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서울시 자치구 소속 C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 및 생활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다(이하 피고를 '피고 조합'이라 한다).
원고는 1990. 10. 8. 서울 광진구청 소속 C으로 배정되어 피고 조합 소속이 되었고, 2005. 4. 1.부터 2016. 1. 27.까지 피고 조합의 사무국장으로, 2016. 1. 28.부터 2022. 1. 12.까지 피고의 위원장으로 재임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2. 9. 30. 조기 퇴직하였고, 서울 광진구청으로부터 퇴직과 동시에 퇴직금으로 264,263,500원을 지급받았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피고 조합은 2006.경 서울 25개 자치구로부터 각 2억원씩 총 50억 원을 지원받아 피고 조합의 재정자립실현 및 복지향상을 위한 재정자립기금(이하 '이 사건 기금'이라 한다)을 창설하게 되었다.
피고 조합의 구 규약(2006. 4. 4.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규약'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생략>
피고 조합은 2006.경 재정자립기금의 운영을 위하여 구 재정자립기금의 적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도 신설하였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위 구 운영규정(2006.경 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운영규정'이라 한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생략>
피고 조합의 2006. 10. 10.자 지부장 회의록에는 [보고 사항] 하단에 '재정자립기금에 대한 보고 : 100% 달성 - 조합서 임의사용 가능하도록 노력'이라고 기재되어있고, [결의사항]은 없으며, 문서 아래의 '결재'란에 담당자, 조직간사, 사무국장(당시 원고), 위원장(당시 D)의 인장이 각 날인되어 있다.
위 지부장 회의 이후, 당시 피고 조합의 위원장이었던 D는 2006. 12. 29. 매주 개최되는 지부장 회의의 의결을 거쳐 아래와 같은 구 B노동조합재정자립금운영규칙(이하 '이 사건 운영규칙'이라 한다)을 제정하였고, 이 사건 운영규칙은 제정 당일부터 시행되었다.
<생략>
위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의 '상근임원'에는 위원장, 사무국장 등이 포함된다. 나아가 위 규칙의 '대통령령 제15913호'란 구 지방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1988. 10. 10. 대통령령 제1591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시행령'이라 한다)을 의미하는데, 위 구 규정 제10조는 "조기퇴직수당액은 퇴직 당시 월봉급액의 6월분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한편, 피고 조합의 구 위원장이었던 D는 퇴직 후 2016.경 피고 조합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069198호로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에 따른 생계안정자금 상당액 181,381,213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6. 6. 15.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원을 지급하되, 2016. 7. 29.까지 30,000,000원, 2016. 8. 31.까지 30,000,000원, 2016. 9. 30.까지 40,000,000원을 분할하여 지급한다. 만일 피고가 위 돈의 지급을 1회라도 지체하는 경우 기한이익을 상실하고, 미지급금 전체에 대하여 지체기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는데, 당사자 모두가 이의를 신청하지 않아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를 '선행 민사소송'이라 한다). 위 선행 민사소송 당시 피고 조합의 위원장은 원고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운영규칙은 대의원대회 결의를 요하지 않고, 운영위원회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지부장 회의를 통하여 제정되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조합원인 상근임원의 복지를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기금의 목적 및 상위규범의 위임범위 내에서 제정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운영규칙은 유효하다.
원고는 피고 조합의 이 사건 운영규칙 발효 후 상근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1. 12. 임기가 만료되었고, 이후 형식상 급여를 지급받다가 2022. 9. 30. 질병으로 인하여 조기퇴직한 자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의 '규칙발효 후 상근임원이 임기만료, 퇴직('규칙발효 후 상근임원'이란 규칙이 발효된 이후에 상근임원으로 근무한 자를 의미할 뿐, 지급사유 발생 당시 상근임원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타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사건 시행령 제10조의 "월봉급액"은 봉급과 기타 각종 수당을 합산한 보수를 말하고, 이는 퇴직급여 산출기준인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시행령 제10조에 따른 월봉급액 6월분의 수당 31,456,080원(= 일 평균임금 174,756원 X 180일)과 퇴직금 반액인 132,131,750원(= 264,263,500원 / 2)의 합계 163,587,83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지급명령정본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조합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운영규칙은 대의원대회나 운영위원회 결의 없이 제정되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고, 이 사건 기금의 목적에 어긋나며, 상위규범의 위임범위를 초과하므로 효력이 없다.
설령 이 사건 운영규칙이 유효하더라도, 원고는 퇴직일인 2022. 9. 30. 당시 피고 조합의 상근임원이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의 생계안정자금의 지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사 원고가 생계안정자금 지원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행령 제10조의 "월봉급액"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제3조 제2호에 따라 계급별,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여를 말하므로, 수당을 더하지 아니한 공무원 호봉표 상의 월 기본급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제10조에 따른 수당은 원고의 퇴직 당시 월 기본급 2,654,820원의 6개월분인 15,928,920원이다.
