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C에 있는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17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운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 2004. 5. 1.부터 2012. 2. 29.까지 택지운전기사로 근로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잔액 2,543,985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이 사건 퇴직금 잔액은 초과운송수입금 중 근로자의 몫 60%에 대한 것이고, E에게는 위 60%를 초과하여 초과운송수입금 전액을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경우 위 회사의 노사간 임금협정서에 의하면 나머지 40%(회사의 몫) 부분으로 근로자의 몫 60%에 대한 퇴직금 등에 충당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한 퇴직금은 이미 지급된 것이다. 가사 미지급 퇴직금이 있다 하더라도 위 임금협정서에 의하면 E는 회사의 몫 40%를 정산하여야 하므로 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E는 2004. 5. 1.부터 2012. 2. 29.까지 D 주식회사에서 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D 주식회사의 노사간 임금협정서 제18조에 의하면, 기준운송수입금(이른바 사납금)을 초과하는 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의 60%는 성과급으로 근로자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40%는 회사에 배분하되, 회사가 자신의 위 40% 부분도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할 경우 이는 근로자분 60%에 대한 제세공과금, 유류비, 퇴직금 등에 충당하는 선가지급금으로 규정하고, 근로자가 위 초과운송수입금에 대한 퇴직금을 요구할 경우 선가지급금도 정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E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위 회사에 전부 납입한 후 초과 유류비를 공제한 나머지 전부를 월급에 포함해서 받아 왔다.
E는 위 회사로부터 퇴직금 9,099,102원(세금 제외)을 받았는데, 이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시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초과운송수입금 중 E의 몫인 60%를 평균임금에 반영하여 퇴직금을 산정할 경우 위 퇴직금보다 2,543,985원이 늘어난다.
한편 피고인측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E가 2006년부터 2012년 퇴직시까지 회사에 납부한 초과운송수입금 총액은 24,184,560원이고, 그 중 E가 월급에 포함하여 받은 총액은 21,154,597원이다. 위 임금협정서에 따라 E의 초과운송수입금 중 60%인 14,510,736원(=24,184,560원×0.6)만 E의 몫이므로, 나머지 6,643,861원(=21,154,597원-14,510,736원)은 피고인이 회사에 정산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퇴직금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매월 지급받은 월급이나 매일 지급받는 일당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퇴직금의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임금협정서에 따라 초과운송수입금 중 회사의 몫 40% 부분으로 퇴직금에 충당하기로 하고 E에게 이를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위에서 본 임금협정서 제18조에 의하더라도 근로자는 회사에 초과운송수입금 중 근로자분 60%에 대한 퇴직금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따라서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E에게 임금협정서 제18조에 따라 퇴직금을 선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 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미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그것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어 사용자가 같은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46호 제1항 제5호, 민법 제497조에 따라 상계의 범위는 근로자의 퇴직금채권 중 1/2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만 허용된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에 따라 E는 초과운송수입금 중 근로자분 60%를 초과하여 지급받은 부분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하여야 하여야 하고, 피고인은 비록 그 범위가 제한되기는 하나 이로써 E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더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임금협정서에도 E는 초과운송수입금 중 자신의 몫인 60%를 초과하는 부분을 회사에 정산하게 되어 있고, 피고인측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E가 회사에 정산하여야 할 액수는 6,643,861원으로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잔액 2,543,985원을 훨씬 초과하고 있어 피고인으로서는 E의 퇴직 당시 E가 받을 퇴직금보다 E가 회사에 정산하여야 할 액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E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영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