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 9. 25. 선고 2015노22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법인을 신설하여 3D유체시뮬레이션 기술(이하 '이 사건 기술'이라고 한다)을 활용한 사업의 수주를 담당하게 하고 피고인 운영의 주식회사 E(이하 'E'이라고 한다)은 위 법인이 수주한 사업의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로 하되, 피해자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E에 투자금을 지급한다'라는 취지로 약정하였고, 피고인은 위 약정에 따라 투자금을 받았으므로, 신설법인의 운영자금 내지 기술이전비용으로 사용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받지 않았다.

또한 기망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I 외 나머지 피해자들은 I의 말을 듣고 I의 의사로 돈을 지급한 것에 불과하여 피기망자가 아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도로설계 등 프로그램개발업체인 주식회사 E의 이사이다.

피고인은 2012. 3. 15.경 피해자 G의 아버지이자 피해자 H의 남편인 피해자 I에게 '내가 특허권과 3D유체시물레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회사를 설립하여 돈을 벌자'라고 제의하였고, 이에 피해자 I이 피해자 J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여 특허권과 3D유체시물레이션 기술을 인수하겠다고 하자, 2012. 4. 20. 법인설립을 위한 비용으로 먼저 2,0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여 피해자 H으로부터 피고인의 농협계좌로 2,000만 원을 송금 받았다.

피고인은 2012. 4. 30. 서울 송파구 K에 있는 L호텔 커피숍에서 피해자 J, I과 'G, H, J이 자본금 2억 5,000만 원을 출자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감사로 피고인을 선정한다.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특허권과 3D유체시뮬레이션 기술을 법인에 이전하되 구체적인 가격은 특허권과 기술을 검토한 후 결정한다. 피고인이 법인설립에 관한 일을 맡아 피고인에게 주주가 될 사람들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등본, 자본금통장과 도장을 교부한다'라고 합의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3D유체시뮬레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기술을 이전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들의 돈을 당시 재정상태가 어려운 주식회사 E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위 합의에 따라 2012. 4. 30. 피해자 H은 법인설립 시까지 임시법인계좌로 사용할H 명의의 하나은행계좌를 개설하여 8,000만 원을 입금한 후 위 계좌에서 피고인의 농협 계좌로 5,000만 원을 이체하고, 같은 날 추가로 위 임시법인계좌로 5,000만 원을 입금한 후, 2012. 5. 2. 피고인에게 그 통장과 도장을 교부하였고, 피고인은 2012. 5. 7. 위 임시법인계좌에서 피고인의 농협 계좌로 3,000만 원을 이체하고, 자본금납입 잔고증명용으로 개설한 피해자 G 명의의 수협계좌로 2012. 5. 7. 5,000만 원을 이체한 다음 이를 같은 달 9. 주식회사 E 계좌로 이체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2012. 7. 4. 피해자 I에게 2억 5,000만 원으로의 자본금변경등기를 위한 나머지 5,000만 원을 납입하라고 하여 피해자 I으로부터 위 수협계좌로 5,000만 원을 송금 받은 다음 이를 같은 날 주식회사 E 계좌로 이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합계 2억 원을 교부받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I 등과 피고인 사이에 'E과 무관한 별개의 법인을 설립하여 피고인이 보유한 특허권과 이 사건 기술을 위 법인에 이전하고 이를 위해 I 등이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성립하였음을 전제하고 있다.

(2)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 증거에 관하여 보면, I은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특허권과 이 사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E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니 E을 없애기로 하고 이 사건 합의를 하였으며, 피고인을 믿고 피고인에게 법인설립 · 운영 및 기술이전비용을 위해 법인설립을 위한 서류와 도장 등을 맡기고 합계 2억 원을 지급하였다"라는 취지로 구체적이며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위 진술이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보이지 않는 점은 인정된다.

(3)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I의 진술로부터 I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합의와 같은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사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 합의와 같은 내용의 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다음에서 보는 'AC 협력방안' 파일과 같은 내용의 약정이 체결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설령 피고인이 I의 위와 같은 제안에 대하여 명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거래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없는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합의의 존재를 전제로 한 기망행위 또는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해자 중 I의 아들 G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영국유학 중이었고, I의 배우자 H은 I의 요구에 따라 송금하였을 뿐 그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보이며, J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지급된 돈의 사용용도에 관하여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I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결국 G과 J 등의 진술의 신빙성 또한 I의 진술의 신빙성에 좌우된다고 보인다).

