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4. 19. 선고 2020나30819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 심판의 범위

원고들이 제1심에서 피고를 상대로 호봉차액분과 연장근로수당을 각 청구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호봉차액분 청구 부분은 모두 인용하고, 연장근로수당 청구 부분은 일부만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제1심 판결 중 호봉차액분 청구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호봉차액분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2.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9호증의 1 내지 5, 을 제1호증, 을 제19호증의 1 내지 5, 을 제33호증의 1 내지 을 제37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L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버스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2006. 6. 30.부터 2013. 7. 8.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는 사람들이며, 원고들에 대한 임금지급일은 익월 10일이다.

나.

피고는 자율운영버스 노선과 지선전환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원고들은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2008. 7. 15.부터 2015. 6. 30.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를 퇴직한 후, 2008. 8. 26.부터 2015. 7. 23.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에 재입사하여 20일 내지 30일 정도의 견습교육을 이수한 다음 자율운영버스의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다.

원고들은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하면서 피고로부터 아래 표 기재와 같이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라.

원고들은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에 의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데, 재입사 이후에는 재입사일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한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에 의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3.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

원고들은 피고의 방침에 따라 진정한 사직 의사 없이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을 사직한 후 자율운영버스 운전직에 재입사하였고, 그 당시 피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들의 퇴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호봉은 원고들의 최초 입사일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들의 재입사일을 기준으로 호봉을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차액에 해당하는 별지 청구금액 ‘호봉차액분’란 기재 각 금액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원고들은 자발적으로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에서 퇴직한 후 자율운영버스 운전직에 재입사한 것으로, 그 퇴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나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다. 설령 원고들의 퇴직 의사표시가 무효에 해당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호봉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에서 퇴직할 당시에 지급받은 퇴직금 상당을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원고들의 호봉차액분 상당의 임금채권과 상계한다.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비진의 의사표시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호증의 2, 갑 제8호증, 갑 제20호증의 1, 2, 을 제12호증, 을 제13호증, 을 제29호증, 을 제30호증, 을 제50호증, 을 제5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L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실제 피고 회사를 퇴직할 의사 없이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에서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변경근무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퇴직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의 각 퇴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①

피고 회사는 2008. 8월 이전까지는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의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들을 입사경력에 따라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친 채 순차적으로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전보 배치하여 왔는데, 2008. 8월 이후에는 퇴직 후 재입사하는 방식을 취하여야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회사의 방침을 바꾸었다.

②

서울특별시는 2004. 7. 1.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시내버스 회사에 대하여 평가제도를 시행하여 그 평가점수에 따라 성과이윤을 지급하여 왔는데, 그 평가제도는 퇴직금 금융기관 예치실적, 운송비용 절감, 영업이익률에 가점을, 운수종사자 1인당 월평균 체불액 등에 감점을 각 부여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퇴직금 금융기관 예치실적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2008. 8월경부터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가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이 퇴직 후 재입사 방식을 따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 스스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서울특별시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에 관한 각 정산금을 별개의 기준에 의하여 지급함에 따라 피고 회사에서 위와 같은 퇴직 후 재입사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었다는 것인바, 이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퇴직 후 재입사는 해당 운전기사들의 자발적 의사에 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피고의 회사 방침 변경에 따른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보인다.

④

피고는, 지선전환버스와 자율운영버스가 각각 별개의 체계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어서 내부적인 인사 배치라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이 더 나은 급여체계를 적용받고자 자발적으로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에서 퇴직 후 자율운영버스 운전직에 재입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자율운영버스 노선과 지선전환버스 노선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고, 피고의 방침 변경 전에는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들이 퇴직 후 재입사를 거치지 아니하고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전보되어 배치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방침 변경으로 인하여 부득이 위와 같은 퇴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들이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에서 각 운전기사로서 수행하는 업무 내지 근무형태는 운전노선이 다른 이외에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을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에서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 변경하는 것은 그 실질이 동일 기업 내의 변경근무 내지 배치전환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여기에 퇴직 후 재입사의 절차를 거쳐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⑥

