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5. 11. 선고 2020가단252652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피고 B은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사이였다.

나.

피고 B은 팀장으로서 2017. 3. 23. 팀원이던 원고, D과 함께 월례 저녁회식을 하게 되었다. D이 먼저 귀가한 후 원고와 피고 B은 2017. 3. 24. 02:40경 인근 서울 용산구 E에 있는 'F' 모텔 G호 객실(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고 한다)에 같이 들어갔다가, 피고 B은 03:28경 위 모텔에서 먼저 나왔고, 원고는 06:27경 위 모텔에서 나왔다.

다.

피고 B은 2017. 3. 24.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라.

피고 B은 2017. 3. 24. 오후 원고의 남자친구 H을 만나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마.

원고는 2017. 4. 6.경 피고 B을 강간죄로 고소하였고, 피고 B은 강간죄로 기소(서울서부지방법원 2018고합368호)되었다.

바.

위 법원은 2020. 1. 30. 피고 B에 대하여 '2017. 3. 24. 이 사건 모텔에서 원고를 강간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0노325호)에서 2020. 8. 7. '피해자인 원고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므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대법원 2020도11339호)하였으나 2020. 11. 12.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사.

한편 원고와 H은 피고 B에 대한 공갈죄 등으로 기소[서울동부지방법원 2017고단4138, 2020고단4380(병합)]되었고, 위 법원은 2021. 4. 9.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에 관하여 원고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 H에 대하여 벌금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아.

한편 위 법원은 H에 대하여 "H이 2017. 3. 24. 13:00경 피고 B에게 "성폭행을 했으니 징역 3년에 벌금을 받을 것이다, 가정도 깨지고 양육권도 전부 뺏길 것이니 각오해라, 대출을 받건 어쨌든 5,000만 원을 내놔라"라고 겁을 주어 피고 B으로부터 이 사건 각서를 받았다."는 등 공소사실과 관련하여서는 '사건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추어 그 진술 등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거나 일부 진술<1>의 경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21노519호) 2021. 9. 16.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면서 그 무렵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 청구

피고 B은 2017. 3. 24. 당시 원고의 직장 내 상급자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모텔 내에서 키스를 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직장 내 성희롱' 행위(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조 제2호 및 동 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 참조)를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B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피고 B은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 1억 원(위자료)을 부담한다.

2)

예비적 청구

피고 B은 위와 같은 직장 내 성희롱이 있은 직후 2017. 3. 24.자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던바, 그 약정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2호 참조).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에 의하면, 위 '성적인 언동'에는 입맞춤, 포옹 또는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행위,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등의 육체적 행위가 포함된다.

2)

갑 제 7호증, 을가 제1, 4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 B이 이 사건 모텔 내에서 원고에게 '직장 내의 지위 등'을 이용한 성적 언동 등을 하였다는 점이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는 사건 당일에 '어제 새벽에 아는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한 것 같다'라고 112 신고를 하였고, 이에 모텔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어제 회사 회식을 한 후 과음 상태로 기억을 못하나 깨어나 보니 이 사건 모텔이었고, 전혀 기억을 못한다.'라고 말하였다. 한편 H은 2017. 4. 5.경 피고 B의 모인 K에게 전화로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원고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고 이야기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즉 원고는 피고 B과 사이에 이 사건 모텔에서 있었던 일에 관하여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었다고 보인다.

나)

반면 피고 B은 관련 형사사건에서부터 이 사건 민사소송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모텔 내에서 합의된 스킨십 등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

2017. 3. 23. 02:04경 원고, 피고 B, D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 B의 등 쪽으로 자신의 상체를 기대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는 모습, D과 헤어진 이후 원고가 피고 B의 팔을 잡아끌고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고 걷는 등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이 확인된다. 원고와 피고 B이 이 사건 모텔 G호 내에서 합의된 스킨십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이 H을 통하여 원고에게 '합의금조로 5,000만 원을 각서 작성일로부터 10일 안에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이 사건 각서를 교부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B은 원고에게 위 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B은 이 사건 각서에 의한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는 원고 측의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피고 B의 2021. 9. 27.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각서에 따른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를 취소한다고 주장한다.

가)

민법 제110조 제1항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행위 취소의 원인이 될 강박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표의자로 하여금 외포심을 생기게 하고 이로 인하여 법률행위 의사를 결정하게 할 고의로써 불법으로 장래의 해악을 통고할 경우라야 하고, 일반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은 그것이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때에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부정한 이익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법한 강박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25120 판결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가 제1, 5, 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의 이 사건 각서에 의한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원고도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각서상 원고의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는 피고 B의 2021. 9. 27.자 준비서면이 원고에게 송달되었음이 이 법원에 현저한 2021. 9. 28.자로 취소되어 그 작성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 B의 항변은 이유 있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⑴ 유부남으로서 원고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던 H이 2017. 3. 24. 원고를 만나 "성폭행을 했으니 징역 3년에 벌금을 받을 것이다, 대출을 받건 어쨌든 5,000만 원을 내놔라"라고 겁을 주어 이 사건 각서를 작성 받았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는 B이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강간범행이 인정됨을 전제로 그에 따른 형사처벌을 운운하면 작성 받은 것이고, 피고 B에 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⑵ 이 사건 각서 작성 당시 피고 B은 원고에 대한 강간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H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모텔에서의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고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강간 범행에 관하여 의문을 품고 있었음에도<2> 피고 B에게 이 사건 각서의 작성을 종용하였다. H에게 피고 B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려는 고의와 그 공포심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

⑶ 피고 B이 이 사건 모텔 내에서 원고와의 스킨십에 대하여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자유로운 의사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은, 당시 원고 측 의사와도 부합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이 5,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10일 만에 마련하여 지급하겠다는 취지인 점에 비추어도 수긍하기 어렵다.

⑷ H은 피고 B으로부터 이 사건 각서에 따른 금원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피고 B에 대한 공갈미수죄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였다.<3>

⑸ 나아가 강박행위를 한 자는 H이었으나, 원고가 H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그 합의 과정에 관여하였고 이 사건 각서가 작성된 직후 H을 통해 각서사진을 전송받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도 H의 피고 B에 대한 강박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

원고는,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함을 전제로 피고 회사에 대해서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근

각주1) '가정도 깨지고 양육권도 전부 뺏길 것이니 각오해라' 부분

각주2) H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강간혐의와 관련하여 검찰에서 '피고 B에게 원고를 강간했냐고 물었는데 피고 B이 계속해서 아니라고 하여 원고의 강간을 당하였다는 말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 피고 B의 이야기가 맞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각주3) 이 각서의 작성과 관련된 공갈미수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H이 무죄 판결을 받았던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강박의 의사표시 취소에 관한 민법 규정은 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표의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어서 강박자에게 상대방(표의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려는 고의와 그 공포심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만 있으면 충분하다. H이 피고 B의 강간 범행에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강간 범행을 전제로 형사처벌을 운운하며 이 사건 각서 작성을 종용하였다던 이상, 위와 같은 무죄판결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H의 피고 B에 대한 강박행위를 부인할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