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지위와 관계
피고는 방송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지상파방송사업자로서, “C”, “D” 등과 같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텔레비전방송, 라디오방송, 데이터방송과 같은 형태로 공중에 송신하고 있다.
원고는 2001. 1. 1. 피고의 보도본부 소속 일반직 근로자로 입사하여, 2012. 7.경부터 2014. 8.경까지 정치부 소속 기자로 근무하였고, 2016. 7. 25. 해외특파원 발령을 받아 그 무렵부터 미합중국 소재 워싱턴 지사에서 근무하다가, 피고의 복귀명령을 받고서 2018. 2. 28. 귀국하였다.
원고의 대통령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의혹 보도와 이에 대한 제재처분
원고는 대한민국 E 대통령선거일(F) 이전부터 G정당 출입 기자로 근무하여 오던 중 성명불상의 제보자로부터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한 H 후보의 1991년 박사학위 논문(제목: “I”, 이하 ‘이 사건 논문’이라 한다)에 관한 표절의혹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서, 2012. 10. 1., 2012. 10. 2., 2012. 10. 22. 등 3회에 걸쳐 각각 별지1 기재와 같이 그 표절의혹에 관한 내용을 취재·보도하였다(이하 3건의 보도를 포괄하여 ‘이 사건 보도’라 하고, 개별 보도를 특정할 경우 ‘2012. 10. 1.자 보도’와 같이 표기한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012. 10. 1.자 보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2012. 10. 23. 피고에게 경고 조치를 하였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와 관련 민사소송의 경과
피고는 ‘2008. 2.부터 2017. 11.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 내부에서 발생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 공영방송 가치 훼손의 배경과 원인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그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2018. 1. 18. “M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화위원회’라 한다)”를 설치하였다.
정상화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조사결과와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 제보자에 대한 검증 미실시, 부실한 사실 확인,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등 공정보도의무 위반, 충분한 반론기회의 미부여 등과 같은 행위로써 피고의 방송강령과 「B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라 한다)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2018. 5. 9.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그 내용을 근거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한 다음, 2018. 5. 11.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와 같이 원고에게 도달한 그 해고처분을 ‘종전 해고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18. 6. 29. 피고를 상대로 종전 해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제보자 검증 미실시, 사실확인 절차의 생략, 반론기회 박탈, 불공정 보도 등에 관한 징계사유의 존재는 인정되나,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최고 수위의 징계인 해고처분을 하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제1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5. 2. 선고 2018가합35837 판결(청구인용), 항소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12. 3. 선고 2019나2024481 판결(항소기각)]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2019. 12. 27. 확정되었다(이하 이와 같은 민사사건을 ‘종전 민사사건’이라 하고, 종전 민사사건에서 확정된 제1심판결을 ‘종전 확정판결’이라 한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재징계로서의 정직처분 피고는 종전 확정판결이 있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2020. 1. 14. 10:00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종전 해고처분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하기로 의결한 다음, 2020. 1. 15.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이와 같이 원고에게 도달한 그 정직처분을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논문에서 표절의혹이 제기된 부분
원고는 이 사건 보도를 통해, 이 사건 논문과 N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J 교수의 1989년 논문(제목: “K”, 이하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이라 한다)이 아래와 같은 부분에서 동일성을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J 교수와 H 후보는 모두 “double-pulse protocol”이라는 방법의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실험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의 투과성이 세포막 전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으로, 사전 자극(또는 이 사건 논문상 “전자극”, prepulse)을 오랫동안 주어 세포막 전위를 그 값으로 맞춘 다음에, 실험 자극(test pulse)을 주었을 때 그 이온 통로를 통과하는 이온의 흐름, 즉 전류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J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의 막전위 의존성, 즉 세포막 전위가 증가할수록 일과성 외향 전류의 크기는 감소(비활성화)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이러한 이온 통로의 비활성화 특성을 더 정량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볼츠만 곡선에 그 결과를 대입하였다.
