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택시운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7. 6. 9.부터 피고에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2018. 7. 1. 퇴직한 택시운전근로자이다.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고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2009. 7. 1.부터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특별시에서도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게 되었다.
피고는 2014. 3. 17. 피고의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이하 ‘2014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택시사업상의 근로가 근로시간의 전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고 회사의 관리감독권에서
피고는 2015. 4. 21. 피고의 노동조합과 안전관리수당(1년 미만 근로자 대상), 무사고수당 등을 신설하고 성실근로수당을 인상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에서 5시간으로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이하 ‘2015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014년 임금협정 대비 달라진 부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일 오전반 8,000원, 오후반 8,000원을 각 인하하며 연료는 1인 1일 25ℓ를 지급한다.
원고는 위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고에게 사납금을 납입하고 피고로부터 위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등을 임금으로 지급받았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징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2014년 5,210원, 2015년 5,580원, 2016년 6,030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8, 10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한 2015년 임금협정은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에게는 2014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일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에 따라 산정된 최저임금 및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2015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잠탈하려는 목적이 아니어서 유효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은 없다. 원고는 2015년 임금협정 체결 이후인 2017. 6.경 피고에 입사하였으므로 원고의주장과 같이 2015년 임금협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입사 당시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될 뿐 원고의 입사 시기 이전에 존재하였던 소정근로시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원고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
원고의 입사시기가 2017. 6.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다음과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보면, 단체협약의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일 경우, 최저임금 미달 임금액을 판단할 때에는 당해 근로자의 입사시기와는 무관하게 종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특정 시점에 이루어진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평가된다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효력이 없는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 기존의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해당 사업장 소속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해당 근로시간을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으로 해석하는 이상, 위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비교대상임금을 시간급 임금으로 환산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산정된 임금과 시간급 최저임금을 비교하여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1>에 의하면,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부분은 이른바 규범적 부분으로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효력을 가진다. 이러한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하게 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5175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다33825 판결 등 참조).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 체결된 단체 협약상 규범적 부분에 해당하는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라면, 종전 단체협약이 실효된 채 노사 간에 무협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므로,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해석할 경우 근로자의 입사시기에 따라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이 동일함에도 최저임금법에 의한 보호 여부가 달라지게 되어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할 우려가 있고 형평의 원칙에도 크게 반하게 된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2015년 임금협정의 효력에 관하여 본다.
2015년 임금협정의 효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의 적용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14년까지의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2015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주 30시간으로 변경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런데 앞서 본 각 임금협정의 내용에다가 갑 제3 내지 9, 11 내지 17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5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영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원고가 승객으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고가 가지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의 근로 여부나 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택시 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앞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2015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체결되었고, 위 임금협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더욱이 위 각 임금협정은 피고의 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서울시 중앙임금협정의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2015년 임금협정 당시 소정근로시간이 1일 1시간 40분, 주 10시간 단축되기는 하였으나, 동시에 피고는 사납금을 8,000원 인하하고 안전관리수당, 무사고수당 등을 신설하였다.
근무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를 기준으로, 2015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 정액급여 중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임금에는 기본급, 승무수당, 무사고수당, 성실근로수당, 운행숙달보조금, 안전관리수당이 포함된다<2>. 근무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비교대상임금은 1,090,080원(= 기본급 600,000원 + 승무수당 78,000원 + 무사고수당 50,000원 + 운행숙달보조금 25,000원 + 안전관리수당 140,000원)인데, 이를 2015년 이전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하여 시급으로 환산하면 6,329원(= 1,090,080원 ÷ 1개월의 평균 소정 근로시간 172.22시간<3>, 원 미만 버림)이 되어, 2015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임금 5,580원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2016년의 최저임금도 상회한다. 2015년 임금협정이 적용될 시점에서 비교대상 임금액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2011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정하였는데, 2013년 임금협정에서 이를 1일 6시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였다가 2014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다시 변경하였는바, 피고가 법정 최저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점차적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왔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그 동안 서울지역 택시요금은 2013년경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인상되고, 시계외 할증을 전면 확대하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었는바, 이와 같은 사정변경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취지에서 서울특별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는 2017. 4. 13.경 ‘택시기본요금이 인상된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1일 평균 운송수입이 증가하고, 1일 평균 영업건수가 감소하였다’는 취지의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소결론
원고의 주장은 2015년 임급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부분이 강행규정인 최저 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하나, 이 부분이 유효함은 앞서 본 것과 같고 그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의 주장, 입증이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수현
각주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기준의 효력) ①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②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각주2) 2017년도의 비교대상임금으로 ‘기본급, 성실근로수당, 승무수당, 무사고수당, 경력수당, 경력상여금’이, 2018년도의 비교대상임금으로 ‘기본급, 상여금, 성실근로수당, 승무수당, 운행숙달보조금, 장려금, 기타수당, 무사고수당’ 포함된다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각주3) [6시간 40분 × 26일 × 11개월 + 6시간 40분 × 24일(2015. 2.)] ÷ 12개월, 소수점 둘째 자리 미만 버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