판 단
피고 조합의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지급의무 발생 여부 원고가 이 사건 운영규칙이 제정된 2006.경 이후 피고 조합의 상근임원인 사무국장 및 위원장으로 근무하다가 2022. 1. 12. 임기만료로 위원장에서 물러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의 이 사건 운영규칙 발효후 임기가 만료된 상근임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 규칙 제18조에 따른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의 효력
당사자들의 주장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기금의 관리, 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규약 제18조 제9호, 제44조에 따라 대의원대회의 결의가 필요하고, 위 규약 제20조 제1호에 따라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제정되어야 하는데, 지부장 회의만으로 제정되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지급은 위임 범위 내에서 정당한 항목을 신설하는 것에 불과하여 기금의 관리, 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대의원대회 결의를 요하지 않으며, 지부장 회의로 운영위원회를 갈음할 수 있으므로, 지부장 회의 결의만으로 제정된 이 사건 운영규칙은 절차상 하자가 없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관련 규정 및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제5호는 기금의 설치, 관리 또는 처분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자주적으로 결성한 임의단체로서 그 내부의 운영에 있어 조합규약 등에 의한 자치가 보장되므로 피고 조합이 조합규약에 근거하여 자체적으로 만든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은 조합규약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자치적 법규범으로서 소속조합원에 대하여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43567 판결, 2000. 4. 11. 선고 98두1734 판결 들 참조), 그러한 자치적 법규범의 제정에 있어서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합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내지 제한하여서는 아니되며 또한 그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는 등의 제한이 따르는 터이므로 그 제한에 위반된 자치적 법규범의 규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 신설 당시 피고 조합의 총회, 대의원대회, 또는 운영위원회의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설 지부장회의에서의 결의만으로 이사건 운영규칙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또한 이 사건 규약 제18조 제9호가 기금의 설치, 관리 또는 처분에 관한 사항을 총회 내지 임시총회(대의원대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위 법리를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재정자립기금의 관리, 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여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5호 및 이 사건 규약 제18조 9호에 따라 대의원대회 결의를 요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의 결의 없이 제정된 것으로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조합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기금은, 서울시의 추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피고 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자립적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서울시 각 자치구가 각 2억 원씩 총 50억 원을 지원하여 조성된 것이다. 이처럼 기금의 조성 경위 및 자금 출처, 공적 성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기금의 관리와 처분은 피고 조합 운영비 목적의 범위 내에서 조합원 전체의 민주적 통제를 받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금이, 사용자인 서울시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노조 상근임원의 인건비 지급을 포함한 통상적인 운영비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이 사건 규약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함은 당연하고, 노동조합에서 일응 지출되는 통상적인 운영비의 범위를 넘어 특정 조합원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절차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피고 조합이 임기만료, 퇴직, 구속, 기타 사유가 발생한 상근임원에게 재정자립기금에서 조기퇴직수당액 및 퇴직금의 반액에 해당하는 생계안정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생계안정자금은 상근임원의 급여와 별도로 지급되는 것인데, 상근임원이었던 자라면 누구나 지급받을 수 있을 정도로(임기가 만료되기만 하여도 해당된다) 지급 사유가 포괄적일 뿐 아니라, 액수도 일반 공무원의 조기퇴직수당 및 퇴직금의 반액을 합친 금액으로 상당한 고액이다. 위와 같은 생계안정자금 지급 사유 및 그 액수에, 피고 조합의 상근임원(위원장이나 사무국장 등 노조 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은 이미 사용자인 서울시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는 점을 더하여 종합하여 보면, 이 생활자립자금은 통상적인 임금의 범위를 벗어나 특정조합원인 상근임원을 위하여 무상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특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④ 결국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상근임원 및 상근임원이었던 자에게 이 사건 기금으로 무상으로 호혜적 금원을 지급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 조합의 일반적인 운영비 지출 범위를 넘어 이 사건 기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단순히 기금의 목적 범위 내에서 세부적인 사용방법 및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기금의 관리·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기금의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5호 및 이 사건 규약 제18조 제9호에 따라 대의원대회(총회) 결의를 요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대회의 결의 없이 제정되었으므로, 중대한 절차적하자가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가 2006.경 신설된 때로부터 약 20년이 경과된 이 사건 소 제기 시까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금을 운영하며 회계결산보고 및 감사보고를 받아왔으며, 2016. 6. 15.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에 따라 피고 조합 전 위원장인 D에게 생계안정자금이 지급된 사례 또한 존재하므로,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운영규칙의 효력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3다2390, 2406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다5556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을 제8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는 노동조합법 및 이 사건 규약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만들어졌고, 이 사건 운영규칙 신설 당시 원고는 피고 조합의 사무국장으로서 그와 같은 절차 위반 사실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 신설 이후로 E 등의 다른 상근임원들이 존재함에도 실질적으로 생계안정자금을 수령한 자는 D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고, ③ D또한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에 따른 생계안정자금 전액이 아닌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의하여 그 절반 가량인 100,000,000원만을 수령하게 되었는데, 당시 피고 조합의위원장이었던 원고가 D와의 합의 절차를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운영규칙 제18조가 유효하다거나 이에 따라 생활안정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게 정당하다거나,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운영규칙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이러한 신의에 반하여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