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4. 6. 12. 피고에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하였는데 피고가 2024. 6. 19.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과 부당해고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위 자료, 미청산한 금품 및 금품 미청산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는 위자료를 합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구한다.
이 사건 소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민사소송에서 청구취지는 그 내용 및 범위를 명확히 알아 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그 특정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청구취지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 법원은 피고의 이의 여부와 상관없이 직권으로 보정을 명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17090 판결, 대법원 2008.10. 9. 선고 2007다5069 판결 참조).
그런데 이 부분 소의 청구취지는 금전 청구임에도 그 청구금액이 특정되지 않았고, 임금이나 미청산한 금품, 정신적 손해를 특정할 수 있는 다른 요건들도 모두 그 대상, 내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확히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 법원은 원고에게 2025. 5. 13. 청구하는 금액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보정권고를 하였으나 원고는 현재와 같은 기재대로의 청구취지 변경을 신청하였고, 이에 이 법원이 다시 2026. 4. 3. 변론기일에서 원고로 하여금 청구하는 금액을 특정할 것을 명하였음에도, 원고는 명시적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이 부분 청구취지는 불특정·불명확하여 청구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 부분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
해고 무효확인 부분 판단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근로관계 종료 후 정기 급여지급일인 2024. 7. 10. 아무런 이의 유보 없이 급여를 수령하였고, 부당해고 구제 신청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 아래에서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참조).
원고가 2024. 6. 12. 피고와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가 피고에 출근한 일수는 위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약 4일(교육일 포함)에 불과한 사실, 원고는 2024. 6. 18.경부터 피고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피고에게 '근무시간을 5시간 30분(휴게시간 포함)으로 하고 주휴수당 1일분을 포함하여 금품 청산을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 피고는 2024. 7. 10. 원고에게 원고가 요청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계산하여 354,290원을 지급한 사실, 이 사건 소가 2025. 4. 15. 제기되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호증, 을 제3, 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할 수 있거나, 기록상 명백하다.
그러나 을 제6, 7,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24. 6. 13.부터 피고의 교육 및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고 반발하거나, 피고 측이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을 하며 피고와 갈등을 빚다가 퇴사하게 된 점, ② 원고는 피고로부터 금품을 수령한 뒤 약 10개월 뒤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2024. 6. 19.자 해고가 부당 해고임을 인정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취지를 위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취지라고 선해하여 판단한다.
원고는, 피고가 2024. 6. 12. 입사한 원고로 하여금 교육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고객 전화 응대 업무에 투입시키는 부당한 지시를 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가 항의하자 원고의 퇴사를 종용하면서, 2024. 6. 19.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하는데, 근로계약관계가 이와 같은 해고 때문에 종료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14. 2. 28.자 2013두23904 판결(심리불속행 기각)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3. 10. 16. 선고 2012누34756 판결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때 정당한 이유라 함은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다든가 부득이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다카5475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9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2024. 6. 11. 원고에게 채용 사실을 통지하며 3일 내지 4일 동안 교육이 진행될 예정임을 사전에 고지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는 알겠다고 대답하였고, ② 피고는 원고에 대해 2024. 6. 12. 및 다음 날까지 이론 교육을 실시한 뒤에, 같은 달 14. '마지막 1시간은 기존 상담사와 동석 하에, 기존 상담사가 써주는 스크립트를 읽는 방식으로 고객 전화 1~3통 정도를 직접 응대'하는 방식의 교육을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원고가 '업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 상담 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이를 거부하였으며, ③ 원고는 2024. 6. 17. 위와 같은 전화 응대 교육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한편, 피고에게 '원고는 프리랜서이므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근로자로서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급여를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가 '채용공고에 기재된 바와 원고는 정해진 근로시간에 근무하고,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제도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서 채용된 것이기에 원고의 요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자, 원고는 '사업소득 원천징수증을 받아야 하는데, 근로소득 원천징수증을 받으면 경력이 오히려 단절되고 불리하게 된다, 모든 상황이 일을 그만두라는 상황만 되어 더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한 뒤 다음 날부터 피고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2024. 6. 19. 원고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나아가 원고가 교육받는 동안 피고 소속 직원들이 원고에게 한 말들을 곧바로 피고의 해고 의사표시로 보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현(재판장) 김아름 장혜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