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8. 25. 선고 2020가합28980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78,218,131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 16.부터 2022. 8. 2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는 원고가, 4/5는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주로 병원과 의원을 고객으로 하여 조세에 관한 신고, 신청, 청구의 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법인이고, 피고는 2013. 10.경 원고에 수습세무사로 입사한 뒤 소속세무사로 계속 근무하여 오다가 2020. 7. 30. 퇴사한 세무사이다.

나.

피고는 원고의 목동지점 병의원팀 부팀장으로 근무 중이던 2014. 11. 24. 원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근로약정서(이하 ‘이 사건 근로약정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피고는 퇴사일인 2020. 7. 30. 무렵 149개의 거래처를 담당,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중 101개의 거래처는 피고가 직접 수임한 거래처이고, 나머지 48개의 거래처는 피고가 원고 소속인 다른 세무사 등으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거래처이다.

라.

피고는 퇴사하기 전날인 2020. 7. 29.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에 따라 피고가 이관할 27개의 거래처(별지 표 ⑤항 기재 각 거래처)를 선정하여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마.

그런데 피고는 2020. 8. 8. 퇴사 후 이사를 하는 과정 및 2020. 8. 10. 피고와 동반하여 퇴사하는 직원들의 퇴사 과정에서 피고가 근무하였던 원고의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던 108개의 거래처에 관한 자료(상담카드, 손익보고서 등)를 피고가 새로 설립한 D 세무사무소의 사무실로 반출하였다.

바.

이후 위 108개의 거래처를 포함하여 피고가 원고에 근무하면서 담당, 관리하던 149개의 거래처 중 110개의 거래처(별지 표 기재 각 거래처)에 관하여 2020. 8. 10.부터 2020. 11. 4.까지 기간 원고와 사이에 체결되었던 기존 세무대행 약정이 해지되고, D와 사이에 세무대행 약정이 새로이 체결되었는데, 위 110개의 거래처 중 피고가 원고에 근무하면서 직접 수임한 거래처는 별지 표 ⑥항 기재 각 거래처와 같이 88개이다.

사.

피고가 담당, 관리하던 거래처에 관한 자료를 외부로 반출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원고는 2020. 8. 21. 피고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등), 업무상배임, 절도의 혐의로 고소하였고,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2021. 10. 14. 피고를 업무상배임의 혐의로 기소하여 현재 재판이 계속 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9 내지 22, 29호증, 을 제1 내지 4, 6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에 의하면 피고는 퇴사 시 원고에 근무하면서 직접 수임한 거래처 중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여 최대 1/3에 해당하는 거래처를 이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피고는 이관할 27개의 거래처를 직접 선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위 27개의 거래처를 초과하여 추가로 83개의 거래처를 이관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에 따라 위 83개의 거래처의 1.5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조정료 상당의 돈을 지급하여야 하고, 위 조정료에는 성실신고확인비용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469,576,326원(= 별지표 기재 각 거래처 중 ⑤항 기재 각 거래처를 제외한 나머지 83개의 거래처의 연간 기장료, 성실신고확인비용을 포함한 조정료 합계 313,050,884원 × 1.5년)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1)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이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된 것인 이상 민법 제103조에도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세무사였던 피고에게 원고가 미리 작성하여 둔 근로약정서를 교부하여 서명을 받았고, 피고로서는 원고의 정식세무사로 근무하기 위하여 위 근로약정서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내용이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근로약정서는 원고가 피고의 경솔, 궁박, 무경험을 이용하여 작성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여 민법 제104조에 위반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근로약정서 작성 당시 피고에게 근로약정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바, 이는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마)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내용은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2)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에 의하여 이관할 수 있는 거래처는 ‘매출액’이 아닌 ‘고객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피고는 피고가 직접 수임한 거래처 중 매출액이 높은 34개의 거래처를 이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에 의하여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은 피고가 실제로 이관한 110개의 거래처 중 피고가 직접 수임한 88개의 거래처에서 매출액이 높은 34개를 제외한 나머지 76개의 거래처의 1.5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조정료 상당이 되어야 하고, 위 조정료는 성실신고확인비용이 아닌 세무조정수수료만을 의미한다.

3)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데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 제5항에 규정된 ‘고객’의 의미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 제5항의 ‘고객’의 의미는 ‘매출액’이 아닌 ‘고객수’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피고가 퇴사 시 이관할 수 있는 거래처는 피고가 원고에 근무하면서 직접 수임한 ‘고객수’의 1/3에 해당하는 거래처이며,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가 실제 이관한 110개의 거래처 중 피고가 직접 수임한 88개의 거래처에서 매출액이 높은 34개의 거래처를 이관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은 피고가 이관한 110개의 거래처 중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피고가 이관할 수 있는 34개의<1> 거래처를 제외한 나머지 76개 거래처의 1.5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조정료 상당이라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만일 피고가 퇴사시 퇴사일로부터 2년 내에 원고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고객의 수”를 초과하여 이전한 경우에는 약정위반에 대한 제재의 의미로 초과 이전된 고객의 1.5년의 기장료 및 조정료의 합계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명백히 약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에 의하여 이관할 수 있는 거래처와 이를 위반하여 초과 이관하였을 경우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이 ‘고객수’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②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퇴사 시 이관할 수 있는 거래처를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 ‘고객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에 비하여 피고에게 불리하게 되는데, 이 사건 근로약정서에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근로약정서의 내용을 근로자인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③

원고에서 근무한 다른 세무사들이 피고가 퇴사하기 이전 ‘매출액’을 기준으로 거래처를 산정하여 이관하여 간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위 세무사들이 원고에게 별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또한 피고가 위와 같은 사례를 알고 있거나 원고로부터 들은 상태에서 이 사건 근로약정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2)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조정료에 성실신고확인비용이 포함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0 내지 33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조정료에는 성실신고확인비용이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소득세법은 원칙적으로 사업자로 하여금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증명서류 등을 갖춰 놓고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 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에 따라 장부에 기록ㆍ관리하도록 하되, 업종ㆍ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별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자인 ‘간편장부대상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편장부를 갖춰 놓고 그 사업에 관한 거래 사실을 성실히 기재한 경우에는 위 장부를 비치ㆍ기록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 ‘간편장부대상자’가 아닌 사업자는 ‘복식부기의무자’로 분류하고 있다(소득세법 제160조 제1항 내지 제3항).

