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6. 4. 선고 2023나3899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피고의 관계

1)

원고는 아내인 C 명의로 D라는 상호의 간이음식점을 운영하였던 사람이다.

2)

피고는 원고로부터 고용되어 2015. 7. 20.부터 2018. 1. 31.까지 위 음식점에서 주방업무를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하였다.

나.

급여 지급 관계

1)

원고는 C 명의로 2015. 7. 24. 피고와, 월 급여를 1,800,000원(= 기본급 1,177,744원 + 연장수당 183,645원 + 야간수당 308,901원 + 휴일수당 84,629원 + 연차수당 45,081원)으로 정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의 말미에는 수기로 “퇴직금으로 무조건 1년에 십만 원씩 올려주십시오(식대 포함)”이라는 내용(이하 ‘이 사건 급여 인상 조항’이라 한다)이 기재되어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급여 인상 조항에 따라 2016. 7. 20. 이후부터는 피고에게 월급여로 1,900,000원을, 2017. 7. 20. 이후부터는 피고에게 월급여로 2,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3)

원고는 C 명의로 2017. 12. 5. 피고와, 월 급여를 1,846,154원(= 기본급 1,398,019원 + 연장수당 99,586원 + 야간수당 348,550원)으로 정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별도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 및 당사자간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제1조(퇴직금 중간정산 요청)

다.

선행 확정판결

1)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가소588004호로 퇴직금 4,969,02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피고(이 사건 원고)는 원고(이 사건 피고)에게 4,969,02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2.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이 사건 원고는 서울북부지방법원 2020나30734호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1. 10. 26.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재차 이 사건 원고는 대법원 2021다289344호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2. 2. 17.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확정판결‘이라 한다).

라.

원고의 임금채권 납부

원고는 피고의 퇴직금을 대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에 4,969,020원을 납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에게 매월 지급한 퇴직금은 그 실질이 퇴직금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법원에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결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별도로 수령하였는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 퇴직금이 법령상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더라도 사용자인 원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인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인 피고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중으로 수령한 퇴직금에 해당하는 부당이득금 2,676,92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에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급여 인상 조항의 내용과 피고의 근무기간 동안 매년 인상되는 월급여액의 정도,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피고의 평균임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이 사건 급여 인상 조항에 따라 정하여진 피고의 월급여액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그 1/13에 해당하는 액수를 기재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와의 합의에 따라 분할 지급하였다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그 실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함에도 사용자인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어서 이를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으로 보기 어렵고, 원․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도 피고가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차용금으로 간주하여 피고의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정한 이 사건 합의서상의 약정은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잠탈하는 내용의 합의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선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원칙적으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인정되지만, 이유에 포함된 것이라도 상계항변으로 주장된 자동채권에 관해서는 상계로써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이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6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5439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선행 확정판결에서 피고의 퇴직금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고 원고의 이 사건 합의서 제3조에 기한 대여금 채권(원금 2,676,923원 + 이자 318,846원)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 항변을 하였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 즉 원․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지 않고, 그러한 경우에까지 피고가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차용금으로 간주하여 피고의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정한 이 사건 합의서상의 약정은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잠탈하는 내용의 합의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변을 배척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써 구하는 부당이득반환 채권은 선행 확정판결에서 원고가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주장한 대여금 채권과 법률적 구성을 달리할 뿐 실질적으로는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볼 것이거나, 이 사건 소(후소)의 소송물이 선행 확정판결(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이 점에서도 이 법원은 위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 내용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노호성(재판장) 황기선 이상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