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은 근로자 F와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면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위 근로자의 근로형태가 특수하다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없었으며, 달리 피고인과 위 근로자 사이에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정황을 찾을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과 위 근로자가 작성한 2020. 3. 2.자 근로계약서상의 근로기간은 위 근로자의 총 근로기간(2018. 12. 6.부터 2020. 12. 26.까지, 이하 ‘이 사건 근로기간’이라 한다)과 일치하지 않고, 이 사건 근로기간에 대하여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이라는 취지의 기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위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으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금품의 지급의무 및 금품미청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5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12. 6.부터 2020. 12. 26.까지 구미시 E 재건축사업 공사 현장, 구미시 G에 있는 도시개발사업 공동주택 공사 현장, 의정부시 H건물 공사 현장 등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F의 2019. 1. 주휴수당 150,000원, 연장근로가산수당 75,000원을 비롯하여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금품 합계 18,975,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근로자에게 공소사실 기재 주휴수당 등을 별도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거나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근로자 F는 2018. 12. 6.경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 수행한 구미 E 재건축사업 공사 현장 등에서 일용근무자로서 근무하다가 2020. 12. 26. 퇴직하였다.
위 근로자는 위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근로를 하다가 2020. 3. 2. 위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2020. 3. 2.자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 근로자는 위 회사를 상대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및 퇴직금 등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울산지방법원 2021가소244832호로 임금 청구의 소(이하 ’관련 민사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2. 10. 5. ‘위 근로자와 위 회사 사이에 이 사건 근로기간 동안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이 체결되었고, 위 회사가 위 근로자에게 지급한 포괄임금(일급 15만 원)에 포함된 제 수당인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근로자의 위 부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다만, 위 근로자의 청구 중 퇴직금 지급 청구 부분은 인용하였다).
위 근로자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은 2023. 9. 26. ‘위 회사가 위 근로자에게 지급한 포괄임금에 포함된 제 수당 중 연차휴가수당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연차휴가수당에 813,750원이 미달하므로, 위 회사가 위 근로자에게 813,7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울산지방법원 2022나16208호), 위 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근로자 F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여 왔다. 실제로 ① 2020. 3. 2.자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위 근로계약서 작성 전후로 위 근로자의 근로 장소만 변경되었을 뿐 근로내용, 일급,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휴가 등은 모두 동일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근로자는 이 사건 근로기간 동안 일급 15만 원으로 계산한 급여를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해온 것으로 보이고, 그 후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2020. 3. 2.자 근로계약서도 아무런 이의 없이 작성한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기간에 관해서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포괄임금에 포함된 제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므로, 피고인은 위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 관련 민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위 근로자에게 연차휴가수당 813,750원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기는 하였다. 그러나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기간 동안 위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에 따른 포괄임금 즉, 일당 15만 원 상당의 임금은 모두 지급한 점, ② 위 미지급 연차휴가수당의 존부에 관하여 관련 민사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이 상이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후적으로 피고인의 위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에서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검사가 주장하는 여러 양형사유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적정하게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과 비교하여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으며,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일승(재판장) 방진형 강석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