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벌금 700,000원에, 피고인 B을 벌금 5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A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을 실제로 경영하는 사람은 I이고, 이 사건 회사의 대표자는 사내이사인 피고인 B이다. 따라서 피고인 A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A에 대하여 선고한 형(벌금 7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피고인 B에 대하여)
피고인 B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위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고, 실제로도 자금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등에 관여한 바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판단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아래 범죄사실 부분 기재와 같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E는 피고인 A과 면접을 보고 피고인 A이 채용을 결정하였으며 피고인 A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한 피고인 A이 신용불량자로 사내이사에 취임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 B이 사내이사에 취임하게 된 점, ③ 피고인 B이 위 회사의 지분 50%의 명의자이기는 하나 실제로 자신의 자금을 출자한 적은 없는 점, ④ E는 인천지방법원 2021가소410141호로 피고인 B을 상대로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고 패소 판결로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B이 피고인 A과 공모하여 근로자 E의 임금을 미지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B이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고,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참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대표이사는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주를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사업경영담당자인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도2910 판결 참조).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인 피고인 B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 피고인 A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공동 운영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이 사건 회사의 자본금은 1억 원이고, 피고인 B은 이 사건 회사의 법인등기부상 1인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는 이사의 수를 1명 또는 2명으로 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각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므로(상법 제383조 제1항 단서 및 제6항), 피고인 B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자로서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 A은 E를 채용한 후 E에게 피고인 B을 이 사건 회사의 대표라고 소개하였고, 피고인 B은 E에게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표시된 명함을 교부하였다. E는 이 사건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피고인 B에 대하여는 대표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고, 피고인 A에 대하여는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
피고인 B은 이 사건 회사의 통장과 도장, 공인인증서, OTP 카드 등을 보관하고 있었고,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실제로 자금집행을 담당하였는바, 위 피고인이 명목상으로만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을 뿐 이 사건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되어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E는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 B이 이 사건 회사에 매일 출근한 것은 아니지만 월요일마다 개최되는 회의에는 대부분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회사 재직 중 일부 지급받은 급여는 피고인 B으로부터 현금으로 수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E는 이 사건 회사에서 퇴사한 후 피고인 B에게 전화하여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였고, 2019. 7.경에는 피고인 B을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에 피고인 B은 E에게 체불임금을 정산하여 주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B이 이 사건 회사의 운영에 일정 부분 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특히 임금과 관련된 업무는 위 피고인이 직접 담당하여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은 E가 위 피고인을 상대로 체불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인천지방법원 2021가소410141호)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들어 위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경영담당자는 사업주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 대하여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지는 않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개념에 포함되어 임금체불 등과 관련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에는 해당된다. 따라서 위 확정판결의 존재로 인하여 피고인 B이 곧바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A에 대한 직권 판단
피고인 A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과 피고인 B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고, 원심은 피고인 A이 단독범으로 동일한 내용의 범행을 한 것으로 인정하여 공동정범 부분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A과 피고인 B은 공동정범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도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본다.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회사를 실질적으로 설립․운영한 피고인 A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 B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기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A이 옛날에 크게 사업을 했는데 부도가 나서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대표가 될 수 없으니 저한테 대표를 해 달라고 해서 제가 그렇게 했다. 원래 다른 사람이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피고인 A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잠깐 갖고 있으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B이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것은 피고인 A의 부탁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피고인 A이 면접을 거쳐 E를 채용하였고, E의 급여 및 근로조건을 정하였으며, E에 대한 업무지시 또한 피고인 A이 주로 담당하였다. 또한 피고인 A은 사업전반에 관한 계획이나 앞으로의 경영방향, 실적 등을 논의하는 주간회의를 주재하였다.
피고인 A 스스로도 원심 법정에서 ‘I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회사와 주식회사 F를 설립하였다. 제가 건설전문가를 영입해서 그 친구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와이프가 대표이사를 거절해서 그 당시 주식회사 F 대표인 피고인 B에게 상의하여 피고인 B이 대표로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E는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 A은 본인이 사업수완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지 돈이 될 것 같은 것을 가져와서 적임자가 있으면 적임자에게 맡기거나 아니면 영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영업을 지시하였고, 피고인 B은 자금결제 관계나 공장 임대 아니면 공과금 같은 것을 지출하는 것에 대하여 자금집행을 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A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사업 수행을 전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