H 후보는 기존에는 Bay K 8644라는 화학 혼합물이 -40mV 정도의 막전위에서 칼슘 이온의 통로 억제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었으나, 실험을 통해 1μM의 Bay K 8644는 막전위가 -40mV일 때에도 Ca2+ 통로 항진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 현상을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항정 상태 비활성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는 J 교수와 마찬가지로 볼츠만 곡선에 실험 결과를 대입하였고, 1μM의 Bay K8644 처리 전후에 나타나는 막전위의 변화가 -21.0mV에서 -21.7mV로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기는 하나 그 정도가 미약한 탓에 항진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한편 볼츠만 공식(Boltzmann Formula)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O이 발견한 통계물리학적 법칙으로 입자의 분포 확률에 관한 것이다. 영국의 생리학자 P과 Q는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이 공식을 1952년 신경 세포막의 말초 및 중심부의 활성 및 억제와 관련된 이온 메커니즘 연구에 처음으로 적용하여 그 성과를 인정받아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사건 논문과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은 모두 P과 Q의 이 실험모형을 따랐다.
관련 규정 이 사건 정직처분과 관련한 「M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이하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이라 한다), 피고의 취업규칙, 방송강령과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은 별지2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 9~11호증, 을 제1~3, 5~7, 23호증의 기재(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와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가. 원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정직처분은 무효이므로, 원고는 이를 다투는 피고를 상대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한다.
징계절차의 위법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 중 징계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출석·답변의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기발령과 징계요구를 하도록 정한 부분은 헌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근로 관련 법령에도 위배되는데, 이 사건 정직처분은 이와 같은 규정들을 적용하여 이루어졌다.
피고는 별다른 이유 없이 2018. 2. 28. 해외근무 중이던 원고를 국내로 복귀시킨 다음 종전 해고처분이 이루어진 2018. 5. 11.까지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둔 채 업무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에게 심한 모멸감과 정서적 불안감을 주었다. 정상화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원고의 일정 변경 요청이나 심리 상태를 외면한 채 필요할 때마다 일방적인 절차 진행을 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5년간의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한 결백을 증명하라고 압박하였으며, 상급자인 정치부장이나 보도국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도 않은 채 단지 실무자에 불과한 원고만을 조사하고서 그 부실한 조사결과만을 토대로 피고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도하기 위해 대외비에 해당하는 조사결과를 검찰에 제공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정직처분은 헌법과 근로 관련 법령에 위반하는 피고의 내부규정을 가지고서 이루어진 것임은 물론이고, 원고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부실한 조사결과에 따른 것으로서,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
징계사유의 부존재
H 후보의 이 사건 논문과 J 교수의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은 실험 데이터를 볼츠만 공식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형태의 서술을 보여주고 있고, 그 당시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해당 논문들의 유사성을 인정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보도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의 저자인 J 교수의 의견뿐만 아니라 학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취재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 제보자에 대한 검증과 사실확인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H 후보에게 충분한 반론기회를 제공하였으나, H 후보 측은 원고가 제기한 핵심적인 의혹에 관하여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원고는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취재가 가능한 수준에서 학계의 반론과 정치권의 입장 표명을 최대한 균형 있게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피고의 보도국에 소속된 다른 기자에게 부탁하여 H 후보 측의 반론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H 후보 측의 반론이 논문 표절의혹에 관한 최초 보도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던 2012. 10. 1.자 보도에 미처 반영되지 못한 것은, 그 반론이 C 프로그램 시작 직전에 확인되는 바람에 방송편성권한과 사후편집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원고로서는 해당 보도를 수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뿐이고, 그 반론은 피고의 다음날 아침 뉴스 프로그램에서 충실히 보도되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 보도에 관한 H 후보 측의 반론권은 실질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일부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해도 이는 원고의 의도적인 행위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H 후보는 대학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이라는 명성을 가지고서 당시 대중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논문을 비롯한 5편의 논문 외에는 뚜렷한 학문적 업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원고는 기자로서 오로지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다는 일념 하에 H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 사건 보도를 하였을 뿐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그와 같은 보도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보도의 공정성이 충분히 인정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피고는 종전 확정판결이 있은 직후 다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그 정직처분이 이 사건 보도가 있은 때로부터 무려 7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피고가 징계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원고에게 주었음에도 그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원고는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중 피고로부터 부당한 복귀명령을 받고서 중도 귀국하게 되었고, 연이어 해고처분을 받는 바람에 심각할 정도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러한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해고처분이 무효라는 종전 확정판결이 있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정직처분은 과거 잘못된 내용을 보도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방송에 송출시킴으로써 이 사건 보도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양정이나 다른 방송사 소속 직원에 대한 징계양정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형평성을 크게 상실한 것으로서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서 이 사건 정직처분은 종전 해고처분과 마찬가지로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따른 것으로 부당하다고 봄이 마땅하다.
