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633,629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채권추심업, 신용조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는 2004. 1. 6. 피고와 사이에 채권추심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채권자들로부터 수임한 채권의 관리 및 추심업무를 담당하다가 2016. 8. 1. 퇴사한 사람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피고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업무수행에 관하여 신용정보법에 따라 최소한의 관여만 하였을 뿐이며, 원고는 업무의 내용이나 시간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회수 실적에 따른 성과수수료만을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12739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일부 증언, 원고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가 피고와 작성한 채권추심 위탁계약서(2012년 기준, 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서'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를 포함한 채권추심원들은 피고의 전국 20여개 지점 내지 출장소에서 근무를 하였고, 현장조사를 위한 외근, 출장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피고의 지점 내지 출장소 내에 제공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였다. 채권추심원들의 근무시간은 통상 09:00부터 18:00까지로 지정되어 있었다. 채권추심원들은 출장, 외출 또는 조퇴시 외근기록부나 외출·조퇴허가기록부를 작성하였고, 당일 수행한 업무실적을 피고의 전산망에 입력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채권추심원들에게 근무장소, 책상, 컴퓨터, 전화기 등의 사무집기를 제공하고, 전화요금, 우편발송요금, 등기부등본 발급비용 등 채권회수와 관련한 비용도 지원하였다.
피고는 지점별, 개인별로 채권회수 목표를 제시하고 매월 목표달성율을 평가하여 순위를 부여하였고, 채권회수 실적에 더해 근무시간 준수 여부, 업무지시불이행, 민원발생, 복장 등과 같은 항목들(비계량 평가실적)을 평가한 점수에 따라 채권추심원들의 평가등급을 나누어 채권을 차등 배정하였으며, 우수 채권추심원에게는 포상을 지급하고 평가 하위권의 채권추심원에게는 경고 조치를 하였다. 피고는 채권추심원 계약해지 대상자 선정방법을 운용하였는데, 채권추심원 실적이 연속 2회 하위 10%, 최근 6개월 이내 하위 10% 3회(2009. 2.경에는 연속 2회 하위 15%, 최근 6개월 이내 하위 15%로 변경되었다) 등의 경우에는 계약해지를 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2007. 6.경 채권추심 회수증대를 위한 강조기간을 운영하여 각 지점에 채권회수 목표를 제시하고 부진 점포는 '평가그룹별 월 실적 하위 2개 지점'으로 선정하여 최하위 지점에는 '서면보고 및 담당부사장 또는 부장 입점보고'를, 차하위 지점에는 '서면보고'를 지시하였고, 기준목표를 달성한 지점 및 채권추심원에 대하여는 포상금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2. 12.경 본부 각 부서 및 각 지점에 '2012년 성공마감을 위한 총력추진'이라는 공문을 발송하여, 조기회수 및 목표달성에 따른 지점·채권추심원별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포상비, 야식대, 우편료 등 영업활동 비용을 지원하며, 지점 및 채권추심원별 실적을 공지하고, 본·지점 모두 연장 근무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2013. 12.경 각 부서 및 지점에 '여신 특수채권 총력회수를 위한 프로모션 시행'이라는 공문을 발송하여, 채권추심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채권회수액을 증대하여 12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하였다.
채권추심원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채권회수 실적과 피고의 평가등급에 따라 산정된 수수료를 매달 지급받아 왔고, 피고와 통상 6개월 내지 1년의 기간을 약정하고 위탁계약 또는 위임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재계약 형식을 통하여 수년 동안 동종업체에 대한 겸직 없이 피고에게 전속되어 계속 근무하였다.
채권추심원들은 피고의 정규직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피고는 채권추심원들에 대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채권추심원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위탁계약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채권추심 등의 사무처리를 위탁하는 위임계약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들이 계약해지 사유로 되어 있고,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담보로 신원보증보험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추심할 채권을 배당받는 등 업무 내용이 피고에 의하여 정하여졌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채권회수 성과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채권회수 목표의 달성정도 등 이외에도 지각, 무단이석, 민원발생, 지시불이행 등 업무수행태도의 요소를 포함하여 평가를 하였으며, 실적이 저조한 경우 계약해지를 포함한 각종 불이익을 받도록 하였고, 출·퇴근시간을 지정·관리하였으며, 채권추심활동을 강화하기 위하여 연장근무, 휴일근무, 집중근무시간을 시행하여 근태관리를 하는 등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는바(설령 피고의 본사가 직접 이러한 관리를 지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일부 지점에서 이러한 관리를 하면서 위반 시 불이익을 주기도 한 점, 피고가 지점별로 채권회수 목표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포상을 실시한 점, 피고가 채권회수증대를 위한 강조기간을 운영한 점 등에 비추어 경쟁관계에 있는 많은 지점이 위와 같은 관리를 하고 피고도 이를 묵인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의 채권회수 독려나 업무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제3자에게 추심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계약상으로도 실제로도 피고에게 전속되어 피고의 업무만을 수행하여 왔다.
원고는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지만, 수수료는 건별이 아닌 월별로 산정되어 매월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지급되었고 산정기준이 되는 수수료율과 할당 채권의 수는 피고의 업무수행과정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여 등급별로 정해지게 되므로 수수료가 업무수행의 결과물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위 수수료는 원고가 제공한 노무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해왔으나, 이는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소결론
위와 같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퇴직금의 액수가 30,633,629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근무기간 말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16. 8.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판결도 일부 있었고 일반적으로 채권추심원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확고한 법리가 정립된 것도 아니며 소송과정에서 원고별로 구체적인 근무형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가 법원에서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가 드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연하는 경우 가중 이율에 의한 지연이자를 가산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 기초가 되는 임금과 퇴직금의 부당한 지급지연을 막고 사업주로 하여금 조기청산을 유도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피고의 주장처럼 피고의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하급심 판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원고의 퇴직이 있기 전 피고와 같은 신용정보회사 소속 채권추심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하급심 판결이 많이 축적되어 있었고 피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 판결에서 나타난 근로자들의 근로형태와 원고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근무형태를 따져 개별적으로 판단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입증 정도, 피고의 주장 내용과 그 근거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해 볼 때 피고의 주장을 결과적으로 배척하면서도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원고의 근무형태가 전형적인 근로관계에서와 같이 그 사용종속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근무형태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피고로서도 구체적인 근무형태를 따져 퇴직금 지급여부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순 있지만, 이러한 사정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근로계약관계에 따른 제약과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형태로 계약관계를 맺음으로써 유발된 것에 불과하므로 그에 따른 위험을 원고에게 돌릴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희(재판장) 이진용 윤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