①

피고인은 E이 2009년 무렵부터 발주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자, 2011년 Q을 만나 Q이 보유한 영상기술이 적용된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였고, 당시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 AD으로 있던 I은 이 사건 기술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하여 E에 대한 투자자를 소개받도록 피고인을 도와주다가 투자가 무산되자 직접 개입하게 되었는데, 위와 같은 과정에서 피고인은 E의 경영난을 극복할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서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하고자 의도하였고, E을 배제한 채 이 사건 기술만을 위한 독립적 사업체를 구상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I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②

피고인은 I에게 2012. 3. 20.부터 2012. 4. 24.까지 4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I은 이를 확인하였는데, 위 이메일에 첨부된 'AC 협력방안' 파일의 내용은,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은 신설법인(가칭 주식회사 AC)이 계약하고 계약된 모든 업무는 E이 수행하되, 매출은 매출액에 따라 정한 비율로 신설법인과 E에 분배하고, E은 이 사건 기술의 용역 및 개발을 E의 인력으로 그 책임 하에 수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를 추진하며, 초기 사업 필요자금은 2억 5천만으로 산정된다. 사업 시작과 동시에 E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지적 재산권은 신설법인에 이관되고 사업개시 후 발생하는 특허권 · 저작권은 E과 신설법인이 의 비율로 공유한다"라는 취지이고, 위 이메일에 "시작하는 금액은 2억 원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 사건 기술과 관련된 E의 역할과 피해자들이 지급한 금원의 성격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할 뿐 이 사건 합의와 관련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

③

그런데 피고인이 기존의 입장과 달리 이 사건 합의와 같은 약정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경영난을 겪고 있던 E의 회생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당시 E 직원들에 지급할 임금 등 수억 원 상당이 체불되어 있었는데 그 변제 수단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신설법인의 시설과 인력을 새로 갖추어야 하며, E을 매개로 Q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피고인이 신설법인과 관련하여 Q으로부터 새로운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약정을 쉽사리 체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E 운영을 위해 자금을 사용하기로 의도하였으면서도 이를 숨긴 채 이 사건 합의와 같은 약정을 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아도, 고위공무원 출신인 I이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의 발주를 주도할 위치에 있었던 점, 피해자들이 지급한 돈의 사용처가 피해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이는 점(신설법인의 대표이사는 I의 아들 G이었다), 피고인과 I은 이 사건 기술과 관련하여 일정 부분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은 주로 관급공사를 수주받아 왔던 관계로 정부 내지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신뢰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사업을 계속하여 하는 입장에 있던 피고인이 섣불리 자신의의도를 숨긴 채 위와 같은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④

한편, I은 원심 법정에서 "②에서 본 이메일과 'AC 협력방안' 파일의 내용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위 진술에 의하면 I이 이 사건 합의와 사업방식을 전혀 달리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안하는 피고인에게 이를 명시적으로 반대하여 구체적인 협의를 하거나 이 사건 합의와 관련된 별도의 처분문서도 남기지 않고 막연히 피고인을 신뢰하여 법인설립과 자금집행 등을 일임하여 처리하였다는 결과가 되어 이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I 등은 2012. 8. 무렵 Q이 보유한 영상기술이 이 사건 기술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피고인의 이 사건 기술이전 가능성이 문제된다는 사정을 알기 전까지 피고인에게 지급한 자금의 사용처 등 피고인의 업무집행에 관하여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신설법인의 시설과 인력을 갖추려고 구체적으로 시도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⑤

비록 Q이 보유한 영상기술이 이 사건 기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피고인이 Q을 배제한 채 이 사건 기술을 제3자에게 이전하여 줄 수는 없었으며 이를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Q이 독자적으로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Q 또한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 사건 기술이 추가개발의 여지없이 완성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려워 향후 특허권 신청 등 사업 진행 과정에서 권리 귀속에 관한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여 Q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이 I 등에게 이 사건 기술에 관한 권리를 확보하여 줄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피고인이 I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뒤 이 사건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별다른 문제없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I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을 무렵 ②에서 본 'AC 협력방안' 파일에 기재된 내용이 실현불가능하였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사기의 점은 파기를 면할 수 없는데,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판결은 그 전체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