피고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이 이 사건 정직처분에 직접적으로 적용된 적이 없고, 정상화위원회나 피고가 징계절차를 진행하면서 원고에게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부당한 처우를 한 적도 없다. 이 사건 정직처분은 그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종전 확정판결에서 판단된 바와도 같다. 이 사건 정직처분이 이 사건 보도 시점으로부터 비교적 오랜 시일이 지난 후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그 정직처분이 원고의 신뢰에 어긋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보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정직처분에 징계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쟁점에 관한 판단
징계절차의 적법 여부 갑 제3, 4, 10호증, 을 제1, 14~16, 27, 2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에 관련되는 징계절차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은, 제3조 제2항(“정상화위원회가 조사를 위해 피조사인 또는 피조사부서 구성원에 대하여 출석 또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피조사인 또는 피조사부서 구성원은 위원회의 출석, 답변,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 제4항(“자료 요구를 받은 피조사인, 피조사부서 또는 관련부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하고,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그 이유를 정상화위원회에 소명하여야 한다”는 내용), 제6조 제2항(“정상화위원회는 조사결과 본 규정 제3조 제1항의 내용과 관련해 회사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 제3항(“정상화위원회는 조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피조사인 또는 피조사부서 구성원에 대해 회사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상화위원회는 과거 피고에 대한 방송 독립성 침해 등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치되었다. 그러므로 정상화위원회는 피고 소속 근로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는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고, 조사결과에 따른 징계요구권한을 가질 필요도 있으며,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를 받는 직원들에게 조사 협조 의무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 이들 규정은 징계혐의 조사와 그에 이은 징계요구를 위한 필수 권한을 규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정상화위원회는 직접 징계권한을 가지지 않고 징계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만 가지는데, 그 운영규정 제3조 제2항, 제4항에 의해 피조사인과 그가 속한 부서, 그리고 관련부서에 이르기까지 조사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정상화위원회 설치 목적을 넘어서는 권한 부여라고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 제3조 제4항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경위서, 확인서, 답변서, 입증자료 등과 같은 자료제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제출 거부 대상에 조사 대상 직원의 답변에 해당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사 대상 직원으로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출석, 답변, 자료제출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조사 대상자가 정상화위원회의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로 인한 불이익을 부여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지적하는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들이 정상화위원회의 설치 목적과 존재 이유, 조사를 위해 필요한 권한 범위를 넘어서서 피조사자의 신체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위헌·위법한 규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원고는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한 정상화위원회의 조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조사를 거절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정상화위원회가 출석, 답변, 자료제출 요구 등에 응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원고의 징계를 요구한 적도 없었다. 원고는 정상화위원회가 유독 자신만 대기발령 상태에 두고서 이에 제압당한 원고의 심리상태를 이용하여 강압적인 조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의 인사기록상 원고를 대기발령한 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고, 설령 원고가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원고의 조사 참여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움은 물론이며,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의심받으면서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원고에 대하여 조사가 마쳐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직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피고의 합리적인 인사권한 내에 있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
정상화위원회가 원고에게 통상적인 조사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출석, 질문, 자료 제출을 사실상 강제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그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 관한 징계요구를 하거나 구체적인 징계요구의 위협을 가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H 후보 측으로부터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한 수사의뢰를 받고서 정상화위원회를 상대로 조사결과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였다. 정상화위원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조금 더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는 보았으나, 모든 자료가 아닌 조사보고서만을 제출하였다. 정상화위원회의 이와 같은 조치는 H 후보 측의 수사 의뢰로 인한 추가 조사 필요성에 관한 자체 판단과 함께, 조사 대상자인 원고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보여 정상화운영위원회가 그 운영규정 제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밀누설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3]
