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아파트 주민이고, 피해자 C은 위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서 그 관리회사 'D' 소속인 자이다.
피고인은 2019. 2. 10. 10:00경 서울 도봉구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서, 사실은 피해자가 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을 고소하기 위해 지출을 결의한 변호사 선임비 4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없고 또한 피해자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비 1,100만 원을 직원 휴가비 명목으로 임의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아파트 주민여러분 여러분이 매월 납부하는 관리비(년 20억)을 지킵시다"라는 제목으로 "관리회사 D은 E 전 대표 문제를 고의적으로 지연 및 조작하여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 비용 400만 원을 횡령하였고, 관리소장은 멋대로 휴가비 1,100만 원을 지출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A4용지 1장짜리 유인물(이하 '이 사건 유인물'이라고 한다) 22장을 작성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설치된 승강기 22개에 부착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판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한 것이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서,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유인물에서 문제된 부분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서 진실한 사실이거나 설령 일부 진실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유인물에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이 사건 유인물이 이 사건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아파트 승강기에 부착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① 피해자가 지급한 변호사 선임비는 지출에 필요한 요건인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 지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아파트와 관련 없는 피해자 개인사건의 선임비로도 지출되었고, ② 피해자가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일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도록 사용촉진조치를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채 연가보상을 선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 6.경 이 사건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E이 주민투표로 해임되고, F이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되었으나, E이 해임 무효를 주장하면서 F 앞으로 사업자등록증상 대표명의변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피해자가 E을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로 각 고소한 사건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자, 피해자, F 등은 위 명의변경을 위한 대책 마련으로 2018. 10. 4. 변호사를 찾아가 F 명의로 E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건에 관하여 선임비 400만 원으로 정하여 선임계약을 체결하였다. 피해자는 2018. 10. 5. 입주자대표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하여 위 변호사 선임비용 400만 원을 관리외 수입에서 지출하기로 하는 의결을 거친 후 당일 위 선임비용을 지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80조 제4항 제5호는 관리주체가 잡수익을 지출할 경우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거치되, 그 중 소송비용에 대하여는 입주자 등의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 소송대상자, 목적, 소요비용, 손익계산 등을 사전에 입주자들에게 공지한 후 입주자등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는 말을 듣고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하여 형사고소사건을 수임하였는지를 확인하였는데,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민사사건을 수임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이는 당시 E이 관리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사건에서 피고 측인 관리회사의 대리인으로 선임된 내용을 변호사 사무실에서 잘못 알려준 것이었다.
구 근로기준법(2020. 3. 31. 법률 제17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는 사용자는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같은 조 제1호, 제2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같은 법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일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 1. 18. 정기회의에서 '2016년~2017년 관리직원 연차수당은 무조건 휴가로 대체하는 것으로 의결하였다. 그러나 2017. 9. 1. 관리소장으로 부임한 피해자는 위와 같은 유급휴가 사용촉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그 이유에 대하여는 이 법정에서 부임하기 전의 의결사항이라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에 따라 본인 및 직원들의 2017년도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일에 대한 보상이 연차 유급휴가 행사기간 이후에 이루어졌다.
피고인은 이 사건 유인물에 "관리소장은 휴가비 1,100만 원 횡령, 연차휴가는 모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법에서 정하고 있음에도 관리소장은 동 대표 의결도 없이 멋대로 휴가비 지출"이라고 기재하였는데, 이는 위와 같이 2016. 1. 18. 입주자대표회의에서 2016년~2017년도분 연차 유급휴가에 대하여 사용촉진조치를 취하여 미사용일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기로 의결하였는데도, 피해자가 위 사용촉진조치를 취하지 않아 미사용일 보상이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연차휴가는 모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법에서 정하고 있음에도'라고 한 부분은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을 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말하는 것으로 그 표현이 다소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결론
결국 피고인의 위 행위는 형법 제310조에 정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진상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