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와 피고 B, C은 서울 중랑구 E에 있는 F대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 한다) G학과(이하 ‘이 사건 학과’라 한다) 소속 교수이다.
원고는 2021. 3.경부터 이 사건 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하다가 2022. 2.경 이 사건 학과의 산학협력중점교수(조교수)로 임용되었고, 피고 B은 부교수로서 입학처장을, 피고 C은 부교수로서 이 사건 학과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피고 학교법인 D(이하 ‘피고 학교법인’이라 한다)은 이 사건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원고와 피고 B, C의 사용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5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1>
피고 B은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우리 둘이 잘 맞을라나ㅋ사업하는데’, ‘ㅋㅋ이젠 좀 잘 맞는 여자랑 살고 싶다’, ‘궁합이 맞는 거지’, ‘욕심 많은 여자도 좋아요’, ‘ㅎㅎㅎㅎ휴가가자’, ‘갑시다. 통영, 진주, 부산까지 둘러보고 오는 코스^^’, ‘내가 A교수 외조 잘 하는 거지?’라는 대화를 하여 원고에게 직장 내 성희롱행위를 하였다.
피고 B은 원고에게 ‘A교수가 내 분신이길 바랐다’, ‘누구 사람의 명령이든 나는 A교수가 내 말에 그냥, 그냥 잘 따라주기를 바랐던거야’, ‘내가 그럼 이렇게 해라, 그러면 그냥 무조건 가고 그렇게 하고 그러길 바랐는데’, ‘신입사원답게 행동하라‘는 등의 말을 반복하여 원고에게 심한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주었는바 이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B은 원고에게 ’2학기 때 박사하지마. 내가 단호하게 얘기해. 2학기 때 박사하지마. 당신이 다음 학기에 박사를 한다 그러면 C 교수 가만 안 있을 거야. 내가 말했잖아. 산중교수는 당신이 2년 뒤에 계약할 때 재임용할 때 산중교수는 전임교수 들어가. 큰 입김은 아니지만 좌지우지는 해‘라고 말하여 원고의 재임용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해악을 고지하면서 원고가 박사 학위과정을 중단하도록 요구하였는바 이는 강요행위에 해당한다.
피고 B, C은 이 사건 학과 교수 및 강사 등 19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원고가 개인적인 불편함을 이유로 학과에 대한 근거 없는 사실을 인권센터에 신고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야기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여 마치 원고가 피고 B, C의 개인적인 비위행위가 아니라 학과와 관련된 공적인 일을 신고한 것처럼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 B, C은 이 사건 학과에 개설된 전시편집디자인 강의가 진행 중인 강의실에서 15명가량의 학생들이 있는데, “원고가 피고 B, C과의 소통 부재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사실로 우리를 학교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우리들은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라고 말하여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 B, C은 원고에게 위 기재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피고 B, C의 위 각 개별적인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피고 학교법인은 피고 B, C의 사용자로서 피고 B, C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가의 1)항 주장에 대하여
위 법리에 기초하여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원고는 피고 B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원고 역시 피고 B에게 ‘잘 맞죠!! 안 맞으면 맞추면 되는거구’, ‘제가 잘 따라서 협업하기 좋아요’, ‘하루라도 제대로 쉬고 싶어요. 교수님도 그러시죠?’라고 하는 등 피고 B의 호의적인 반응을 유도하거나 업무적으로 자신이 가지는 강점 등을 어필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와 피고 B이 주고받은 대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피고 B이 일방적으로 대화를 주도하거나 화제를 꺼내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 역시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에 맞춰 적절히 대답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 B이 원고에게 ‘잘 맞으려나?’라고 물으면서 ‘사업하는데’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피고 B의 질문이 다른 의도로 해석될 여지를 피하고 사업과 관련된 질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가 지적하는 대화내용들은 피고 B이 원고에게 남녀관계로 접근하면서 시도한 대화라기보다는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대화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이 원고에게 성적수치심을 주거나 본인의 성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가의 2)항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위 주장의 전제로 산학협력중점교수는 강의를 하지 않고 연구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되는 특수한 직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산학협력중점교수에게 강의시수를 감면해주는 취지는 산학협력중점교수의 현장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 특강, 현장실습지도, 취업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학생지도를 담당하게 하려는 것이어서 산학협력중점교수가 단순히 강의시수 측면에서는 업무가 적은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체적인 업무량 측면에서는 다른 교수들과 특별히 차이가 있을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 학교의 학칙(을 제3호증)에는 산학협력중점교수의 업무범위에 관하여 별도의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하다.