한편 ‘복식부기의무자’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조정계산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복식부기의무자’ 중에서도 소득금액의 계산을 위한 세무조정을 정확히 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자(이하 ‘외부조정대상자’라 한다)의 경우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 등이 작성한 조정계산서(이하 ‘외부조정계산서’라 한다)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소득세법 제70조 제4항 제3호, 제6항), ‘외부조정대상자’ 중에서 성실한 납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수입금액이 업종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이하 ‘성실신고확인대상사업자’라 한다)의 경우 외부조정계산서 외에도 종합소득세 신고 시 계산한 사업소득금액의 적정성을 세무사 등이 확인하고 작성한 확인서(이하 ‘성실신고확인서’라 한다)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소득세법 제70조의2 제1항).

②

이에 따라 원고를 비롯한 세무법인에서는 세무대행 약정을 체결한 고객들에게 외부조정계산서를 작성하여주는 대가로 ‘세무조정수수료’를,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는 대가로 ‘성실신고확인비용’을 지급받아 왔다. 그중 ‘성실신고확인비용’의 경우에는 ‘세무조정수수료’와 달리 납부액의 상당 부분이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부조정대상자’였던 고객이 ‘성실신고확인대상사업자’로 변경되는 경우, 세무법인은 고객의 ‘세무조정수수료’를 감액하거나 면제하여 주는 대신 ‘성실신고확인비용’을 추가하여 지급받음으로써 고객의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세무법인의 매출을 증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③

위와 같이 ‘세무조정수수료’와 ‘성실신고확인비용’을 서로 연동하여 매출액을 조정하는 세무법인 업계의 실태,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이 ‘기장료 및 세무조정수수료’가 아니라 ‘기장료 및 조정료’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피고가 같은 조 제3항을 위반한 경우 초과하여 이관한 거래처에서 발생한 모든 수수료(매출액)의 1.5년에 해당하는 금액 상당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취지의 조항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④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6항에 의하면 피고는 퇴사 시 자신이 직접 수임한 거래처의 1/3에 해당하는 거래처를 이관하는 대신 위 거래처의 1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및 조정료 상당의 돈을 지급받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바, 피고가 위 조항에 의해 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조정료에 ‘성실신고확인비용’이 포함되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의 조정료에 ‘성실신고확인비용’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근로자인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소결

피고가 실제 이관한 110개의 거래처 중 피고가 직접 수임한 88개의 거래처를 기장료, 세무조정수수료, 성실신고확인비용의 연간 합계가 높은 순서에 따라 분류하면 별지 표 순번 1 내지 88번 기재 각 거래처와 같고<2>,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피고는 위 88개의 거래처 중 매출액이 높은 34개의 거래처(별지 표 순번 1 내지 34번 기재 각 거래처)를 이관할 수 있으므로,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가 초과하여 이관한 별지 표 순번 35 내지 110번 각 거래처의 1.5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세무조정수수료, 성실신고확인비용 상당인 378,218,131원<3>(= 252,145,421원 × 1.5년)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1. 1.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2. 8. 2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데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피고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내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민법 제103조, 제104조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이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다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피고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근로약정서를 작성하였던 점, 세무사법은 원칙적으로 세무법인의 소속세무사였던 사람은 그 세무법인에 소속한 기간 중에 그 세무법인이 수행하거나 수행을 승낙한 업무에 관하여는 퇴직 후 세무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면서(제16조의12 제2항 본문) 세무법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같은 항 단서),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 제5항은 세무사법 제16조의12 제2항 단서에 따라 원고의 소속세무사로 하여금 퇴사 후 일정 범위 내에서 경업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약정서가 피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하거나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이 민법 제104조에 위반된다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제1항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및 피고와 함께 원고에 입사한 동기 세무사들과 원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약정서에 모두 간인이 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따르면 이 사건 근로약정서가 2부 작성되어 그중 1부가 피고에게 교부되었다고 보이고, 이에 반하는 증인 C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를 피고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 본문,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는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의 성격이 ‘약정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위 돈의 성격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은 피고가 퇴사하는 경우 피고가 직접 수임한 고객의 1/3을 초과하여 이관할 수 없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피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초과하여 이관한 고객의 1.5년에 해당하는 기장료, 조정료 상당의 금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은 민법 제398조 제1항에서 말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

나)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3863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세무사법은 원칙적으로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가 세무법인에 소속한 기간 중에 수행한 업무는 퇴직 후에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3항을 마련하여 피고로 하여금 일부 거래처를 이관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조 제5항에서 위 범위를 초과하여 이관한 경우를 대비하여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인 점, 피고가 원고에 근무하면서 담당, 관리하던 대부분의 거래처에 관한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여 업무상배임 혐의로 공소제기가 된 점을 비롯하여 이 사건 근로약정서의 작성 경위,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게 된 동기,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손해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약정서 제1조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경호(재판장) 권소영 시용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