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미국 텍사스 주에 설립된 유한회사이고, 원고는 미국 국적의 외국인으로 2008. 7. 24.부터 2023. 1. 9.까지 피고 및 그 계열사인 C(이하 'C'라 한다)에 근로를 제공하였던 자이다.
원고는 2008. 7. 24.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08. 7. 24.부터 2015. 11.경까지 미국 텍사스 주의 피고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2015. 11.경부터 피고와의 합의에 따라 대한민국으로 이주하여 회사를 설립 ·운영함으로써 피고가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고, 2023. 1. 2. 미국 텍사스 주로 복귀하였다.
C 및 피고의 대표인 D, E, F는 2023. 1. 9. 원고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 내지 12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 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사유를 알리거나 해고사유가 기재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채 해고 당일 원고에게 해고를 통지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 다음날인 2023. 1. 10.부터 2024. 1. 9.까지의 미지급임금과 지연손해금 합계 166,662,04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2024. 1. 10.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13,451,336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계약은 제6.1조에 이 사건 계약의 적용 등과 관련한 분쟁은 중재에 회부되어야 한다는 중재합의 조항을 두고 있으므로(이하 '이 사건 중재합의'라 한다), 중재에 의하지 않고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원고의 거소지 및 피고의 소재지가 모두 미국 텍사스 주이고, 이 사건 계약 역시 미국에서 체결되었으며, 급여도 미국 법인으로부터 지급받았던 점, 원고의 근로 제공 역시 미국에서 이루어졌고, 한국에서 근무한 기간은 장기 출장에 불과하며 미국 법인으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던 점, 이 사건 해고가 있기 전 최후의 일상적 노무제공지가 미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국제사법 제43조 역시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계약 제6.6.조에서는 '관련 소송은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에서 제기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전속적 관할합의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 계약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중재합의 위반 여부
관련 법리
중재법이 적용되는 중재합의는 계약상의 분쟁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말한다(중재법 제3조 제2호).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그 중재합의가 무효이거나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제9조). 여기에서 중재법상위 항변의 근거가 되는 중재합의는 대상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전속적 중재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속적 중재합의가 성립하였는지는 당해 중재조항의 내용, 당사자가 중재조항을 두게 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다42166 판결 등 참조). 이때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중재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둔 사정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추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43172 판결).
중재계약은 중재조항이 명기되어 있는 계약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계약의 성립과 이행 및 효력의 존부에 직접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쟁에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17146, 17153 판결 참조), 장래의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겠다는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의 범위를 명확하게 특정하여 한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 사이의 특정한 법률관계에서 비롯되는 모든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74344 판결 참조).
중재합의가 있음을 이유로 한 방소(防訴)항변은 '소송절차'에 관한 것으로, 이는 법정지인 대한민국의 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대한민국의 중재법에 의하면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하고(중재법 제9조 제1항 본문), 이는 중재지가 대한민국이 아닌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중재법 제2조 제1항 단서). 그러나 중재합의가 무효인 경우에는 중재합의를 이유로 소를 각하하여서는 아니되므로(중재법 제9조 제1항 단서), 중재합의의 항변이 유효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서 중재합의의 성립 여부 및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준거법이 무엇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 제5조 제1항 a호 후단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의 거부사유 중 하나로 '당사자가 준거법으로서 지정한법에 따라 또는 그러한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에 따라 중재합의 가 유효하지 않은 경우'를 들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중재합의의 성립과 유효성 판단의 준거법은 일차적으로 당사자들이 준거법으로 지정한 법이 되고, 그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중재판정을 내린 국가의 법이 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2다84004 판결,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7다225084 판결 등 참조).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본국에서 최고법원의 법해석에 관한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할 것이나, 소송과정에서 그에 관한 판례나 해석 기준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와 내용을 확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6다513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계약 제6.1조는 '구속력있는 중재'라는 제목 하에 이 사건 계약의 적용 등에 관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일방의 서면 요청에 따라 중재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을 별도로 규정한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 사건 계약과 관련된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판단되고, 분쟁해결수단으로 대한민국에서의 재판 또는 중재를 선택적으로 정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② 이 사건 계약 제6.6조가 관련 소송은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에서 제기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이는 제6.1조와의 관계에 비추어 중재절차· 중재판정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관한 관할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1>, ③ 이 사건 계약 제6.6조는 텍사스주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있고, 제6.1조는 중재가 텍사스주 일반중재법, 텍사스주 민사소송 및 구제법 171.001~171.098조의 규정을 준수하여 수행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중재합의의 성립 및 유효 여부에 관한 판단 역시 이에 따라야 할 것인데, 텍사스주 민사소송 및 구제법171.001조 (a)항은 합의 당시에 존재하거나 그 이후에 당사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중재하기로 하는 서면합의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으므로<2>, 서면에 의하여 체결된 이 사건 중재합의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밖에 이 사건 중재합의가 효력이 없다거나,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의 존속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 분쟁 역시 중재합의의 대상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 사건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에 앞서 이 사건 중재합의에 기한 본안전항변을 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므로, 이 사건 소는 중재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광현(재판장) 신진경 이승은
각주1) 대법원 역시 "분쟁해결은 당사자 쌍방 모두 중재법에 의거 대한상사중재원 부산지부 중재에 따르고, 법률적 쟁송이 있을 경 우 도급인의 주소지 관할 법원으로 한다"는 조항은 그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이른바 선택적 중재조항으로 볼 수 없고, 오히 려 전속적 중재조항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 합의에서 '법률적 쟁송이 있을 경우'라 함은 그 중재절차·중재판정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관한 중재법 제7조 소정의 관할합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 판결 참조).
각주2) Sec. 171.001. ARBITRATION AGREEMENTS VALID. (a) A written agreemet to arbitrate is vaid and enforceable if the agreement is to arbitrate a controversy that:
각주3) (1) exists at the time of the agreemet; or
각주4) (2) arises between the parties after the date of the agreement.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