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채권자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채권자는 전국의 대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된 전국 규모의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채권자 산하에는 지역별로 지역본부를 두고 있고, 각 지역본부 산하에는 지부를 두고 있는데, 채권자의 서울지역본부는 D 지부(이하 ‘D지부’라 한다)를 산하 단체로 두고 있다.
D지부의 지부장인 E은 2025.12.3. ‘C단체 A노동조합(산별노조)에서 B 노동조합(소산별 기업노조)으로의 조직형태 변경 및 규약 제정’을 안건(이하 ‘이 사건 안건’이라 한다)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2025.12.11. 12:00부터 14:00까지 개최한다고 공고하였다(이하 위 공고에 따라 개최된 임시총회를 ‘이 사건 총회’라 한다).
채권자는 이 사건 총회의 소집공고 이후인 2025.12.8.경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여 D지부의 지부장인 E에 대한 제명 의결(이하 ‘이 사건 제명 의결’이라 한다) 및 직무정지 의결(이하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이라 하고, 이 사건 제명 의결과 통틀어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이라 한다)을 하였고, 그 무렵 E에게 아래와 같이 직무정지 등을 통보하였다. <아래 생략>
D지부는 2025.12.11. 12:00경 이 사건 총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안건에 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D지부의 재적조합원 143명 중 112명이 출석하여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인 92명[82.14%(= 92명 ÷ 112명 × 100)]의 찬성으로 이 사건 안건이 가결되었다’고 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안건에 관한 결의를 ‘이 사건 결의’라 한다).
E은 이 사건 결의 직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채무자(‘B 노동조합’) 명의로 기업별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였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2026.1.8. 채무자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하였다.
당사자의 주장
채권자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결의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채무자가 무효인 이 사건 결의에 근거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할 경우 채권자는 금전적인 배상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 및 집행관 공시를 구한다.
소집절차 및 총회 진행과정의 하자
채권자는 2025.12.8. D지부의 지부장인 E에 대하여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을 하였는바, 이 사건 결의 무렵 E에게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하거나 의장으로서 총회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총회는 소집권한이 없거나 총회를 진행할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하여 소집·진행된 것으로서 그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미충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제2항 단서에 따라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이 사건 결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채무자는 재적조합원에서 자격 정지된 조합원 13명을 제외하거나, 채권자 규약 등에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총회가 개회되기 이전에 사전(부재자)투표(이하 ‘사전투표’라고 한다)를 시행하였는바, 이로 인해 이 사건 결의의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아니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채권자 규약 위반
채권자 규약 제8조제2항 단서는 ‘조직적인 집단 탈퇴 결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결의는 채권자 산하 지부의 집단적 이탈을 금지하고 있는 위 채권자 규약을 위반하였다.
단체의 실체에 관한 하자
D지부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능력이 없는 채권자의 하부조직에 불과하여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결의를 통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다.
채무자 주장의 요지
소집절차 및 총회 진행과정에서의 하자 주장 관련
채권자는, ① 이 사건 제명 의결 당시 D지부의 지부장인 E에 대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고, ② 중앙위원회 위원들 과반수가 연명으로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채권자 규약, 상벌규정을 위반하여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지 아니한 채 중앙위원회에서 제명 의결을 하였다. 나아가 ③ 채권자가 주장하는 징계사유(조직형태 변경 추진, 거짓·비방의 문서 유포)는 D지부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거나 또는 채권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여 E에게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채권자의 이 사건 제명 의결은 D지부의 조직형태 변경을 막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징계권 남용에 해당한다.
