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8년경부터 서울 중랑구 E건물 301호에 있는 ㈜F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31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케이블인터넷설치업을 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사업장에서 근로자 G에 대한 2012년 4월 임금(연장근로수당) 308,786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퇴직근로자 6명에 대한 임금(연장근로수당) 합계 4,471,854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사용자는 연장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사업장에서 2011. 5. 4.경부터 2013년 3월경까지 근무하던 근로자 H에 대하여 2012년 3월 연장근로수당 457,653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재직근로자 15명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합계 47,268,173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적용법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제56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은 ㈜F(이하 'F'으로 약칭)의 대표이사로서 1일 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하는 1시간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 포괄임금약정 또는 부분적 포괄임금약정을 맺어 공소사실에 기재된 임금을 포함하여 모두 정산·지급한 상태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피고인으로서는 임금에 대한 지급 의무 존부와 그 범위에 대해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기에 그 미지급에 대해 상당한 이유가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판단
사실 관계
[인정 근거: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I, J의 진술 기재, 제6회 공판조서 중 증인 K의 진술 기재, 제4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 기재 및 이 법정에서의 피고인 진술, 각 급여지급대장, 근로감독 결과보고서, 시정지시서, 시정지시 결과보고, 각 최저임금 차액 지급내역서, 연봉근로계약서 사본(867쪽)의 기재, 변호인 제출 증 제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피고인이 운영하던 F은 케이블방송사인 ㈜L의 협력사로서 케이블방송·인터넷 장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 작업(케이블방송·통신 공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이다.
F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3월 사이에 정직원 근로자 30여 명을 상시 고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회사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F은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과 사이에 기본 근로시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08:30부터 18:30(9시간, 휴게시간은 12:00부터 13:00)까지로 정하고, 근무장소를 회사가 지정한 사업장 또는 회사가 지정한 장소로 정한 후, 기본연봉을 1,690만원 상당으로 정하여 주 40시간 기준의 월 기본급으로 월 1,408,000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약정은 서면 또는 구두에 의해 성립하였다).
회사 근로자 대부분은 케이블방송 가입자 요청에 따라 가입자 주거자 등지에 출장하여 방송·통신 장비에 대한 A/S 업무를 담당하는 외근 직원들로서, 08:30 출근하여 전날까지 접수된 요청 사항을 확인하고 당일 작업물량을 할당받은 다음, 할당받은 고객의 수, 작업 현장까지의 거리 등을 고려해 당일 작업 순서를 계획해 전화로 고객들과 방문 시간을 정해 현장을 방문해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근로자들은 퇴근 시간으로 정해진 18:30을 전후해 사무실에 돌아와 장비를 반납하면서 실제 방문 및 작업 여부, 고객 사정에 따른 작업 날짜 변경 등에 관해 회사에 보고하였다.
F이 작성하여 보관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 내역에 의하면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근무 연차에 따라 월 기본급 140만원 ~ 160만원 상당을 지급받았는데, 그 금액은 대체로 기본급 70만원 ~ 80만원, 업무수당 명목으로 70만원 ~ 80만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본금 자체만으로는 당시 시행되던 최저임금(2012년 시간급 4,580원, 2013년 시간급 4,86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었으므로 근로자들은 기본금과 업무수당을 합한 총액을 월 급여로 인식하고 있었고, 회사와 사이에 업무수당을 연장근로수당 또는 그 일부로 삼는 약정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한편 피고인이 운영하던 F 외에 ㈜L의 장치 설치 및 유지·보수 협력사인 5개 동종 업체들 역시 F과 동일한 업무시간 및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수사가 진행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지는 않았고, F은 2013년 4월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에서 임금 및 연장근로수당 지급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조사가 진행된 후 근로감독관의 조사 내용 및 설명을 듣고 임금을 다시 계산해서 임금체계를 연봉 단위에서 시급(時給) 단위로 바꾸어 월 급여를 산정해서 지급하였다.
판단
피고인이 그 회사의 근로자들로부터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출퇴근 시간이 근로자 모두에게 공통되게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고 업무 시작과 마감 때에 근로자가 반드시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고 복귀해야 하는 이상 대기 시간 역시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고, 작업의 수가 날마다 일정하지 않고 근로시간이 불규칙해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에 못 미치는 때가 있었다고 해도 이러한 현상은 다른 직종에도 공통되는 현상일 수 있는데다가 그 시간에 근로자들이 다른 근로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닌 이상 이러한 사유만으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근로자들의 업무가 포괄임금약정 또는 부분적 포괄임금약정의 대상인 근로였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인정 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인 운영 회사와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 또는 묵시의 포괄임금약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처럼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 사이에 포괄임금약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에 대해 이 사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F은 수시로 접수되는 장비 설치 및 고장 수리 작업을 담당하는 회사로서, 외근 업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근무시간 내 근로자들의 장소 이동과 일정 변경이 잦고, 작업 시간의 선후, 그리고 개별 작업의 시작과 끝이 근로자의 재량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며, 고객 사정이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해 근로자들 사이에도 일일 작업량에 불규칙한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근로자별로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이 문제되었던 201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근로자들과 연봉에 의해 월 급여를 산정해 왔지만, 이와 같은 회사 업무의 특성 때문에 피고인은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진행된 후에는 근로감독관의 조사 내용과 설명을 참고해서 2013년 4월 임금 산정 방식을 연봉 단위에서 시급 단위로 전환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이 시간을 초과해서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은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점은 인정할 수 있다(피고인의 법정 진술). 하지만 시급에 의해 임금을 산정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 연봉에 의해 임금을 산정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그 기초 위에 근로를 제공받다 보니 다른 업종에서 볼 수 없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임금을 구분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월 기본금과 업무수당), 이와 같은 임금 산정 방식의 혼선,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비대칭이나 불규칙한 작업 수라는 업무상 특성으로 인해 피고인은 전날 접수된 고객의 요청 확인을 위한 업무 준비 시간 및 실제 작업 수파악을 위한 업무 마감 시간을 통상 근로시간에 포섭시킨 채 이를 연장근로수당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이와 같은 혼선은 하나의 연봉 근로 계약서에 기본근로시간을 9시간으로 적고 월 기본급을 주 40시간 기준이라고 적은 것을 보아도 드러난다(증거기록 867쪽)].
이 사건 근로자들 역시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와 같은 월 급여 산정 방식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해 피고인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진행되고서야 연봉 방식에 의한 임금 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근로자들의 태도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포괄임금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해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인정 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운영하던 F 외에도 ㈜L의 장치 설치 및 유지·보수 협력사인 5개 동종 업체들이 더 있었고 이 회사들 역시 F과 동일한 업무시간 및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수사가 진행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지는 않았다는 점, 그리고 피고인이 2013년 4월 근로기준법위반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직후 조사 내용에 따라 과거 근로 제공 부분에 대해 시급 단위로 새로 계산한 차액 상당액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한 점(각 최저임금 차액 지급내역서, 일부 연장근로수당 부족 지급내역서 기재)까지 함께 고려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연장근로수당의 지급 의무 존부와 그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 업무의 특성, 연봉으로 월 급여를 계산함으로 인한 임금 체계의 혼선, 근로자들이 이의 제기 없이 노무를 제공해 온 점, 동종 업계의 임금 지급 실태 및 사후 시급 계산에 의한 연장근로수당 지급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석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