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2. 16. 선고 2015노126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피해자 미송새마을금고에 대한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가치에서 4대보험료, 종합소득세, 근로복지공단의 체당금 등을 공제하면 대출금을 담보하기에 부족한 점, 피고인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었고,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 대출을 받은 직후에 부도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대출금을 편취할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 미송새마을금고의 직원을 기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법리오해

범인도피교사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B에게 적극적으로 은신처 제공을 부탁하고, B 및 그의 동생 명의의 휴대전화 개통을 요구한 점, 도피기간이 2개월의 장기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범인도피 교사죄를 구성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 판결에는 범인도피교사죄와 방어권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의류납품으로 인한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의류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단지 판매부진 등으로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을 뿐이므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또한 피해자 Y 주식회사(이하 'Y'라 함)에 대한 카탈로그 대금 편취로 인한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카탈로그 대금 중 3,000만 원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변호인은 2016. 1. 21.자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피고인이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공소사실에 기재된 수량보다 많은 의류를 납품받았고, 그 중 많은 부분의 대금을 변제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도과된 이후에 새롭게 제기된 주장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라고 볼 수 없고,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공소가 제기된 범위 내에서만 의류를 편취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의류를 납품받음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한 이상, 사후에 일부 대금을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 위 변호인의견서에 담긴 나머지 주장들도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직권으로 보더라도, 원심판결에 변호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설령 일부 사실오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아니함).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대출은 부동산 담보대출로서 대출 당시 담보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4억 8,700만 원 상당이고, 실제로 경매절차에서 4억 6,100만 원 상당에 매각되었으므로, 대출금 2억 3,0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점, 대출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개인사업체 운영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대출 당시 피해자 미송새마을금고의 근저당권에 우선하는 체납 세금 등이 얼마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금액이 특정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 미송새마을금고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부동산 담보대출 당시에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대출을 받은 후 단기간 내에 부도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도피를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 아니하며, 범인의 요청에 응하여 범인을 도운 타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범인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으로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의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참조).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B는 피고인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이인 점,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소재가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B에게 요청하여 B 및 B의 동생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설하여 받고, B가 거주하던 아파트에 은신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 도피의 한 유형에 해당하고, 달리 피고인이 B에게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정도로 범인도피 행위를 교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나.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의류를 납품할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매우 어려웠던 점, 피고인은 실제로 단기간 내에 부도가 발생한 점,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납품받은 의류를 담보로 돈을 차용할 당시 차용금을 변제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차용금을 변제하여 담보물을 회수하지 못한 점, 피고인 측의 직원들도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고의로 부도를 냈다거나 납품받은 의류를 이른바 '땡처리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납품받은 의류에 대한 미결제 비율이 매우 높고 금액이 많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의류를 납품받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자세히 살펴보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납품받은 의류를 곧바로 이른바 '땡처리'를 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운영자금을 차용하였을 뿐이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의류를 납품받음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하는 바, 납품받은 의류를 그 후에 헐값으로 매각하였는지 또는 담보로 제공하였는지 여부는 편취한 재물을 처분하는 방식에 불과하므로, 이미 성립한 사기죄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더구나 원심증인 AI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초에 의류납품업자인 피해자들로부터 납품받은 의류를 소비자가격의 10% 정도에 매각하려고 하였으나 거래조건이 맞지 않아서 의류를 담보로 자금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고, 의류를 담보로 자금을 차용할 당시에 이미 재정상황이 어려워서 차용금의 변제가 불가능하였으며, 실제로 차용금을 변제하여 담보물인 의류를 회수하지 못한 이상, 피고인은 사실상 의류를 '땡처리'한 것으로 볼 수 있음).

한편 원심이 인정한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카탈로그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Y로부터 카탈로그를 납품받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도 피고인은 카탈로그 대금의 상당 부분을 변제하였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카탈로그를 납품받음으로써 사기죄가 성립한 이상 대금지급기일 이후에 일부 대금을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사기죄에 영향이 없다(한편 피고인이 카탈로그 대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는 내역 중 일부는 카탈로그 공급계약 체결 이전에 지급한 것으로서 그것이 카탈로그 대금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음).

(2)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23억 원이 넘는 의류를 납품받아 편취하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 피해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대부분 영세업체인 피해자들 중 일부가 이 사건으로 인해 폐업하는 등 간접적인 피해도 막대한 점, 사기죄,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이 사건과 동종의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재판 중 구속집행정지가 되어 그 기간이 만료한 후 3개월이 넘도록 도망한 점 등 불리한 정상들이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심장종양제거 수술 등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의류 및 카탈로그 납품으로 인한 각 사기죄를 통해 얻은 이익이 편취금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점, 일부 사기죄의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횡령한 차량이 회수된 점, 건강이 좋지 않은 배우자 및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점,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비롯하여 형법 제51조에 정해진 양형의 조건을 살펴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하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유죄 부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