한편, ① 채권자 규약 및 상벌규정에는 직무정지의 내용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은 있지 아니한바, E에 대한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은 채권자 규약 등의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②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은 그 실질이 징계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징계에 관한 절차가 준수되어야 함에도 채권자는 E에게 사전통지나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은 모두 절차상, 실체상의 하자로 무효이므로, D지부의 지부장인 E은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하고 의장으로서 총회를 주재할 적법한 권한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미충족 주장 관련
자격 정지된 조합원들이 D지부의 재적조합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명시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총회의 사전투표는 업무 특성상 총회 참석이 어려운 후생파트 근로자 등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시행된 것으로서 사전투표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사전투표를 한 조합원의 투표행위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사전투표자를 제외하더라도 재적조합원의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써 이 사건 결의를 위한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채권자 규약 위반 주장 관련
조직적 집단 탈퇴를 금지하는 채권자 규약 제8조제2항 단서 규정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 및 근로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에 반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단체의 실체에 관한 하자 주장 관련
D지부는 적어도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의 독립성이 인정되므로,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에서 정하는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본안소송에서 확정될 때까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인 처분이다. 특히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구체적 판단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고도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인용을 전제로 하는 집행관 공시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D지부의 지부장에게 이 사건 총회를 소집·진행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은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D지부의 지부장인 E에게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하거나 의장으로서 총회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는 채권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단체의 징계에 관한 규정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나 징계를 위한 총회 등의 개최일시와 장소를 일정한 기간의 여유를 두고 통지해야 한다거나 징계위원회등에서 소명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이는 징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징계의 유효요건이다. 따라서 징계사유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확하다거나 징계대상자가 다른 절차에서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이미 주장하였다고 해도 사전통지절차 등을 위반한 징계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다만 징계대상자가 스스로 징계위원회 등에 출석하여 출석통지절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충분히 소명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하자가 치유될 수 있다(대법원 1992.7.28. 선고 92다14786 판결, 대법원 2021.12.30. 선고 2020다23496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채권자 규약은 제64조제1항에서 ‘조합원은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징계한다’고, 같은 조제2항에서 ‘징계의 내용과 절차는 상벌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는 상벌규정이 정한 징계절차를 지켜야 한다. 채권자 상벌규정에 의하면, 징계결의를 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대상자에게 미리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하고(제10조), 징계 사유, 대상자, 징계위원회 개최일시 및 장소를 명시하고 징계위원회 개최 7일전까지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며(제12조제4항), 당사자에게 반드시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제12조제5항), 이러한 규정은 징계대상자가 징계의결에 관한 징계위원회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체적인 징계사유에 관하여 소명할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필수적인 절차 요건이다.
채권자가 이 사건 총회의 소집공고 이후인 2025.12.8.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여D지부의 지부장인 E에 대하여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을 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나, 위 의결이 있기 전에 징계사유를 통지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그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바,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은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명 등 의결이 무효라는 채무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이 부분에 관한 채무자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채권자는, 채권자 규약 및 상벌규정상 직무정지는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E에게 상벌규정에서 정한 사전통지나 소명기회 부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채권자 상벌규정 제8조에 의하면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경고·유기정권·무기정권·제명으로 구분되는데, 채권자 주장과 같이 직무정지는 징계의 종류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채권자가 E에 대한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을 통지한 공문에는 직무정지의 근거로 ‘채권자 규약 제64조(징계)’가 기재되어 있고, 조치사항으로 ‘D지부 지부장(E)은 채권자 중앙위원회에서 징계 의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채권자 상벌규정 제8조는 징계 중 ‘무기정권’에 관하여 ‘징계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조합간부로서의 활동을 정지하며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박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E에 대한 직무정지는 무기정권과 그 성격이 동일·유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E에 대한 이 사건 직무정지 의결은 조직구성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징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E에 대한 직무정지는 실질적으로 징계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채권자로서는 적어도 직무정지 전·후로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E에게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는 E에게 이러한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절차적 방어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이러한 직무정지 의결은 절차적 정의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의 충족 여부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 등 결의와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의사정족수나 의결정족수의 충족 여부가 다투어져 결의의 성립 여부나 그 절차상 흠의 유무가 문제되는 경우로서 사단법인 측에서 의사의 경과, 요령 및 결과 등을 기재한 의사록을 제출하거나 이러한 의사의 경과 등을 담은 녹음·녹화자료 또는 그 녹취서 등을 제출한때에는, 그러한 의사록 등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되었다거나 부당하게 편집, 왜곡되어 그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정족수 등 절차적 요건의 충족 여부는 그 의사록 등의 기재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의사록 등의 증명력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는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측에서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0다88682 판결 참조). 