(1)항이 방송의 기초가 되는 기사에 대해서 1차적 책임은 담당 기자가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화위원회로서는 이 사건 보도를 위해 직접 취재를 했던 원고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았을 것이고, 또 가장 중요한 절차라고 보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화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조사결과 이외에도, 피고 소속 기자였던 R에 대한 별건 조사결과, S 작성의 확인서 등을 가지고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고, 피고는 그 조사결과에다가 원고로부터 제출받은 N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소속 교수 T 작성의 의견서,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내용, 원고가 참고하였다는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물의 내용까지 검토하여 징계사유를 인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보도 당시 원고의 상급자였던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은 이미 퇴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어서 정상화위원회로서는 그들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원고는 종전 민사사건에서 ‘이 사건 보도 당시의 정치부장이 그 보도에 관한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그에 대한 증인신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해고처분과 동일한 절차를 전제로 하는 종전 민사사건에서, 원고는 종전 해고처분의 절차상 하자와 관련하여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 제3조 제2 내지 4항, 제5조 제1항 라호, 제6조 제2항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었다’는 취지로만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달리 이 사건에서와 같이 관련 정상화위원회 운영규정의 위헌·위법성이나 원고에 대한 강압적인 조사 등에 관하여서는 달리 주장한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더라도 원고 주장과 같은 위 헌·위법상태를 인정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징계사유의 존부
민사재판에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7292 판결, 대법원 1989. 3. 28. 선고 87다카2832, 283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에 관하여 들고 있는 징계사유(제보자 검증 미실시, 사실확인 절차의 생략, 반론기회 박탈, 불공정 보도 등)를 구성하는 사실들은 모두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확정된 종전 민사사건을 통해 인정된 것들로서, 원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주장과 증거들만으로는 종전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을 배척하고서 그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원고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인정 사실에다가 갑 제2, 9, 10, 26호증, 을 제8, 20, 22, 25, 26호증의 기재, 갑 제5호증, 을 제21호증의 일부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정직처분에 관해서는 종전 해고처분과 동일한 징계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 있어서도 원고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제보자 검증 미실시·사실확인 절차의 생략
원고는 2012. 9. 29. 토요일부터 2012. 10. 1. 월요일까지의 추석연휴에 앞서 국회에서 지인(정상화위원회 조사 당시 이미 사망하였다고 한다)을 만났고, 그로부터 이 사건 논문에 관한 표절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소개받고서 이 사건 보도를 위한 자료수집에 착수하였다.
원고는 신원미상의 제보자로부터(원고는 제보자의 신원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J 교수의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과 H 후보의 이 사건 논문 중 일부를 발췌·요약한 프린트물을 건네받고서, 문제된 두 논문의 전체 내용을 검토해 보지 않은 채 그 프린트물만 가지고서 곧바로 취재를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12. 10. 1.자 보도 당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터넷을 통해 영상자료로 활용할 두 논문의 원문을 확보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방송을 통해 J 교수의 논문이라고 소개한 영상자료는, 그 교수와 동명이인인 소아과학전공 교수의 논문(제목: “L”) 표지였다.
원고는 과거 국내 유력 학자의 연구 조작 사실을 밝혀낸 적이 있다는 “W대 X센터“의 ”Y“ 게시판에 게재된 글들을 보고서 취재결과의 신빙성을 확신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그 게시물들의 출력본(갑 제26호증)을 이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 게시물들은 모두 최초 보도가 이루어진 2012. 10. 1. 이후에 작성된 글들로서 2012. 10. 1.자 보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자료들인데다 모두 익명으로 기재된 출처 불명의 의견들에 불과하고, 그중 일부 의견에는 표절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취지도 포함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가 그 게시물들을 열람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사실확인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2012. 10. 1.자 보도가 있은 이후에야 비로소 표절대상 논문 저자인 J 교수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인터뷰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J 교수는 원고에게 ‘전문가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자’고 제안하였으나, 피고는 ‘대통령 후보자와 N대학교 의과대학이 관여되어 있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갑 제9호증 참조).
