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성동구 C 지하 1층 소재 D의 대표자로서 상시 근로자 2명을 사용하여 음식점을 경영하여 온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 2012. 11. 5. 입사하여 2013. 3. 16.까지 근무하다 퇴사한 근로자 E의 2013. 1. 임금 1,305,000원 및 휴일근로수당 및 가산수당 135,000원, 같은 해 2월 임금 1,260,000원 및 휴일근로수당 및 가산수당 135,000원, 같은 해 3월 임금 675,000원 및 휴일근로수당 및 가산수당 90,000원 합계 3,600,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영업주인 피고인이 근로자인 피해자와 근로계약관계에 있었음은 맞다. 그러나 피해자가 체납되었다고 주장하는 임금을 포함한 체납금품은 이미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정산을 완료하여 지급을 마친 돈이다. 또한 피해자가 퇴직한 후 14일이 경과할 때까지 피해자는 물론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음식점 운영을 위임받았던 F로부터도 임금 등의 체불 사실에 관하여 들은 바 없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의 임금 등 금품을 체불한 바 없고, 그 고의도 인정될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및 이 사건의 쟁점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에서 정한 이른바 '임금전액불원칙'의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임금 전액의 확실한 수령을 도모하여 근로자의 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으로 결국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반대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위 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 쪽에서 임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하거나,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상계계약을 하는 것은 그것이 사용자의 강압 등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근로기간 중 피해자가 영업통장을 관리하면서 영업수익금을 비롯한 피고인의 자금을 임의로 사용하여 피고인에게 반환할 돈이 있었고, 피해자가 2013. 3. 18. 영업통장에서 400만 원을 인출해 간 후 위와 같이 반환할 돈과 피해자가 받을 체불임금을 모두 정산하고 같은 달 20일 피고인에게 361만 원을 반환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피해자가 자신의 임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하였거나 상계계약에 따른 정산합의를 하였다는 취지의 위 주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입증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정산 완료 가능성 유무, 나아가 정산 완료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임금 등 체불에 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서울 성동구 C 지하 1층 소재 D의 대표자인데, 2012. 11.경 스쿠버다이빙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였다가 2013. 3.경 귀국하였다.
피고인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F에게 해외체류 기간 동안 D을 맡아 운영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F는 위 기간 동안 D을 운영하면서 2012. 11. 5. 피해자를 고용하였다.
피고인은 F에게 D의 운영을 부탁하면서 D의 영업계좌로 이용되던 피고인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G, 이하 '이 사건 영업 계좌'라 한다)의 입출금에 필요한 피고인의 도장, 통장 및 카드 등을 맡겼고, F는 다시 피해자에게 이 사건 영업 계좌 및 카드의 관리 및 운영을 맡겼다.
이 사건 영업 계좌에서 2013. 1. 21.부터 2013. 3. 13.까지 피해자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H, 이하 '이 사건 피해자 계좌'라 한다)로 직접 이체되거나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영업 계좌에서 출금되어 이 사건 피해자 계좌로 입금된 돈은 합계 3,737,620원이다[제3회 공판조서, 제6회 공판조서 중 각 증인 E의 진술기재, 공판기록에 편철된 준비서면(증거목록 순번 13) 및 진술조서 사본(증거목록 순번 17)].
D 영업장에 설치된 포스기에 기록된 매출액(카드 및 현금 매출액 포함)은, 2013. 1분이 7,021,000원, 2013. 2.분이 10,610,500원, 2013. 3. 1.부터 피해자가 퇴사할 즈음인 2013. 3. 15.까지는 6,375,000원 합계 24,006,500원이다(2014. 11. 6.자 변론요지서에 첨부된 자료).
피해자는 퇴사한 직후인 2013. 3. 18. 이 사건 영업 계좌에서 400만 원을 인출하여 이 사건 피해자 계좌에 입금하였다가 2013. 3. 20. 다시 이 사건 피해자 계좌에서 361만 원(이하 '이 사건 반환금'이라 한다)을 이 사건 영업 계좌에 이체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반환금 361만 원을 이체하면서 송금계좌인 이 사건 피해자 계좌에는 송금내역을 '봉급15, 카드7, 과일잡화8, D카드'라고 기재하였고, 수취계좌인 이 사건 영업 계좌에는 수취내역을 'D카드61, 과일 및 잡화80, E카드70, E봉급150'이라고 기재되게 하였다.
