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2. 10. 선고 2025노45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일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이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의 D 주식회사 근무 종료일은 2023. 7. 31.이 아니라2023. 1. 31.이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급여와 근무 기간이 달라져 미지급한 퇴직금 액수는 36,335,915원에 불과하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공소장변경)

검사는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기존 공소사실을 아래 제3의 가.항 기재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 제3항의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3.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당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6. 2.경부터 2023. 1.경까지는 서울 성동구 B건물, C호에 있는 D 주식회사(이하 '주식회사' 표기는 생략함)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2명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운영하였고, 2023. 2.경부터는 2023. 7.경까지는 서울 금천구 G건물, H호에 있는 주식회사 I(이하 '주식회사' 표기는 생략함)의 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명 이상을 사용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운영한 사람으로서, 위 각 회사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2. 16.경부터 2023. 1. 31.경까지는 D 사업장에서, 그 후 그 고용이 승계되어 2023. 2. 1.경부터 2023. 7. 31.경까지는 I 사업장에서 각 근무하고 퇴직한 피해자 E의 2023. 7. 임금 6,000,000원과 퇴직금 43,788,564원을 당사자 간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서, 2016. 2. 16.경부터 2023. 1.경까지는 D에서, 2023. 2.경부터 2023. 7. 31.경까지는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I에서 각 근로를 제공하였고, 피고인은 위 각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바 피해자에 대해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그럼에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1)

피해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서 2016. 2. 16.경부터 2023. 1.경까지는 D에서, 2023. 2.경부터 2023. 7. 31.경까지는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I에서 각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D 및 I는 협력업체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해당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피해자는 그중에서도 ㈜J(이하 'J') 기술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J 관련 업무를 담당한 인원은 관리자였던 K, 정규직 5명, 그리고 피해자를 포함하여 총 7명이었고(증거기록 39면), D 및 I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피해자를 J에 파견하여 용역을 제공하였다.

업무는 '오프라인', '온라인', '멤버십', '오더' 기술개발 등으로 분담되었고, 업무분담에 따라 근무 장소가 일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오프라인 기술지원 업무를 일정 기간 단독으로 담당하면서, 그 기간 다른 직원들과 달리 J의 판교 사무실로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다만 이후 2019년 초경에는 다른 직원들 역시 J의 판교 사무실로 근무지를 옮겨 동일한 장소에서 근무하였는데, 위 다른 직원들은 그 이전에는 D 본 사 또는 J 측의 L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당심 증인 K에 대한 증인신문녹취서 2면).

나)

피해자는 주 5일, 9시부터 18시까지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였다(증거기록 5면, 27면). 피해자는 다른 정규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D 및 I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K이 관리하는 출근부에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휴가 사용 시 사전에 휴가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출퇴근과 관련하여 관리 · 감독을 받았다.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의 불이익이 명시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으나, 이는 정규직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실제로 출근부 시스템을 운영하는 동안 근무시간을 채우지 못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위 녹취서 13면).

다)

각 업무 파트 별로 J 담당자를 포함한 업무용 대화방이 운영되었고, 프로젝트 매니저인 K은 모든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었다. 각 업무 파트별 대화방에서는 주로 J 담당자들이 직접 피해자 및 나머지 정규직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하였는데(위녹취서 7~8면), 이는 J와 D 및 I 사이의 도급계약에 기초하여 고객사의 요청사항이 전달되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K이 피해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K이 '멤버십 및 오더' 업무 파트를 담당하였기 때문일 뿐, 피해자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위 녹취서 8면).

이처럼 피해자는 주로 J 담당자와 업무 관련 의사소통을 하였으나, 이는 도급계약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후 2018년경부터는 M가, 2020년경부터 N이 추가로 배치되어 피해자의 업무를 보조하였는데(위 녹취서 3면), K은 업무 협조 요청이나 지시에 있어 피해자와 정규직 직원들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대하였다고 진술하였다(위 녹취서 16면).

라)

또한 K은 'J 기술지원 업무'를 총괄하면서 매주 J 측에 한 주간 수행한 업무 내용과 인력 투입 현황 등이 기재된 주간업무보고를 제출하였는데, 이를 위해 각 업무팀별 주간업무보고를 취합하였다(증거기록 15~16면). 피해자 역시 다른 정규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K의 지시에 따라 매주 주간업무보고를 제출하였다(위 녹취서 6~7면).

마)

이처럼 피해자의 업무 내용, 업무장소 및 업무시간은 피고인이 지정한 고객사인 J와 프로젝트 매니저인 K에 의해 사실상 결정 · 관리되었고, 피해자는 J에 파견된 다른 정규직 근로자들과 별다른 차이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근무하였다.

이에 더해 도급계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업무의 완성 또는 완성도에 따라 대가가 지급되는 것과 달리, 피해자는 매월 10일경 정액의 돈을 지급받았고 일부 지급 내역에는 '급여'로 표시되어 있기도 하였던 점(증거기록 17~21면), 피해자가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행할 수 있었다거나 실제로 그러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위 녹취서 13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한시적인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O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다가 J 기술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된 이후 7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계속 근무하였던 점 등까지 종합하면, 피해자는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D 및 I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계약 형식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

한편, 2023. 1.경 D와 J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고, 2023. 2. 1.자로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I가 승계하여 수행하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되면서, 피해자를 포함하여 J 사업을 수행하던 인원들은 I로 전직하여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증거기록 25~26면). 피고인은 정규직 직원들에게 고용 승계를 확약하면서, 퇴직금 산정 시 D 근무 기간을 모두 포함하여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피해자 역시 해당 메일을 수령하였다. 피해자는 2023. 3.경부터 I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으면서(증거기록 17~21면),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이 정규직 직원들에 대하여 고용 승계를 확약하였고, 피해자가 I로 전직한 이후에도 업무 내용이나 근무 형태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던 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해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D에 입사하여 I로 전직한 이후 퇴직에 이르기까지의 전 기간은 하나의 계속된 근무 기간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퇴직금 산정 역시 위 근무 기간을 기초로 하여 이뤄져야 한다.

2)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를 프리랜서로 인식하였을 뿐 근로자로는 알지 못하였다며 고의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J 기술지원 업무팀에 파견하는 등 구체적인 역할과 업무를 부여하고, 그 수행을 전제로 급여를 지급하여 왔으며, 피해자의 업무가 피고인이 체결한 J와의 도급계약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처음 입사할 때 용역계약서(계약 기간 2016. 2. 16.부터 2016. 8.31.)를 작성한 이래 별다른 용역계약서 내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묵시적으로 계약 관계를 갱신해온바 근로계약 체결 여부나 근로관계 정리에 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근로자 해당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함에도, 이에 대한 확인이나 조치를 게을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근로자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자가 근로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채 금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