2012. 10. 1.자 보도에 대하여 주식회사 Z(AA) 측은 사설을 통해 ‘그 보도는 사실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것으로서 아니면 말고 식의 기사에 불과하다’고 논평하였다. 2012. 10. 1.자 보도와 2012. 10. 2.자 보도가 있은 후 AB, 주식회사 AC 측은 ‘표절의혹이 있다는 사정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나 검토 결과 표절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보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처럼 당시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전반적으로 이 사건 논문의 표절의혹이 사실이라는 점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가 그 표절의혹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 합리적이고도 결정적인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상 불분명하다.
이러한 사실 혹은 사정들에다가 아래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보도를 하면서 그 보도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취사·선택하여 반영하였다는 사정까지 더해 보면, 이 사건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관계에 관한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은 물론이고, 이와 더불어 제보의 진실성과 제보의 동기와 목적, 자료 제공자와 자료의 출처에 관하여 검증 또한 철저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제보 내용을 방송하고자 할 때는 그 제보자가 자신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위 여부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여야 하고, 이 경우 기본 사실에 대한 확인은 물론 제보를 한 사람의 의도와 목적까지 파악해 보도의 공익성과 진실성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 보도를 위해 사실을 빈틈없이 취재하고 그와 관련된 다른 자료들도 충분히 조사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방송강령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66조 제1호(사규 위반, 이하 같다), 제2호(직무상 의무 위반, 이하 같다), 제7호(방송강령 및 윤리강령 위반, 이하 같다)의 징계사유를 각각 구성한다.
반론기회 박탈
원고는 2012. 10. 1. 보도본부 소속 정치부장에게 이 사건 논문에 관하여 표절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을 보고하였다. 피고 보도본부 측은 같은 날 16:30경 편집회의를 열어 당일 21:00에 방송 예정인 C 프로그램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전항의 편집회의 이후 S 기자에게 ‘H 후보의 논문 표절 기사를 작성 중인데, H 후보의 입장을 확인해 달라. 지금 알려주면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되니 나중에 입장을 물어봐 달라’고 말하였다. 그러고서 원고는 2012. 10. 1. 18:28 정치부장에게 기사를 송고한 후 C의 방송 시작이 불과 2시간 3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그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S 기자에게 질문을 넘겨주었다.
S 기자는 2012. 10. 1. 18:52 무렵 H 후보 측의 대변인이었던 AD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였다. AD 대변인은 2012. 10. 1.자 C 프로그램 시작에 임박한 같은 날 20:50 무렵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현상에 같은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을 표절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정리하여 알려왔고, S 기자는 그 내용을 원고에게 전달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S 기자에게 ‘반론이 늦어져서 C 프로그램에 반영이 안 된다고 말하라’고 답변하였는데, 실제 C 프로그램에는 AD 대변인이 제시한 입장과 달리 ‘H 후보 측이 후보 본인과 논의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와 같은 원고의 취재 과정과 반론 기회의 부여 경위에 비추어 보면, 비록 영상 편집 및 송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방송사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미리 정해 놓은 내용을 보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촉박하게 반론 기회를 부여하고 실제 반론이 있었는데도 반론이 없었던 것처럼 보도한 경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기자로서 취재에 관여했을 뿐 편집 권한을 가지지 못해 사후편집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반론 기회의 부여 과정과 그에 이은 보도 내용에 비추어 징계혐의 판단과는 무관한 사항으로 여겨진다. 원고는 그 다음날 아침에 피고의 D 프로그램을 통해 H 후보 측의 반론이 보도되었으므로, 언론사인 피고 측 전체의 입장에서 해당 후보 측의 반론권이 충실히 보장되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나, 그러한 사정만 가지고서 원고의 이와 같은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원고의 취재에 따라 2012. 10. 1.자 보도가 C를 통해 방송된 후, 주식회사 AE과 주식회사 AF 또한 각각 이 사건 논문의 표절의혹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였는데(을 제20호증 참조), 그 보도 내용을 보면 2012. 10. 1.자 보도와는 대조적으로 H 후보 측의 반론이나 그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음이 확인된다.
