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관계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등의 금융투자업을 영위함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4. 1. 1. 피고 회사에 자산유동화2팀(SF2; Structured Finance2)의 ‘JC(1년 차) 사원’으로 입사하여, 2019. 10. 31. 투자금융1팀 ‘4급 대리’로 퇴사하였다.
원고와 피고의 연봉계약 체결
원고는 2014. 4. 1. 피고와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중 성과급과 관련하여서는 “성과급은 단위조직성과급 및 전사 경영성과급(Profit sharing)을 말한다.”(연봉계약서 제3조 제4항), “보수 관련 세부 지급기준은 취업규칙 등 피고 회사의 제반 기준에 따르되, 단위조직성과급은 별도의 성과급 지급기준(계약)에 따른다.”(같은 조 제6항)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의 ‘투자금융본부 성과급 기준’에 의하면, 피고는 원래 반기별로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그 이연지급에 관하여 “임원의 경우 성과급 전액에 대해 50%를 이연하여 3년간 분할지급하고, 직원의 경우 연간 성과급의 40%를 이연하여 3년간 분할지급(1억 원 이하자 제외)하되, 연간 성과급이 5억 원 이상의 경우에는 성과금의 50%를 이연하며, 자발적 퇴사 시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규정’이라 한다).
피고의 성과보상규정 등
금융감독원은 2010. 1. 19.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하여, 금융투자회사로 하여금 성과보수 중 상당 부분을 3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2013. 7. 1. 기존의 ‘성과보상체계’를 개정하여 2013년 2분기 성과급 지급시부터 이를 시행하였는데, 위 ‘성과보상체계’에 의하면 자발적 퇴직자에 대하여는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비자발적 퇴직자에 대하여는 재직자와 동일기준을 적용하여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후 2015. 7. 31.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이라 한다)<1>이 제정됨에 따라, 피고는 2016. 10. 27. ‘성과보상규정’을 제정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의 퇴사로 지급받지 못하는 이연성과급
원고가 2019. 10. 31. 자발적으로 퇴사함으로써 지급받지 못하게 된 이연성과급(이하 ‘이 사건 이연성과급’이라 한다)은 별지 목록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2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이연성과급 119,6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연성과급 지급청구권은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원고의 퇴사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피고와 성과급의 이연지급 및 이연성과급의 재직조건부 지급에 관한 합의(이하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라 한다)를 한 사실이 없다. 즉, 성과급의 이연지급 관련 내용이 포함된 피고의 ‘투자금융본부 성과급 기준’은 취업규칙인 ‘성과보상체계’ 및 ‘성과보상규정’을 그 근거로 하고 있는데, 위 ‘성과보상체계’의 개정 당시에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주지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위 ‘성과보상규정’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함에도 근로기준법상의 적법한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효력발생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 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연성과급은 지급기준 등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하는데, 이미 발생한 이연성과급에 지급일 재직요건을 두어 그 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① 임금 전액 지급 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을 위반하여 근로자가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②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서 무효이며, ③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판단
원고의 이연성과급 지급청구권이 이미 발생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과 같이 성과급에 대하여 ‘성과급을 그 지급일에 재직하고 있는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그 지급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성과급 지급의 해석에 있어서 위 지급일 재직요건 규정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에서의 지급일은 성과급을 지급할 사유가 발생한 날이 아니라 근로계약 등에 규정된 성과급의 현실적 지급일을 의미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다76328 판결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별지 목록 기재 성과급의 각 현실적 지급일(같은 목록의 ‘지연손해금 기산일’ 기재와 같음) 전인 2019. 10. 31.에 퇴직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의 존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연봉계약에서 “단위조직성과급은 별도의 성과급 지급기준(계약)에 따른다.”라고 정하였고, 피고의 ‘투자금융본부 성과급 기준’은 “직원의 경우 연간 성과급의 40%(연간 성과급이 5억 이상의 경우에는 50%)를 이연하여 3년간 분할지급 하되, 자발적 퇴사 시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원고는, 위 연봉계약의 근거가 되는 취업규칙인 ‘성과보상체계’ 및 이후 제정된 ‘성과보상규정’이 적법한 개정 또는 제정절차를 거치지 않아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성과보상체계’ 및 ‘성과보상규정’이 취업규칙이 아니라고 먼저 주장하나, 위 규정들은 성과보상 지급 대상 임직원들의 성과측정, 성과보상 지급방식, 지급조건 등 근로조건을 정한 준칙으로서 성질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먼저 ‘성과보상체계’ 관련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성과보상체계’ 개정은 2013. 7. 당시 이연성과급 제도의 대상이 되는 영업부서의 본부장 및 각 팀의 팀장들 간의 합의로 이루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각 팀장이 팀원들에게 동의된 개정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을 적당한 방법으로 주지시켰고, 원고의 입사 당시에도 SF2팀 팀장이었던 C가 이를 원고에게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므로(더욱이 위 ‘성과보상체계’ 및 아래의 ‘성과보상규정’은 상당 기간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별다른 다툼 없이 적용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그 주지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성과보상규정’ 관련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성과보상규정’은 2015. 7. 31. 