피고는, 원고들이 자율운영버스 재입사 시에 실질적인 채용절차를 거쳤고, 원고들을 포함한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들도 퇴직 후 재입사가 월 급여나 퇴직금 산정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므로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을 퇴직하고 새로이 자율운영버스 운전직에 입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들을 포함한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을 퇴사하고 자율운영버스로 재입사하는 것은 일종의 승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가 징계나 사고경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 경력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퇴직하려는 의사 하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⑦

피고가 2021. 7. 26. 서울시에게 질의한 사항에 대하여 서울시가 ‘동일회사 내에서 지선전환버스 노선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자율운영버스 노선으로 재입사한 경우 신규입사로 보아 1호봉을 적용하고 그에 따라 표준운송원가가 정산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취지로 회신한 사실은 있으나, 서울시의 위와 같은 답변은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가 진의로 퇴직한 이후에 자율운영버스 운전직으로 재입사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지선전환버스 운전기사가 자율운영버스 기사로 전환 근무하게 될 경우 사직 후 신규입사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회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⑧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소속된 M노동조합이 매년 자율운영버스에 관하여는 피고가 소속된 N조합과 사이에, 지선전환버스에 관하여는 피고가 소속된 O협의회와 사이에 각각 별개의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을 체결하고 있고, 위 각 임금협정이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에 관하여 별개의 호봉체계를 규정하고 있으며,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의 각 요금이 다르고, 서울특별시가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에 관한 각 정산금을 별개의 기준에 의하여 지급하고 있는 등 자율운영버스와 지선전환버스가 각각 별개의 체계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퇴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2)

호봉차액분 지급의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의 각 퇴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 무효이므로 형식적 퇴직 후 재입사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최초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호봉에 의하여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서 재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호봉에 의하여 기 지급한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호봉차액분의 액수가 별지 호봉차액분 중 원고별 ‘미지급임금’의 ‘합계’란 기재 각 금원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서 다툼이 없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위 각 금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상계 항변에 관한 판단

1)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연수는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의 입법 취지와 퇴직금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의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정산의 합의가 개별적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참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 의한 퇴직금의 중간정산은 근로자가 기왕의 계속근로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그 요구기간에 대한 중간정산을 승낙함으로서 성립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1다77290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이 각 지선전환버스 운전직에서 퇴직하면서 피고에게 퇴직금을 신청하여 퇴직금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앞서 본 증거, 을 제19호증의 1 내지 10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에게 형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미 발생한 중간퇴직금 산정분을 사용자인 피고와 합의하여 지급받은 것을 가지고 법률상 원인 없는 급여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상계 항변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퇴직 후 재입사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이는 배치전환의 실질을 지니는 것인바, 퇴직금 지급 당시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종결된 것이 아님에도 원고들이 피고에게 형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 시점까지의 퇴직금 지급을 신청한 것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자발적으로 퇴직금 중 일부를 청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았고,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근로관계의 존속여부에 대하여 분쟁이 계속되다가 결국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에도 기 지급된 퇴직금의 반환에 관하여는 아무런 다툼이 없는 점에 비추어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형식적 퇴직 당시까지의 퇴직금에 관하여는 그 지급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원고들이 2016. 10. 24. 피고에게 피고가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를 악용하여 퇴직 후 재입사 형식을 취하여 각종 혜택을 박탈하고 있다고 항의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서를 발송한 점에 비추어보면,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퇴직 후 재입사하는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일부 퇴직금을 지급받아 지급된 퇴직금 상당을 중간정산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고, 피고도 원고들에게 퇴직 시까지의 퇴직금을 지급하려는 의사에서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들이 퇴직급여 지급 신청서에서 그 지급사유로 ‘중도정산’이 아닌 ‘퇴직‘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원고들의 자율운영버스 운전기사로의 배치전환이 퇴직 후 재입사라는 형식을 취하였기 때문이고, 그 실질은 형식적 퇴직 시까지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볼 수 있다.

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퇴직금 중간 정산합의가 인정되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미 지급된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제외한 나머지 잔액 상당의 퇴직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인정되더라도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불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3. 8월부터 2017. 1월까지의 호봉차액분으로 별지 인용금액 중 원고별 ‘호봉차액분’란 기재 각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그 최종 임금지급기일 다음날인 2017. 2. 11.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0. 1. 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호봉차액분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광섭(재판장) 황기선 이상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