결국 이 사건 보도는 ‘기획 의도에 맞추기 위해 반론의 내용을 왜곡, 삭제하거나 비중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피고의 방송강령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피고의 취업규칙 제66조 제1호, 제2호, 제7호의 징계사유를 각각 구성한다.
불공정 보도
피고의 방송강령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룰 경우에는 대립된 견해를 양적, 질적으로 균형있게 다루어야 하고, 문제에 관련된 당사자들의 대표적인 모습과 입장이 정리되어야 하며, 관련된 주요 사실이 의도적 누락이나 은폐 등으로 내용이 편향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은 ‘취재 제작진의 당초 기획 의도와 실제 취재한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고, 취재를 할 때 당초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취합해 방송에 반영하고 기획 의도에 반하는 취재 내용을 외면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12. 10. 1.자 보도가 이루어지기 직전에 H 후보 측으로부터 반론을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였다. 당시 H 후보가 N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주임 교수였던 AG의 견해를 원용하여 공식적으로 반론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을 제26호증 4쪽 참조).
원고는 2012. 10. 1.자 보도가 있은 다음날인 2012. 10. 2. AH대학교 화학과 소속 AI 교수로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청취하고서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2012. 10. 2.자 C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J 교수가 논문에 인용한 볼츠만 곡선 공식에 대괄호가 하나 빠졌는데, 공교롭게도 H 후보 논문에서도 같은 공식에 대괄호가 빠져 있다’고만 보도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보도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12. 10. 8. AJ대학교 생명공학과 소속 AK 교수를 인터뷰하여 그로부터 아래와 같은 진술을 확보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즉시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2012. 10. 22.자 보도와 관련한 C 프로그램에서도 이 사건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인터뷰는 음성을 변조하여 그대로 방송하면서도 한편으로 AK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은 ‘J 교수와 H 후보 논문 정도의 유사성은 과학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는 가운데’라고만 간단히 언급하였다.
결국 이 사건 보도는 이 사건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학계의 상반되는 견해를 축소하거나 배제하고서 이 사건 논문의 표절 시비에 관하여 취재 당시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편향된 견해만을 취합하여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는 피고 취업규칙 제66조 제1호, 제2호, 제7호의 징계사유를 각각 구성한다고
같은 진술을 확보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즉시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2012. 10. 22.자 보도와 관련한 C 프로그램에서도 이 사건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인터뷰는 음성을 변조하여 그대로 방송하면서도 한편으로 AK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은 ‘J 교수와 H 후보 논문 정도의 유사성은 과학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는 가운데’라고만 간단히 언급하였다.