갑 제2, 3, 6, 12호증, 을 제9 내지 13, 16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NCS 관련 업무에 관하여 피고 C이 요청한 업무를 해태하다가 결국 그 업무 자체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원고가 NCS 기반 캡스톤디자인 졸업작품 전 준비와 관련하여 피고 B으로부터 전시회 준비를 총괄하는 업무를 부여받았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던 중 업무를 안 하는 것이 맞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업무협조를 거부한 사정 등이 인정되는바, 피고 B이 원고의 업무능력 등을 지적하며 불만을 토로하였던 것은 원고의 업무해태가 원인이 되었던 것이어서 피고 B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경위 및 그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자체만으로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위 가의 3)항 주장에 대하여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B의 갈등이 심화되기 이전의 대화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피고 B에게 ‘박사 학위과정과 전임교원 업무를 병행하다보니 버겁다’는 취지의 말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부담이 누적되어 오던 과정에서 원고가 이 사건 학과 전임교원으로서 해야 하는 업무를 해태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자 피고 B은 원고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학과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 원고에게 박사과정을 한 학기동안 중단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갑 제22호증, 을 제38, 3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수사기관에서도 ‘원고와 피고 B이 대화한 맥락, 피고 B이 발언한 의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 B이 같이 업무를 하는 원고에게 전임교원으로서 업무에 집중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후 원고가 박사 학위과정을 진행한 점을 이유로 피고 B의 말이 원고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의 해악고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살피건대, 산학협력중점교수에 대한 재임용 심사는 교원업정평가위원회가 하는데, 교원인사위원회규정(을 제7호증)에 따르면 교원업적평가위원회는 총장이 임명하는 교무처장을 포함한 7인의 교원으로 구성되고, 이 사건 학교는 교원업적평가위원회에 정교수들을 참여시키기 때문에 부교수 지위에 있는 전임교원들은 교원업정평가위원회에 참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 B은 교원업정평가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원고의 재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아니하다. 비록 원고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조교수로서 최초 2년의 계약 후 1년마다 재임용심사를 받아야 하고, 재임용심사에 있어서는 이 사건 학과의 전임교수이자 부교수인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인사평가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B의 위와 같은 발언이 원고에 대한 강요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가의 4), 5)항 주장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B, C이 원고가 학교인권센터에 고충을 신고하여 그에 따른 절차가 진행된 것과 관련하여 일부 허위사실을 포함하여 학과 교수 및 강사 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리고, 여러 학생들이 있는 강의실에서 그러한 내용을 알린 것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B, C이 학교인권센터에서 ‘각하’로 사건을 종결한 것을 ‘기각’이라고 표현하는 등 일부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사정은 인정되나, 이는 피고 B, C이 법률적인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고, 을 제3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고충상담 및 처리 결과통보서’의 내용 중 ‘기각’이라는 표현도 기재되어 있어 피고 B, C이 허위사실을 적시하려는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또한, 원고와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당시 이 사건 학과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피고 B, C으로서는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원인으로 하여 학교인권센터에서 사건이 진행되었고 그 내용을 학과 교수들 및 학생들 사이에 공유할 공익적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알린 것으로 보여 피고 B, C에게 원고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피고들이 기재한 표현 중 ‘불편함’, ‘동요’, ‘어려움’, ‘명성이 추락’ 등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였다기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이나 감정이 개입되는 가치평가에 따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므로 피고 B, C의 위와 같은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B, C의 위 각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 및 피고 B, C은 원고의 업무해태 및 거부 등으로 인한 갈등이 누적되어 오는 과정에서 서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B, C의 언행 중 원고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 다소 있었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 B, C의 각 행위가 개별적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전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원고는 피고 C이 원고의 휴강 및 보강업무와 관련된 승인을 지연하여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으나 을 제19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휴강 및 보강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학칙 및 업무지침에 따라 스마트출결관리시스템에 휴강 및 보강계획서를 등록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이를 등록하지 아니하여 피고 C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원고의 휴강 및 보강신청은 보강일정 등에 관하여 학과의 다른 수업일정 등과도 조율되지 않은 것이어서 이를 승인해줄 수는 없었던 것이므로 피고 C의 이러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 학교법인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B, C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 B, C의 사용자로서 이들의 사무집행행위에 관한 사용자책임을 구하는 원고의 피고 학교법인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성욱
각주1) 이 법원의 석명준비명령에 따라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2024. 5. 23. 제출한 참고서면으로 정리한 주장에 기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