없으면 형사사건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탁금에 대한 회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기재하였다.
각주2) 근로복지공단은 적응장애, 신체형자율신경기능장애에 대하여는 불승인 결정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하여 승인 결정을 하였다.
각주3)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금액이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와의 관련 여부 등에 대한 입증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