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9호증, 을가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당사자 지위
G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H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 한다)에서 원고 A는 작업치료사로, 원고 B은 간호사로 각 근무하였다.<1>
피고 C은 G병원의 부원장으로, 이 사건 센터에서 비상근 센터장으로 근무하였고, 피고 D는 이 사건 센터의 전략기획실장, 피고 E은 주임, 피고 F는 사원이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
원고들은 2023. 8. 25. G병원에 피고들 및 이 사건 센터에서 근무하던 I과 J이 원고들에게 아래와 같이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고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
순번 신고내용(이하 ‘이 사건 신고내용’이라 한다) 행위자
G병원은 원고들의 신고내용을 토대로 2023. 10. 20. 및 같은 달 24. 각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아래 표 기재 신고내용에 대한 각 행위자들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한편, 나머지 신고내용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부분과 성희롱 부분에 관하여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였다.
G병원은 위 심의위원회 의결 결과를 토대로 2023. 10. 30.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 D에게 감봉 3개월, 피고 E에게 감봉 1개월, 피고 F에게 견책의 각 징계를 하였다.
판단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들은 마치 원고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연인 내지 불륜관계인 것처럼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소외 동료들에게 허위사실을 지속적⋅반복적으로 유포한바,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에서 금지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불륜 사실 유표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은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바,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는 15,456,200원(=위자료 상당액 15,000,000원 + 진료비 456,200원), 원고 B에게는 15,160,500원(=위자료 상당액 15,000,000원 + 진료비 160,5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C은 이 사건 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및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들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2차 가해를 하는가 하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신고내용과 같은 불이익 조치를 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따라서 피고 C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는 800만 원 상당의 위자료, 원고 B에게는 5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 즉,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등 참조).
또 이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들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피고들이 불륜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성희롱을 하였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불륜의 통상적인 의미는 배우자가 있는 자들이 교제를 한다는 것으로 불륜에는 반드시 성적 결합이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어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언동으로 볼 수는 없고, 이는 ‘심야데이트’라는 단어 또한 마찬가지인 점, ② 원고들이 제출한 녹취록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이 ‘불륜’이라는 단어를 들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피고들은 ‘정확히 어떤 단어를 사용하였는지는 모르나, ’둘이 사귄다, 사귄다‘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했다’고 언급하고 있어 피고들이 불륜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성희롱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들이 불륜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불법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피고들이 원고들이 서로 교제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교제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원고들이 마치 심야데이트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사실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고, 피고들이 원고들의 개인사에 대한 대화를 서로 주고 받는 행위(소위 뒷담화)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 되어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동료근로자의 괴롭힘에 대하여 인간관계, 당해 행위의 동기⋅목적, 시간⋅장소,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급자나 동료근로자가 직무상의 지위⋅권한을 일탈⋅남용하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4, 15호증, 을가 제4호증, 을나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들이 원고들에 대하여 ‘불륜’이라고 정확히 언급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원고들은 업무 시간에도 이 사건 센터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오랜 시간동안 산책 등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점은 이 사건 센터의 직원들 뿐만 아니라 G병원의 직원들 또한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하여 G병원장 또한 피고 C을 통해 주의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였던 점, ③ 원고들과 피고들은 이 사건 센터의 조직 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고, 원고들의 근태 상황이나 업무 중 태도를 갈등의 원인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바, 원고들과 피고들이 갈등을 겪게 된 상황을 피고들의 일방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④ 피고들이 원고들이 ‘불륜 관계’에 있다, ‘사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피고들 사이에서 단발적으로 주고받은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주변에 유포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고(‘심야데이트’라는 부분은 피고 D와 E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한 대화로 이러한 사실을 공공연히 반복적으로 유포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 오히려 이 사건 센터의 직원들 및 G병원의 직원들 상당수가 원고들이 서로 가깝게 지내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원고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는 정도의 허위사실 유포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 C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10, 13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이 원고들 주장과 같이 센터장으로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및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원고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조사 및 조치 불이행 주장 관련
원고들이 이 사건 신고 이전에도 피고 C에게 2021. 4. 14., 같은 해 8. 30.경, 같은 해 9. 29.경, 같은 해 9. 30.경 이메일 내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피고 D와의 갈등 상황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내용은 ‘원고 A가 피고 D와 크게 부딪힌 일이 있었다’(갑 제10호증의 1 이메일), ’구성원 간 관계가 소원한 것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갑 제10호증의 2카카오톡 메시지)인데, 이는 모두 이 사건 센터 부서 내 갈등의 관한 것이고, 다음의 사정들 즉, 이 사건 센터 내 갈등이 단지 피고들의 일방적인 집단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 C으로서는 위와 같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하여 고충을 이야기하는 원고들과 수차례 면담을 가졌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감사함을 표현한 점, 피고 C은 원고들 뿐만 아니라 피고 D에게도 조직 관리에 유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고, 원고 A와 피고 D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피고 D로 하여금 원고 A에게 사과하도록 조치한 점, 그럼에도 피고 D가 원고 A에게 ‘오줌을 싸서 말려라’라고 발언하는 등 갈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므로 피고 D와 원고 A를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이 센터장으로서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나 필요한 조치를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불이익 조치 주장 관련
원고들이 주장하는 원고 B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위 1.나.1)항 기재 표 중 순번 7번의 기재와 같이 피고 C이 ① 자신의 인사권을 활용하여 그 평가 방식을 변경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대신 다른 보직으로의 이동이나 계약 1년을 연장할 것을 제안하였고, ② 우수사례 공모 참가 기안자를 피고 D로 바꾸는 것을 권유하였다는 것이다. 먼저 인사권 활용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① 정규직 전환에 있어 동료 평가를 하나의 평가 요소로 삼는다는 것이 그 자체로 원고 B에게 불이익한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센터는 소규모 인원으로 조직되어 운영되므로 직원들 사이에 소통 등은 중요한 요소이고 센터장으로서 조직관리 측면에서 정규직 전환에 있어 동료 평가를 하나의 평가 요소로 삼는 것은 충분히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 B은 당초 G병원 소아병동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가 이 사건 센터로 보직 이동을 한 것이므로, 피고 C이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갈등 해결 방안으로 원고 B에게 기존 근무처로의 보직이동을 권유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당시 피고 C은 원고 B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 후 다시 정규직 전환을 제안한 것이라고 하고,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 기간 동안 처우 등에 관한 별도의 불이익 조치는 없었던 점(오히려 원고 B은 이 사건 센터에서의 계약이 1년 연장됨으로써 외근 등을 통하여 대학원 수업을 이수하는 등 반사적인 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 C의 행위가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하여 원고 B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우수사례 공모 참가 기안자를 피고 D로 바꾸자는 취지의 권유가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① 관련 우수사례 공모에 따른 수상 주체는 이 사건 센터로 개인이 그 수상 주체가 아닌 점, ② 피고 C은 우수사례 공모참여자를 지정할 권한이 있었고, 원고 B과 피고 D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보고자 이와 같은 권유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러나 원고 B이 반대하자 공모참가자의 명단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권유와 같은 조치를 실제로 취하지 않은 등을 고려하면, 피고 C의 위와 같은 행위가 원고 B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판사 최은주
각주1) 원고 B은 이 사건 변론 종결 이후 이 사건 센터에서 징계해고 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