결국 이 사건 보도는 이 사건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는 학계의 상반되는 견해를 축소하거나 배제하고서 이 사건 논문의 표절 시비에 관하여 취재 당시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편향된 견해만을 취합하여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는 피고 취업규칙 제66조 제1호, 제2호, 제7호의 징계사유를 각각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여부
해고무효 확인판결이 확정되면 소급하여 해고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그 후 새로이 같은 사유 또는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여 다시 징계처분을 한다고 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6496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정직처분은 종전 확정판결에 따라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종전 해고처분과 동일한 징계사유를 가지고서 다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그 정직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주장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펴본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역시 원고의 이 부분 쟁점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정직처분은 종전 해고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라는 종전 확정판결의 취지를 반영한 재징계로서, 실질적으로 종전 해고처분이 있은 2018. 5. 11. 무렵 이루어진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직처분이 이 사건 보도시점(2012. 10.)으로부터 약 7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전항과 같이 보더라도 이 사건 정직처분은 이 사건 보도 시점으로부터 약 5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가 취업규칙을 통해 징계시효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징계권의 행사 여부와 그 시기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인 피고의 재량에 속하는데, 제출된 자료나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3 사립학교법 제66조의4는 징계시효를 3년(일반적인 징계 사유), 5년(금전 등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공한 행위, 국가 예산 등에 관한 횡령, 배임, 절도, 사기 또는 유용행위 등), 10년(성폭력행위, 성매매행위, 연구부정행위 등) 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고, 일반 기업들의 경우 그보다 장기간으로 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사건 정직처분이 지나칠 정도로 오래 전에 있었던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4 이 사건 정직처분은 종전 해고처분이 법원의 판결로 무효임이 확정됨에 따라 다시 이루어진 것인 데다가 기자로서 지켜야 할 규범의 위반 정도까지 고려해 본다면,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뒤늦게 징계권 행사를 하였다거나, 원고가 더 이상 그 보도와 관련된 징계가 없으리라는 신뢰를 갖기에 이르렀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5 원고는 종전 민사사건에서도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으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판단 인정 사실에다가 갑 제11, 12호증, 을 제23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서 이 사건 정직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보도는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한 유력 정치인의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권자인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공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보도가 대통령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과 그 보도가 이루어진 C 프로그램의 전국적인 주지성·파급력까지 두루 감안한다면 해당 보도로 인하여 자칫 후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다는 사정 또한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앞서 본 원고의 행위는 확인절차를 올바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보도 후 보도 내용과 반대되는 전문가 의견과 다른 언론사의 보도가 이어지는데도 이를 경시한 채 반론 기회마저 사실상 박탈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이익형량의 기본 구도를 외면한 처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논문과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의 일부분에서 유사한 내용의 서술이 발견되었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런데 각각의 논문은 의학 혹은 생리학에 관한 것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보기에 마치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험 데이터를 볼츠만 방정식에 적용하는 과정의 서술에 동일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관련 전문지식 없이는 그 표절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보도를 하면서 이 사건 논문의 표절의 혹에 관해 전문지식을 전제로 한 충실한 사실조사를 한 적은 없었고, 보도내용에 부합하는 일부 학계의 의견이나 검증되지 않은 익명의 의견만 가지고서 그 표절의혹을 편향된 관점에서만 보도하였다.
대통령선거 후보자와 같이 중요한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제기와 검증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논문과 이 사건 비교대상 논문 사이에 일정 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어 표절에 관한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그와 같은 표절의혹이 있다는 보도 자체는 기자로서 보도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와 그 산하의 정상화위원회가 이 사건 정직처분을 통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보도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보도에 이르기까지 공영방송 소속 기자로서 준수하여야 할 진실과 공정에 관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고, 원고가 그와 같은 기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은 중립적인 국가기관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된 바와도 같다. 원고의 의혹 제기 자체는 최초 보도 당시 상황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고 해도, 그 후 이루어진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행동은 의혹 제기에 이은 올바른 검증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 보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원고는 해당 후보의 반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도에 어긋나는 학계의 다른 견해들을 축소·외면하였고, 이로 인해 해당 후보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었을 여지가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사건 보도는 종전 해고처분의 절차가 적법하고 사유가 모두 인정되나 다만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측면이 있어 부당하다는 종전 확정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다시 이루어진 징계이다. 그런데도 원고는 줄곧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기자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온 원고가 정상화위원회를 주도하는 배후 세력에 의하여 부당한 징계를 당하였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을 뿐, 취재와 보도 당시 원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추가 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원고가 들고 있는 피고의 징계사례는 해당 보도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기까지의 경위와 과정, 방송된 내용과 대상, 방송이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가지는 주지성과 파급력, 방송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 방송이 이루어질 당시의 시대 상황, 방송에 따라 입게 된 피고의 불이익 등과 같은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양정과 곧바로 비교하여 볼 수 있는 사례로 삼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석천(재판장) 백우현 신철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