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 C, D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관해 공소를 기각하고 근로자 K, O, N, R, L, M, P, U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관해 유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위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위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환송 전 당심판결 중 근로자 R, L, M, P, U에 관한 근로기준법 위반 부분에 관해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근로자 R, L, M, P, U에 대한 임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한 환송 전 당심의 판단에는 구 근로기준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판결 중 근로자 R, L, M, P, U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환송 부분'이라 한다).
결국 이 사건 환송 부분을 제외한 부분(근로자 B, C, D, K, O, N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은 모두 그대로 분리 ·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이 사건 환송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근로자 R, L, M, P, U은 이 사건 공소제기 전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근로자들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에 따라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
근로자 L, M, P은 2018년 11월에, 근로자 U은 2018년 12월에 서울 마포구 F 외 2필지 소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고 한다)에서 근로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시기에 관해 위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근로자 R, L, M, P, U에 대한 2018년 10월분 내지 2018년 12월분 임금을 이들로부터 임금 수령 권한을 위임받은 E 또는 X를 통하여 모두 지급하였고 E이 모집한 근로자들은 2019. 1. 이후로는 더 이상 이 사건 근로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위 근로자들에 대한 2019년 1월분 내지 2019년 2월분 임금 지급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 내지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6개월)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 K, O, N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은 분리 · 확정되었다. 그런데 원심은 근로자 K, O, N에 관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과 이 사건 환송 부분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이 사건 환송 부분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처벌불원의사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근로자 R은 2019. 6. 11. 이 사건 공사현장의 노임 수령을 위임하면서(수임자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대상 기간을 2018.10. 19.부터 2018. 12. 31.까지로 정하여 '위임자는 노무비 위임건에 대하여 본인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며, 위임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노임 체불·지연건에 대하여 본인이 모든 책임이 있음을 감수하고 H 주식회사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취지의 '(노무비수령)위임장/확인서'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에게 제출한 사실, ② 근로자 L, M, P, U도 일자불상경 E과 X에게 이와 유사하게 '이 사건 공사현장과 관련하여 2018년 10월 노무비를 위임받은 자가 대리 수령함에 동의하며 차후 본건과 관련하여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작성해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먼저 위 (노무비수령)위임장/확인서에 관하여 본다. 위 (노무비수령)위임장/확인서는 근로자 R이 2019년경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에게 임금체불 사실을 진정하면서 진정 사건에서 받게 될 노임의 수령권한을 위임하겠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함께 제출한 진정인 진술서에는 '임금미지급 시 E, H 대표 처벌 원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기재를 반의사불벌죄에서 말하는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위 위임장에 관하여 본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대한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이다. 따라서 공소제기 전에는 수사기관에, 공소제기 후에는 수소법원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위 위임장은 근로자 L, M, P, U이 E이나 X에게 임금의 수령권한을 위임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위 근로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자 그 이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에게 진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위임장의 기재만으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1. 10. 6. 선고 81도1968 판결 등 참조). 달리 위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자 L, M, P에 대한 2018년 11월분, 근로자 U에 대한 2018년 12월분 임금지급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다가 당심에서 번의하여 이를 부인하면서 이 부분 주장을 항소이유로 추가하였다. 그러나 원심과 환송 전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L, M, P에 대한 2018년 11월분, 근로자 U에 대한 2018년 12월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H 주식회사가 작성한 11월 일용노무비 명세서에는 근로자 L에 대한 노무비 총액이 1,440,000원(= 180,000원×8일), 근로자 M에 대한 노무비 총액이 460,000원(=180,000원×1일 + 280,000×2일), 근로자 P에 대한 노무비 총액이 140,000원(= 140,000원×1일)으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권 17면).
E은 원심에서 '근로자들이 아침에 출근을 하면 현장반장인 Y이 근로자들의 명단이 기재되어 있는 현장출력일보를 작성해서 현장소장 T에게 주면 T이 일일출력현황을 작성하는데, 일일출력현황은 신고할 수 있는 사람들만 간추려서 작성한 것이어서 현장 출력일보와 일일출력현황 사이에 차이가 많고 현장출력일보가 더 믿을 만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공판기록 350, 354면), 당시 작성된 2018년 12월 현장출력일보(증거기록 1권 128면)에는 근로자 U의 일당이 140,000원, 출력일수가 9.3일로 기재되어 있다.③ 피고인은 근로자 L, M, P에 대한 2018년 11월분, U에 대한 2018년 12월분 임금이 근로자 일일출력현황(공판기록 282, 284면)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위 근로자들이 위 시기에 실제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은 원심과 환송 전 당심에서 이 부분을 다투지 않다가 환송 후 당심에서 이 부분 주장을 추가하였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은 원심에서 '근로자의 일일 출력현황과 실제 출력현황이 다르다'고 하면서 근로자 L, U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 내지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따라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 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환송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이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된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