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2015. 5. 1. 피고(이하 ‘피고 회사’라고도 한다)와 아래와 같은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1. 2. 16. 내용증명 우편으로 피고에게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연봉 3억 6,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현재까지 위 연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였다. 이러한 사유 등으로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사직하고자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21. 10. 8.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 따른 파산선고를 받았고, 피고의 파산관재인으로 변호사 D가 선임되었다(서울회생법원 2021하합100144호).
원고는 2022. 4. 1. 서울회생법원에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을 재단채권으로 신고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0. 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2호증, 을 1, 11,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본안전항변의 요지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상 재단채권이 아닌 파산채권에 속하므로, 원고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 사건 채권을 행사할 수 없고, 피고를 상대로 직접 그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판단
쟁점의 정리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하고(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10호),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한다(채무자회생법 제475조).
그러나 당사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 파산재단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민사소송법 제239조),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채무자회생법 제423조, 제424조). 따라서 파산채권에 관한 소송이 계속 중에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게 되면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파산채권자는 파산사건의 관할법원에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채권신고를 하여야 한다. 채권조사절차에서 그 파산채권에 대한 이의가 없어 채권이 신고한 내용대로 확정되면 계속 중이던 소송은 부적법하게 되고, 채권조사절차에서 그 파산채권에 대한 이의가 있어 파산채권자가 그 권리의 확정을 구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의자 전원을 소송의 상대방으로 하여 위 계속 중이던 소송을 수계한 후 청구취지 등을 채권조사확정소송으로 변경하여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462조, 제464조). 이처럼 파산선고 당시 계속 중이던 파산채권에 관한 소송은 파산관재인이 당연히 수계하는 것이 아니라 파산채권자의 채권신고와 그에 대한 채권조사의 결과에 따라 처리되므로, 당사자는 파산채권이 이의채권이 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미리 소송수계신청을 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소송수계신청은 부적법하다(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87587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채권은 임금 및 퇴직금 채권으로서 재단채권에 해당하여 피고에 대한 파산절차의 개시와 상관없이 그 지급을 구할 수 있으나,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 채권은 위임계약상의 보수채권으로서 파산채권에 해당하여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1호증, 을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 당시 원고에게 일단 월 3,000만 원의 정액 급여를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상 인센티브를 제외한 기본 급여의 경우 원고의 실적 평가와 무관하게 매월 말일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제3조 제3항).
이 사건 계약상 원고는 피고로부터 요청받은 업무 등에 대하여 수시로 그 진행 상황 및 결과를 피고에게 보고할 의무를 부담하였다(제4조 제5항).
피고는 국세청에 원고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였고, 원고에 대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였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1, 4호증, 을 4, 5,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 E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의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 사업, 특히 C 유한회사(C, 이하 ‘C’라 한다)와의 거래 알선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그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화장품 수출입업 및 도소매업을 영위하던 피고는 2015년경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추진하던 중, 당시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유통 사업을 하던 원고가 중국 화장품 회사와의 거래를 알선해줄 수 인맥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기존에 피고 회사 직원이 아니었던 원고를 피고 회사의 임원(전무)으로 영입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 회사 영업 부서의 전무로서 영업 마케팅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외에도 C 영업 관련 업무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그와 동시에 대내 외적으로 피고 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의무도 부담하였다(이 사건 계약서 제2조 제1항).
그러나 원고는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업무 범위 중 특정 부문, 즉 중국 화장품 회사, 특히 C와의 거래 알선 및 이에 수반되는 마케팅 업무만을 수행하였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위 업무 이외에 피고 대표이사 등이 지시한 다른 업무를 일반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원고는 위 C 영업 관련 업무에 대하여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인적 자원과 개인 역량을 활용하여 C와의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해당 업무의 특성상 피고 대표이사 등이 원고의 위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임관계에서도 수임인은 위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 등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바(민법 제683조),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피고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그에게 보고를 하는 경우가 있었더라도, 앞서 본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및 원고가 위임받은 업무의 특성상 그러한 정도의 지시․보고는 위임계약에서도 허용되는 수준의 것이었다고 판단되고, 이를 초과하여 통상적인 근로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의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원고의 연봉은 3억 6,000만 원으로,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뿐만 아니라, 피고 사내이사 F의 연봉(2017년 기준 1억 8,000만 원) 및 대표이사 E의 연봉(2017년 기준 2억 4,00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원고와 피고는 매 사업연도 개시 전까지 직전 사업연도의 원고의 업적 및 성과 등을 평가하여 연봉을 조정하기로 정하였다(이 사건 계약서 제3조 제2항 다호). 또한 이 사건 계약은 원고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비(차량유지비, 업무경비, 해외출장비, 교제비, 법인카드 사용액)에 대하여 포괄적인 지원 조항도 두고 있었다(제4조).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위임하는 업무범위에 관하여만 정하였을 뿐, 원고의 근무장소 및 근무시간에 관하여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원고는 자신의 근무장소 및 근무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았다). 피고의 실질적인 경영자였다고 주장하는 G은 원고가 외근을 하지 않을 때에는 피고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으나(갑 4호증), 앞서 본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원고가 위임받은 업무의 내용, 그리고 피고 작성 근태보고서(을 10호증)에 의하면 원고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근태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G 작성 사실확인서의 위 기재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소결
결국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채권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이 아니라 피고 회사 임원으로서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위임계약상의 보수채권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채권은 파산절차상 재단채권이 아니라 파산채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채권에 관하여 앞서 본 파산절차에서의 채권조사․확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직접 피고에게 그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완(재판장) 곽새롬 한성민
사건정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가합103899
판결선고
2022. 10. 13.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