정산완료의 가능성 및 피고인의 고의 유무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한 증명이 없는 이상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법리에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이미 퇴사한 이후로서 14일 이내인 2013. 3. 20. 피고인에게 이 사건 반환금 361만 원을 이체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체납임금 및 수당에 관한 정산을 모두 완료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가사 그와 같은 정산이 완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임금지급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소정의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E은 이 사건 제6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반환금과 관련하여 이체근거로 기재된 'E봉급150', '봉급15'는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을 공제하고 이 사건 반환금액을 산정하였다는 취지가 아니라, 일응 돈을 반환하지만 추후 체납임금 150만 원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제3회 공판기일에서는 애초 400만 원을 인출한 것은 체납임금에 충당하기 위해서였고, 'E봉급150', '봉급15'는 자신이 받을 임금을 공제했다는 취지라고 진술하여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가사 'E봉급150', '봉급15'가 추후 체납임금 150만 원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의 기재였다 하더라도, 위 금액은 이 사건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체납임금 및 수당액 36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위 이체근거의 기재 및 이 사건 반환금액의 산정은 모두 F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E의 진술기재), 이 사건 피해자 계좌의 명의인은 피해자이고, 이 사건 반환금액은 피해자의 체납임금과 관련된 것이라는 피해자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 반환금과 관련하여 기재된 'D카드61, 과일 및 잡화80, E카드70, E봉급 150'의 각 숫자의 합이 361로서 이 사건 반환금 361만 원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에서 이 사건 반환금은 추후 정산을 해달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F의 지시에 따라 위와 같은 송금내역을 기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당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던 피고인과 F의 관계를 고려할 때(제9회 공판조서 중 증인 F의 진술기재) 피해자 또는 F가 추후 정산을 기대하면서 이미 수중에 들어온 돈을 다시 피고인에게 반환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건 반환금은 애초 피해자가 인출한 400만 원 전액이 아니라 39만 원을 공제한 361만 원으로서 위 39만 원은 피해자와 F가 독자적인 정산을 거쳐 공제한 것으로 보이는바, 일부는 정산을 완료하면서 다른 부분만 추후 정산을 기대하고 반환하였다는 주장은 어색하다.
피해자는 이 법정 및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피해자가 이 사건 영업 계좌로부터 이 사건 피해자 계좌로 이체, 입금한 후 D의 영업을 위하여 지출한 돈,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로 D의 영업비용에 충당한 돈이 합계 4,141,860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살핀 2013. 1. 1.부터 2013. 3. 15.까지의 매출액 합계 24,006,500원에서 위 4,141,860원을 공제하더라도 남는 돈이 약 2,000만 원 정도가 되는데, 피해자와 F는 위 약 2,000만 원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F는 이 사건 제9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D의 운영비용, 재료비 기타 영업에 필요한 지출 등에 관하여 별다른 증빙자료는 모아 두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이 사건 영업 계좌를 관리하면서 D의 영업비용을 지출할 경우 직접 위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거나, 위 계좌와 연결된 카드를 통하여 자금을 집행하는데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이 사건 영업 계좌에 입금된 돈을 굳이 이 사건 피해자 계좌로 이체해 놓았다. 이에 대하여 F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영업 계좌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하거나, 영업장 차임 등 자동이체로 인하여 인출되는 돈이 많아 D의 영업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매출액 등 이 사건 영업 계좌로 입금되는 돈을 무조건 이 사건 피해자 계좌로 입금시키라는 지시를 피해자에게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F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돈은 월 60만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제9회 공판조서 중 증인 F의 진술기재).
가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임금 등이 체불되었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정산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D에서 근무한 기간은 대부분 피고인이 해외에 체류하던 때였고, 피해자는 퇴사를 전후하여 피고인에게 퇴사사실을 알린 적이 없으며(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E의 진술기재), 피해자의 근무기간 동안 발생된 D의 매출액, 이 사건 영업 계좌에서 이 사건 피해자 계좌로 이체된 액수, 이 사건 반환금의 액수, 피고인은 2013. 7.경 피해자의 진정에 따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의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임금체불의 가능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점(제8회 공판조서 중 증인 I의 진술기재, 증거기록 제9쪽)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임금체불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재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