제정된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기존에 시행되던 위 ‘성과보상체계’를 승계하여 구체화한 것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성과보상체계’가 이미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양쪽의 규정내용을 비교해 보더라도 위 ‘성과보상규정’이 위 ‘성과보상체계’에 반하여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기존의 ‘성과보상체계’가 적용될 뿐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규정의 효력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고용계약을 해지한 경우에 성과보상을 지급하지 아니하도록 한 이 사건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규정이 성과보상 이연지급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 및 원고 주장의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규정이 근로기준법 제43조 또는 같은 법 제20조에 반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이연하여 지급할지 여부, 지급일 재직요건 규정을 두어 퇴직자에 대해 이연성과급의 지급을 제한할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의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0년 금융회사의 단기성과 위주의 보상체계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게 되자 합리적인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보상과 리스크의 연계, 즉 ‘경영진 및 특정직원에 대한 보상 중 상당 부분을 변동보상(성과연동보상)으로 지급하되, 그 중 상당부분은 리스크 존속기간을 감안하여 이연지급하고, 상당부분은 주식이나 주식연계상품 등 금융회사의 장기성과와 연동되는 형태로 지급하며 변동보상의 이연지급 기간 중 성과가 목표에 미달하거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미래 지급할 변동보상을 축소하여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하여, 이를 증권사들에 적용하게 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13. 7. 1. 위 모범규준의 취지가 담긴 ‘성과보상체계’를 개정하여 이를 시행하였다.
이후 금융사지배구조법이 2015. 7. 31. 제정(2016. 8. 1. 시행)되었는데, 위 법률 제22조 제3항은 “금융회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하여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하여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로 일정기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성과보수 이연지급 제도를 법적 의무화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2016. 10. 27.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성과보상규정’을 제정하여 이를 시행하였다.
이와 같이 금융감독원의 모범규준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시행된 피고의 성과보수 이연지급 제도는, 피고의 임직원에 대한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피고의 임직원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여 위험성이 큰 업무수행을 하고 과도한 성과보상을 받은 직후 임의로 퇴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 적합한 수단으로 볼 수 있으며, 당해 연도 성과보상 1억 원 이하인 금융투자 업무 담당자는 이연지급 대상자에서 제외하여 그 적용 범위를 한정하는 등(피고의 ‘성과보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그 제정의 필요성과 목적의 정당성 및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연성과급은 과거의 단기성과만을 고려한 보상이 아니라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 및 잠재적 리스크까지 고려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피고의 ‘성과보상규정’도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과급 중 이연지급되는 부분은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가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바, 근로자의 재직기간 중에 단기성과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근로자가 이연지급기간 도중에 퇴직하였다면 퇴직일 이후의 장기성과 및 리스크 관리에는 기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퇴직일 이후에 지급일이 도래하는 이연성과급이 퇴직 전에 이미 제공된 근로의 대가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의 ‘성과보상규정’ 제7조 제1항은 부정적 성과 또는 위법행위 등 발생 시 미래 이연지급액을 축소하는 등 성과보상액을 조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연성과급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발생요건을 모두 갖추어 이미 발생한 임금이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서,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재직조건부 이연성과급 지급규정이 위 조항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지급일 재직요건 규정을 충족하지 아니하여 지급받지 못한 성과급이 재직기간 중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는 경우와 같은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앞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직조건부 성과급 합의가 근로자인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위 조항의 입법목적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이연성과보상을 포기하고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지 여부는 원고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 있다(원고는 2019. 10.경 ‘타사 이직’을 이유로 피고 회사에 사직의사를 밝히고 같은 달 31. 퇴사하였다). 퇴직으로 인해 원고가 이연성과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원고의 의사와 관계없이 새로 적극적으로 부과되는 불이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의 입장에서는 피고로부터 이연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금전적 불이익을 퇴직 후 더 나은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이직을 통해 보상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연성과급의 재직요건 규정에 의해 사실상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전직의 자유 등 근로선택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규정이 근로자의 전직 제한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성과체계의 합리화를 통한 채권자 보호와 금융투자거래의 건전성 확보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한 간접적이고 불가피한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연성과급의 재직요건 결부 규정이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전직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형해화시킬 정도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
원고가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연성과급의 각 지급일 당시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퇴직하여 재직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퇴직 후에 지급기일이 도래한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승원(재판장) 신진화 이주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