그리고 법인격 유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사단이라는 점에서 채무자와 같은 비법인사단도 사단법인과 다르게 볼 이유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와 같은 비법인사단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총회 회의록(소을 제4호증의 1), 이 사건 총회 참석인·투표인 명부(소을 제4호증의 2, 3), 이 사건 총회장 촬영 영상(소을 제14호증) 등에 의하면, D지부의 재적조합원 143명 중 사전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8명과 이 사건 총회에 출석한 조합원 84명을 합한 112명이 이 사건 총회에 출석하였고, 그중 92명이 이 사건 안건에 관하여 찬성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안건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라 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채권자는 D지부의 재적조합원은 자격 정지된 조합원 13명을 포함한 156명이라고 주장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자격 정지된 조합원들이 D 지부의 재적조합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다만, 자격 정지된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자격 정지 사유 등은 본안소송 등에서 면밀한 증거조사와 충실한 심리를 통해 확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적조합원을 156명(= 143명 + 13명)으로 보더라도 그 과반수(79명 이상)를 넘는 112명이 이 사건 총회에 출석하였는바, 의사정족수 요건 충족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 사건 안건에 관한 찬반투표시 일부 조합원들의 사전투표를 허용한 것이 위법하다고도 주장하나, ① D지부 운영규정에는 투표방법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거나 특정한 결의방법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② 이 사건 총회의 소집공고에는 ‘총회 참석 불가자에 한하여 2025.12.11. 11:00부터 12:00까지 사전투표를 허용한다’고 안내하고 있는 점, ③ 학생 및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구내식당에서 배식업무 등을 담당하는 후생파트 소속 조합원들의 경우 통상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D지부의 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바, D지부는 종래부터 총회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의 의결권 보장을 위해 사전투표를 시행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사전투표가 총회의 표결방법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채권자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설령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안건의 찬성표인 92표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28명을 채권자의 주장대로 모두 제외하더라도 출석조합원 84명 중 64명이 찬성 의사를 표시하였는바, 결과적으로 이 사건 안건의 의결정족수 충족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채권자의 위 주장은 이 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채권자 규약 제8조제2항 위반 여부
채권자 규약은 조합 가입 및 탈퇴에 관하여 제8조제2항에서 '가입 및 탈퇴 처리의 세부 절차는 별도 규정으로 정한다. 단, 조직적인 집단 탈퇴 결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결의를 통한 조직형태 변경은 채권자 규약 제8조제2항 단서에서 부인하는 집단탈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채무자가 위 채권자 규약을 위반하였다는 채권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 및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의 2/3 이상의 찬성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위 규정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 및 신설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2.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채권자 규약은 제8조제1항에서 가입 및 탈퇴의 절차에 관하여 ‘소정의 가입 신청서를 채권자에 제출하여 위원장의 승인으로 조합원이 되며, 탈퇴도 가입절차에 준한다’고, 제2항 본문에서 ‘가입 및 탈퇴 처리의 세부 절차는 별도 규정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반면, 제20조제9호에서 채권자의 조직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고 규정하여 ‘탈퇴’와 ‘조직형태 변경’이 다른 개념임을 전제하고 있다. 채권자는 위 제8조제2항 본문에 따라 ‘조합원 가입 및 탈퇴 절차 규정’을 제정하였으나, 그 규정에서도 조직형태 변경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한 지부가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조직형태 변경을 하는 경우, 위 산업별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조직형태 변경을 한 지부의 조합원들이 더 이상 자신의 조합원이 아니게 되어 집단탈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기는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 및 제2항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바, 만약 지부 조직형태 변경의 결과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특정지부가 집단탈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집단탈퇴로 본다면,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왜곡되고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 결의를 통한 조직형태 변경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근로자는 조직형태 변경 후의 노동조합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거나 탈퇴하는 등 선택을 할 수 있고, 조직형태 변경 후의 노동조합에서 탈퇴하여 채권자 소속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지부의 조직형태 변경을 집단탈퇴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을 해친다거나, 노조의 단결력 유지·강화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D지부가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8호와 제2항 규정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분회·지회 등의 하부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어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지부·분회·지회 등은 자주적·민주적인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앞서 본 대법원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① D지부는 H대학교의 근로자들을 그 조직대상으로 하면서 독자적인 D지부 운영규정(소갑 제3호증)을 가지고 있는 점, ② 또한 D지부는 조합원 전원으로 구성된 최고의결기관인 총회는 물론 대의원회, 감사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의사결정기관을 두고 있고, 대표자인 지부장을 비롯하여 수석부지부장, 부지부장,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된 집행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을 두고 있으며, D지부의 지부장은 D지부 소속 조합원들만의 직접, 비밀, 무기명투표에 의해 선출되었던 점, ③ D지부는 운영규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수입·지출을 관리하였는데, D지부장은 차기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편성하고 매년 2월 중에 대의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며, 회계연도 결산에 관하여 총회에 보고하고 그 승인을 얻어야 했던 점, ④ 채권자 규약 제53조는 단체교섭권은 조합에 있고, 조합 내 모든 단체교섭의 대표자는 위원장이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채권자가 교섭 진행의 필요에 의해 지부장 또는 특정인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여 지부별 교섭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교섭권을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D지부의 지부장 등은 위 규정에 따라 D지부를 대표하여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관행이 성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지부는 적어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일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하였던 비법인사단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노동조합법 제16조에서 정하는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신청은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6.6.11.
재판장 판사 이창열
판사 김수현
판사 김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