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지방공기업법과 B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설립되어 C 도시철도의 건설, 운영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다.
원고는 1993. 9. 23.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20. 2. 21.경 D정당 비례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하여 2020. 3. 27.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D정당 비례대표 후보로등록한 이후 E일자 실시된 F 선거에서 D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원고는 위 국회의원 선거의 D정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의 행위들로 인해 공직선거법위반, 정치자금법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법원은 2022. 12. 7.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합845호). 이에 대해 검사와 원고 모두 항소하였고, 항소심법원은 2023. 11. 9.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공소사실 중 원심이 면소로 판단했던 부분을 무죄로 변경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2노3284호). 위 판결에 대해 원고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24. 2. 15.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도16499호). 위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에 대하여 종국적으로 유죄로 확정된 범죄사실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2024. 2. 15. 피고 인사규정 제41조 제1호, 제17조 제4호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당연퇴직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2024. 2. 22. 원고에게 이를 알렸다.
이 사건 소송과 관련된 피고의 인사규정, 임직원행동강령, 취업규칙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당내 경선 운동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지 못한 입법의 불비 때문이다. 유죄로 인정된 원고의 행위들은 도덕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다. 원고의 행위들은 피고의 업무에 영향을 미친 바가 없다. 원고는 피고의 직장질서를 저해하거나 피고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을 훼손하거나 피고의 거래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30여 년간 피고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국회의원 재직 중에도 피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일로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매월 원고의 월 평균임금인 6,364,577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의 법적 성격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정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피고 인사규정 제41조 제1호, 제17조 제4호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원고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두13198 판결 등 참조).
한편, 단체협약 등에 해고사유로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판결을 받았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하여 ①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되어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②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③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등 참조), 정관 등에 규정된 당연퇴직사유에 의한 퇴직처리도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도시철도의 건설, 운영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다. 피고의 설립 목적이나 피고가 수행하는 직무의 특수성과 공공성을 고려하면 피고의 임직원에게는 일반 사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이에 피고의 인사규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수도 없도록 정하고 있기도 하다(제17조 제4호).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의 인사규정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위 규정의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된 원고의 비위행위들(선거사무소 설치, 기부행위, 당내 경선 관련 매수, 정치자금 수수)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법령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부당한 정치활동과 금품의 수수를 금지하는 피고 임직원행동강령 제16조 제2항 및 제30조 제1항, 피고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는 품위손상 행위를 금지하는 피고 취업규칙 제8조 및 제10조 등 피고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원고의 비위행위들 중 정치자금 수수 행위는 피고 노동조합원들로부터 직접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이어서 피고를 원고의 정치활동에 동원한다는 인상을 주어 지방공기업인 피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크게 훼손할 염려가 있다. 이와 같은 원고의 법령 위반 및 피고 내부 규정 위반 행위로 인해 피고 내 다른 직원들과의 신뢰관계가 손상되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할 가능성 역시 크다.
원고는 자신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지 못한 입법의 불비 때문이고, 이에 선거운동 등에 있어서 비례대표 후보와 지역구 후보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선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와 달리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는 정당에 대한 선거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선거운동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후보자 개인이 아닌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이 된다[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5헌마509, 2015헌마1160(병합)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차이를 고려하여 공직선거법 등에 있어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 방법 등을 굳이 다르게 규정한 입법자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원고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은 그 자체로 공기업인 피고의 대외적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범죄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원고는 선거운동에 따른 이익의 최종적인 귀속주체로서 공직선거법을 준수할 것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고, 선거운동과 관련한 불법을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경선 운동과 관련하여 기부행위를 하거나 관계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등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하였고 다수인으로부터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원고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고발되어 수사를 받는 기간 동안에도 추가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비위행위는 그 내용이나 정도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으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원고가 피고에서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고 피고의 명예나 신용을 심히 훼손할 우려가 있어 보이고, 거래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원고가 국회의원으로서 피고의 신용을 증진하는 의정활동을 하였다거나, 피고의 일부 임직원들이 원고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비위행위가 피고의 직장질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중하지 아니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임금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 당연퇴직 처분이 정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임금지급청구는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승우(재판장) 최가영 양형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