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위촉계약 등의 체결
원고는 1998. 8. 1. 피고(변경 전 상호 : 서울신용평가정보 주식회사)와 채권추심원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본사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9-11 인우빌딩에서 근무하다가 2003. 5. 10.경 본사가 이전한 서울 마포구 상수동 281-1 건양사빌딩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06. 10. 2.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72-7 장안빌딩 나호 3층에 강남지점을 개설하면서 원고를 위 지점으로 인사발령하여 원고는 위 지점에서 근무하였는데, 강남지점 사무실이 2009. 11. 7.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94-25 삼하빌딩 6층으로, 2013. 10. 26.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43-10 양원빌딩 6층으로 각 이전되어 원고는 그곳에서 근무하다가 2013. 12. 31. 해촉되었다.
원고는 위촉일인 1998. 8. 1.부터 퇴사일인 2013. 12. 31.까지 피고 회사에서 위 임직 채권추심인으로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위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의 근무 형태
피고는 각 지점에 지정장을 두고 그 아래 추심팀 및 영업팀들에는 중간 책임자인 팀장을 두었는데, 지점장 또는 팀장에 대한 업무연락 공문을 통하여 업무지침 등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였다.
원고는 매일 회사에 출근하여 지점장으로부터 출근 여부를 확인받은 후 채권추심을 위하여 외근을 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이 없이 그 달의 영업실적에 대하여 피고가 정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다음달 15일에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원고는 이와 같은 채권추심 실적에 따른 수수료 이외에도 장기 활동 수당을 지급받았으며 주민등록초본 등 각종 증명서 발급비용도 증빙 자료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지급받았다.
원고는 위촉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피고의 지점 사무실에 설치된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했고, 피고로부터 사무집기, 전화기 등 비품을 제공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위 컴퓨터 및 프로그램에 각 사원들의 비밀번호로 잠금장치를 하여 엄격하게 관리하였고, 사무실 유선 전화요금, 우편료, 등기부등본 발급비용 등을 부담하였다.
피고는 업무연락 공문을 통하여 원고 등 직원들에게 근무기강 확립을 위한 준수 사항으로 '일체의 내부 정보 자료(영업실적, 상품현황 등)를 동종업계 등 타사에 유출하는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임, 메신저를 업무 용도 외에 사적인 용도로 사 용하지 말 것, 사내 컴퓨터 및 모바일폰으로 주식을 하는 직원이 있어 불시점검을 통하여 적발시 엄중 처벌할 것임, 업무연락을 통하여 출근시간에 대한 올바른 복무지침을 공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켜지지 않는 직원이 발각되어 강력 경고하오니 출퇴근 시간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알리는 등 업무 전반에 대하여 지휘 감독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 등 직원들에게 'PC 보안 강화', '소프트웨어 불법사용 제한', '신용 관리사용 프로그램 내 신용조회 처리 변경', '공정채권 추심법 및 채권 추심가이드라인 교육 이수', '개인정보보호 교육이수' 등의 업무지침을 전달하여 시행되도록 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제정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하여는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직장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국민연금 등의 가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피고 회사의 B은 퇴사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던 채권추심이 어려운 채권을 원고에게 집중적으로 배정하여 원고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하였다. 위 B은 원고에게 매월 1일에서 10일 사이에 당월 '채권회수 약속리스트'를 작성하여 전산에 입력하라고 지시하였고, 피고 회사가 강남지점의 영업직 및 추심직 직원들의 좌석을 임의로 배치하여 관리감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12,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6,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4, 갑 제8호증의 1 내지 6, 갑 제9호증의 1 내지 8, 갑 제10 내지 13호증, 갑 제14호증의 1 내지 18, 갑 제15호증의 1 내지 30, 갑 제16 내지 20호증, 갑 제21호증의 1 내지 4, 갑 제22,23호증, 갑 제24호증의 1, 2, 갑 제25호증, 을 제4호증의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고용되어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한 자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사실이 없고,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였으며,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촉계약과 그 실적에 따라 성과수수료를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판단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의 관리행위는 원고를 종속적인 관계에 두어 지속적으로 지휘·감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그러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원고와 같은 추심직 직원들의 영업실적을 실질적으로 통합 관리하였고,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적극 해촉을 고려하고, 수시로 매출증진을 독려, 교육참가를 권고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와 같은 위임직 채권추심인으로서는 해촉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의 지시나 교육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직원들의 근무행태나 근무장소 등에 대하여 관리하였는데, 위촉기간 동안 원고의 소속 지점이 본점에서 강남지점으로 변경되었는바, 이는 피고가 인사발령을 통하여 원고의 근무장소를 변경한 것에 해당한다.
피고 회사의 위임직 채권추심인의 업무가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려움에도 원고는 피고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그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원고는 계약상으로 피고에게 전속되어 피고의 업무만을 수행하였다.
원·피고 사이의 위촉계약에는 업무수행방법이나 금지사항, 수수료 지급 기준 등 취업규칙을 갈음할 만한 사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징계해고나 정리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들이 위촉계약해지 사유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에게 따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피고가 정한 방식으로 계산된 수수료가 매월 15일 정기적으로 지급되었는데, 이는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의 대가로 볼 수 있다.
원고가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피고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원고의 업무수행 방식이나 그에 대한 피고의 관리실태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임의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1년 이상 피고 소속 추심직 근로자로 종사하다가 퇴사한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퇴직금 액수의 산정
갑 제1호증의 2, 갑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퇴직 직전 3개월인 2013. 10. 1.부터 2013. 12. 31.까지 합계 2,839,100원(= 157,080원 + 2,578,140원 + 103,880원)을 지급받은 사실, 원고의 계속 근로연수는 1998. 8. 1.부터 2013. 12. 31.까지 5,632일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평균임금은 30,859원(= 2,839,100원 ÷ 92일, 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음)이 되고, 위 평균임금에 따른 퇴직금은 14,284,757원(= 30,859원 × 30일 × 5,632/365)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14,284,757원 및 이에 대하여 퇴직일인 2013. 12. 31.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임이 역수상 명백한 2014. 1.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가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신의성실원칙의 위반 여부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사업자임을 전제로 수수료를 지급받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세제상 혜택을 본 원고가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피고에게 예기치 못한 과도한 재정적 지출을 부담시키는 등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므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스스로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하여 피고와 이 사건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이를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위촉계약의 내용은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신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하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피고의 신의에 반하여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승정(재판장) 방태경 김영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